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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수만의 스타일로 만든 회화적 사진 드로잉

마을을 소재로 사진에 색입혀 입체감부터 두께까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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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299호 김대희⁄ 2012.11.05 11:03:10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색감에 한편으로는 마치 사진을 반전시켜놓은 듯한 분위기의 작품. 처음 마주하면 ‘신기하다’라는 생각으로 당연히 회화 작품일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내 이러한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고 더 놀라게 된다. “처음 사진작업을 하면서부터 여러 가지를 응용하면서 나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보고자 했어요. 사진 그대로 전시를 한 적이 없어요. 모두 회화적 느낌을 담아냈죠. 첫 개인전을 할 때도 필름에 색을 칠해서 컬러로 뽑아낸 작품으로 전시했어요.” 현재 신구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전흥수 작가는 사진을 촬영하지만 결과물은 사진이라 할 수 없다.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마을이지만 그 색감과 모습은 전혀 다른 세상에 없는 풍경으로 나타난다. 그가 만든 새로운 마을 같았다. 마치 동화 속이나 만화 속에 존재하는 그런 곳 말이다. 작품을 보면 느끼겠지만 그는 주로 집을 소재로 작업한다. 여행을 좋아한 탓에 많은 곳을 다니다보니 각 나라별 도시의 집과 패턴 등 모양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한다.

“여행을 다니며 집 사진을 오래전부터 촬영해왔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집과 마을을 주제로 많이 작업했죠. 해외를 다니다보면 마을, 즉 동네 모습이 재미있어요. 평지에 있는 집들과 다르게 산이나 높은 곳에 지어진 마을이 많은데 신기했어요. 우리나라는 집이나 마을 모습이 전통을 점점 잃어서 정체성이 없을 정도에요. 세트장 같은 분위기로 옛 전통을 보존한 마을이 거의 없죠. 유럽이나 이탈리아는 정말 오래전 분위기 그대로 유지되고 보존돼 있어요. 이런 모습들이 재미있었죠. 그 느낌이 좋았고 디지털 처리를 하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집 사진을 찍어 회화적 분위기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던 그는 사진에 색을 입힌 작업을 ‘빛으로 만든 다색 판화’라 칭했다. 사진보다는 판화에 가깝다는 말이다. 기법은 사진이지만 표현은 판화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창기에는 필름에 색을 칠해 작업해왔지만 2000년부터 디지털 작업을 했다. 방법은 그대로 밑그림만 사진일 뿐 색을 살리거나 채색해 디지털 프린트로 뽑아낸다.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일반적인 사진으로 생각하면 쉬워 보이지만 엄청난 노동집약적 작업으로 힘이 많이 들고 쏟아 붓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색감마다 일일이 뽑아내고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작업은 마음에 드는 하나의 작업이 나오면 나머지는 전부 버리게 된다. 좋은 게 나올수록 다른 작업들은 버려지게 된다는 얘기다. 더 좋은 느낌이 나오게 만들려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작업이다. 오죽하면 컴퓨터를 하면서 손에 쥐가 날 정도라고 한다. “처음에는 디지털 효과가 신기해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눈에 익으면서 쉽고 하찮아 보일 수 있어요. 때문에 디지털 느낌이 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그래서 물감을 칠한 느낌이 들도록 했죠. 쉽지 않았지만 경험을 통해 점점 노하우가 쌓였고 회화의 느낌을 디지털로 만들 수 있게 됐죠. 이런 방법은 일반적인 교재나 지침서에는 나와 있지 않아요. 물감의 느낌이나 판화의 느낌 등 모두 다 표현할 수 있어요. 사실 너무 힘들어서 그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가 1년 동안 작업해 놓은 양은 무려 1TB다. 하지만 그중에 1GB 정도만 작품으로 완성될 뿐 나머지는 모두 쓸 수 없다고 한다. 디지털 작업은 변수가 너무 많아 같은 작업을 못 만들고 다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에 정말 쉽지 않은 고달픈 작업임을 느낄 수 있었다. 합성 사진을 만들어 작업하는 경우는 많지만 회화적 느낌을 가미한 작가는 거의 없을 정도다. 결국 자기 나름의 기법과 스타일을 개발한다는 게 힘든 일임을 새삼 느끼게 된다. 특히 그의 작품은 그냥 색만을 칠한 게 아닌 입체감을 표현해 두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 없는 색을 임으로 다 입혔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색을 넣은 것이다. 이러한 입체적 처리가 작품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원본 사진을 보면 정말 달동네 같은 분위기로 회색빛이 만연해 우울한 느낌이지만 그의 작품은 밝고 화사한 입체적인 마을로 새롭게 태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마을의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섬세한 작업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해외의 도시나 마을을 소재로 집 작업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는 그의 사진 드로잉 작품은 리서울 갤러리에서 11월 7일부터 20일까지 열리는 ‘집이 있는 풍경’전에서 사진이 보여주는 또 다른 색채의 향연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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