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신차 출시 없고 수입차 공격은 점점 심해져

올 후반기 자동차 경기가 걱정된다. 이미 이러한 조짐은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어서 예상은 충분히 할 수 있으나 정도가 심하고 길게 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하여 가장 민감하고 빠르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어서 후반기가 더욱 걱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는 물론 메이커 차원에서 판매 활성화를 위한 할인 등 다양한 유인책을 내세우고 있으나 차량 값 대비 인센티브는 매우 약하여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신차 구입 등은 목돈이 소요되는 관계로 아무리 좋은 방법을 제시하여도 비용 대비 큰 인센티브가 없으면 실질적인 구매로 나타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크다. 더욱이 후반기에는 가장 큰 유혹 요소인 신차 출시가 거의 없어서 위축이 더욱 커질 것이고 위력을 더해가는 수입차는 상대적으로 국산차 점유율을 뺏어가면서 더욱 국산차 위축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수입차 중 독일산의 위력은 기본이고 일본산 신차가 수입되면서 관심이 크게 증폭되고 있는 점도 유심히 생각해야 한다. 이래저래 국산차 메이커의 입장이 더욱 어려워지는 현상이다. 현대차 그룹의 경우 국내외 시장에서 고민되는 부분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국내 75~80% 점유율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수입차의 위상이 더욱 거세지면서 다양한 차종 군에서 수입차 후보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해외 업체들이 중저가 모델 투입, 가격 낮추기, 애프터서비스 강화 등 정공법을 구사하면서 최근의 흐름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대의 대형차는 물론이고 중형차 군까지 위협받고 있다. 수입차 활약 국산차 위축 예상 이에 따라 점유율에 한계가 있는 한국GM과 르노삼성, 그리고 쌍용의 경우도 새로운 차종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점유율 지키기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최근 또 하나의 흐름은 상용차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버스, 트럭 등 각종 상용차 군에서 현대차는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1톤, 2.5톤 트럭이나 25인승 버스 등 일부 영역에서는 독점적인 지위로 절대왕국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현대가 독점을 무기로 가격 등을 임의로 휘두르면서 무리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독점체제도 무너질 전망이다. 대우버스 등이 25인승 버스 등을 투입하고 타타대우가 차종 다양화를 꾀하는 데다, 해외 브랜드까지 다양한 차종을 국내에 본격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경쟁 시장으로의 변모가 확실시된다. 이렇게 품질과 가격, 애프터서비스 등에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선진형 시장으로 탈바꿈된다는 의미다. 해외 시장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4대 중 3대를 수출하고 현지 생산을 통하여 지역적 공략을 서두르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각 지역의 특색에 맞춰 차종 투입과 시장 점유율 확대를 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세계 각 시장에서 판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가장 큰 미국 시장에서 다시 회복을 선언한 일본의 도요타, 혼다 등이 위력을 더해가면서 현대차가 그간 이들에게서 뺏어온 점유율을 이들이 다시 뺏어가는 양상이다. 물론 최근 준공한 베이징 현대차 제3 공장이나 11월 준공될 브라질 공장은 현지에 맞는 차종 투입이라는 강점을 무기로 점유율 확대에 나설 예정이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3대 자동차 축의 위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3강 중에서 가장 취약했던 미국 차의 경우도 최근에는 고연비와 고성능은 물론이고 소비자 취향에 맞는 차종을 내놓으면서 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이 고민된다는 것은 현대차 입장에서 난제가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떠오르는 동남아 시장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도네시아 시장의 경우 2~3년 이내에 100만대가 팔리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시되지만 현대차는 아직 발도 들여놓지 못한 실정이다. 이미 수십 년간 절대 강자인 일본차가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있으나 해외 한상 중 가장 규모가 큰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과의 법정 다툼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진출 자체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해결할 수도 있었으나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고 할 수 있다. 타이밍을 놓치면 시장은 뺏길 수밖에 없다. 약체 미국 차도 최근 다시 상승 이렇게 커지고 있는 제 3세계에 대한 그림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면 현대차의 글로벌 메이커로의 발돋움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품질 제고 등 여러 장점으로 점유율을 늘려왔으나, 여기에는 미국 메이커의 부실과 일본 대지진 등 환경적 도움에 따른 어부지리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자신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대중 브랜드가 아닌 프리미엄 브랜드의 개발 및 안착, 항상 고민되는 노사 문제 등 다양한 과제도 함께 해결하여야 한다. 최근 대선 분위기에 휩쓸려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불리한 부분이다. 최근 국내 자동차 공장의 근무방식이 종전의 주야 2교대에서 주간 2교대로 바뀐 것도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곤혹스런 부분이다. 현대차가 각종 현안에 대하여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현명하게 미래를 설계할지 냉혹한 시험을 받고 있는 시점이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