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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은 작가, 비범한 일상의 삶 “당신도 공감하시나요?”

그림일기에 여성의 시대적 고민까지 담아낸 조장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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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1호 김대희⁄ 2012.12.20 10:45:59

아프거나 슬플 때 가장 위로가 되는 건 약도 아니고 어떤 위대한 사람의 조언도 아니다. 나와 비슷한 아픔이나 슬픔을 가진 또 다른 이를 만났을 때일 것이다. 동질감 그리고 공감. 내가 혼자가 아닌, 나 혼자만이 겪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비로소 외로움이나 슬픔은 위안을 받는다. 그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어느 누구에게나 불특정다수에게 순간순간 다가온다. 화가가 느낀 일들이라고 해서 혼자만 느낀 게 아닌 어느 누가 함께 느꼈을 수 있다. 때문에 작품이 공감을 얻고 이를 통해 위안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꾸준히 그림일기 작업을 해왔어요. 젊은 여자로서 일상에서 느끼는 생각과 사건을 주된 소재로 다뤘죠. 내 자신의 그림일기이자 이를 통해 같은 또래 여자들이 공감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없는 이야기가 아닌 실제 겪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죠.” 자신의 일상에 대한 생각과 관심이 많았던 조장은 작가는 자신이 느낀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림일기 형식의 작업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특히 자신의 생활일기와 같은 이야기를 기록하며 같은 고민을 가진 현 세대 여성들과 함께 그림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고 깊이 공감하고자 한다.

일기하면 현대와 맞지 않는 고전전인 느낌이 들 수 있지만 그녀의 작품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현대 감성에 맞춘 밝고 경쾌한 분위기에 강렬하지만 차분한 색감이 돋보인다. 일기이기 때문에 지어낸 이야기가 아닌 직접 겪고 느낀 일들이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작가이자 한 여성으로서 하고자 하는 말들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그녀는 대학시절 자화상 작업을 주로 해왔다. 사람의 얼굴이나 표정은 많은 걸 보여주는데 속마음이 얼굴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도 그리지만 자신의 얼굴을 먼저 그리기 시작한 그녀는 매일 똑같은 얼굴인 것 같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비춰지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그러다 자신의 관심사가 멀리 있지 않고 작은 일상에 있음을 느끼면서 2006년 첫 개인전에 ‘그림일기’라 명명한 작업을 선보였다. 어린 시절 그림과 함께 글을 썼던 그림일기라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그녀의 그림에는 항상 짧은 글이 함께 들어간다. 그림의 이해를 돕는데 한결 수월하면서 그 문구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어린 시절 그림일기에서 착안해서 그리게 됐는데 그림과 글이 함께 들어가는 그림일기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예전 동양화를 보면 그림과 글이 함께 담긴 작품들이 많은데 이런 동양화의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풀고 싶기도 했고 나만의 스타일로 현대적 감성을 입혔어요.” 그녀의 작품은 대부분이 자신의 일기이지만 다른 사람의 일기를 그릴 때도 있다. 하지만 항상 그녀의 모습이 작품에 등장한다. 왜냐면 그녀가 아는 일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난 개인전에서는 ‘여자, 서른-아무도 내게 청혼하지 않았다’를 주제로 30대 미혼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과 감정을 작가특유의 솔직함과 유머러스함으로 표현했는데 30명의 미혼남자 지인들의 모습을 직접 촬영하고 인터뷰해 인물들의 특징과 사연을 담았다. “제가 모르는 이야기는 그리지 않아요. 다른 이들의 일기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만의 방법으로 해석해서 작품으로 표현하죠. 그래서 제가 등장하기도 해요. 한 번은 어머니의 일기를 작품으로 그려서 전시를 한 적도 있어요. 더 폭넓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어머니의 일기를 작업으로 다뤘어요. 점차 나에 대한 이야기에서 타인에 대한 이야기로 넓어졌어요.”

그녀는 이처럼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유쾌하고 진솔하게 풀어낸 그림일기 작업을 한데 모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고운 색감이 도드라지는 그녀의 작품은 동양화 전통재료인 분채를 사용한다. 분채는 수십 번 칠해 색을 올려 완성되는데 이 과정이 힘들지만 즐겁고 이렇게 나온 색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감상하는데 부담 없고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서 동양화 전공, 자화상 작업 몰두하기도 “저는 예술가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자 사람이면서 사회의 한 구성원이죠.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만 느끼는 게 아닌 저와 같은 여성이 살아가면서 겪고 느낀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함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됐으면 해요.” 매일매일 살아가는 일상은 반복되는 것 같지만 언제나 다르다. 때문에 소재에 대한 걱정은 덜하지만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까하는 고민이 있다는 그녀는 주제는 변함없이 이어가겠지만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부분에서 더 연구하고 변화를 주고자 한다. 그녀는 결코 어려운 그림이 아닌 각자가 느끼는 그대로 편하게 바라보고 나아가 그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는 일기가 됐으면 한다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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