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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 시라이시, 빛과 공간을 매개로 상상력을 실재로 구현해

색채와 공간의 개인적 심상에 기반한 시각적 연구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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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1호 왕진오⁄ 2012.11.21 16:18:56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유코 시라이시(Yuko Shiraishi,56)는 오랜 시간에 걸쳐 색채와 공간의 개인적 심상에 기반한 시각적 연구와 실험적이고 건축적인 접근 태도를 보여준다. 우주, 과학, 실존, 원형과 같은 실재하면서도 근본적인 작품 주제를 탐구한 시라이시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SPACE SPACE'전을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 펼쳐 놓는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설치작품 'Space Elevator Tea House'는 17세기 일본 전통 다실의 특징에 따른 공간적인 변역을 통해 물리적인 벽이나 두터운 기둥너머의 상상력을 극대화한다. 이 공간의 크기는 일본의 평방 단위를 지칭하는 다다니 넉장 반 크기의 면적으로 한 사람이 머물기 위해 최소한으로 필요로 하는 크기 및 공간의 최소 단위의 물리적인 접근에서 시작됐다. "우리가 하나의 공간에서 몸을 일으키는 즉시 필요로 하는 모든 공간을 가지게 된다"는 작가의 표현처럼 삶에서 실재하는 조건이 철학적인 사유를 통해 공간감적 상상력으로 향하는 이 작품은 마치 우주선 디자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생존을 위한 목적과 함께 시공간의 초월을 지향하는 두 가지 상이하지만 연결성을 지니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을 유지한다.

마치 하늘의 인공위성과 연결된 듯이 연출된 원형의 빛 기둥은 이 공간의 중심으로부터 바닥을 관통해 천정을 너머 향한다. 이는 공상 과학 소설의 거장 아서 C. 클라크의 소설 '낙원의 샘'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우주 엘리베이터, 즉 지상에서 우주까지 수만 킬로미터를 연결해 주는 공간을 실제적인 사례 연구들을 통해 조형적으로 재현해냈다. 작가는 전통 다실을 '공간'과 '우주'가 겹쳐지는 상상의 공간으로 상정하여 시작되고 생성되는 다양한 실재, 마치 건물이 지어지고 지하가 조성되는 것 같은 무형의 공간에 대한 인식의 확장을 자연의 근본적인 현상과 소통하게 했다. 시라이시는 이번 전시에서 설치작업과 함께 일련의 추상 그림을 선보인다. 작가는 색면회화나 단색화의 형식적 접근을 시작으로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기하학적 형상의 중첩 혹은 단색의 수평선이 사유하는 조형적 요소의 개념적인 접근들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시라이시는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은 추상회화를 주로 작업해왔으며 1980-90년대에는 캔버스 위에 두 가지 색을 배치함으로써 이들간의 치열한 상호관계를 빛과 톤의 균형으로 보여주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캔버스를 벽 속에 매립하여 회화의 면과 벽의 표면이 균일하도록 설치하거나, 입체적인 색면큐브를 벽에서 돌출되도록 설치하는 등 평면회화를 넘어서는 건축적 실험을 시도해왔다. 이후 그녀의 작품은 색채와 분할된 벽, 의자 등을 이용해 관람자의 눈높이를 이동시키며 공간을 유희하는 방식으로 점차 전개되었다. 기존의 미니멀리즘 회화가 보여주는 매끈한 표면과 물성자체를 대상으로 삼는 태도와는 달리, 시라이시는 캔버스의 색면과 설치되는 공간, 또 이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관계적 측면을 보다 중요시했다.

이후 작가는 타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런던 BBC 방송국, 리젠트 운하, 독일의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일본과 런던 소재의 병원 같은 다양한 장소에서 색면 회화를 공공 프로젝트로 확장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러한 태도는 미술과 건축의 관계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더니스트 미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들은 서구 현대미술에서 점차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반(反)모더니스트적 회화 방식과 건축 공간의 물리적인 확장, 변형을 통한 심리적인 반전이라는 중요한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유코 시라이시는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1988년 런던의 에드워드 토타 갤러리의 첫 번째 개인전 이후 전 세계 유수의 갤러리 및 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졌다. 독일 빌헬름 학 미술관(2007), 영국 리즈 시립미술관, 아일랜드 크로포드 아트 갤러리(2003), 독일 비스바덴 미술관(2002), 영국 테이트 미술관 세인트 이브스(1999), 부다페스트 에른스트 미술관(1998) 등이 있다. 뉴욕의 레오나르드 허튼 갤러리(2006), 런던의 아넬리 주다 파인 아트(2009), 스위스 바젤의 지젤 린더 갤러리(2010), 도쿄 시게루 요코타 갤러리(2011)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주요 소장처로는 영국예술진흥원, 영국문화원,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헝가리 루드비히 미술관, 일본 오사카 국립미술관, 스위스 막스빌-조르주 반통엘루 재단 등이 있다.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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