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가득 담긴 전투기와 항공모함 그리고 구축함등 전쟁과 바로 연관지어 떠오르는 대표적인 상징물들이다. 어린시절 전쟁놀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무의식적으로 펼쳤던 전쟁놀이와 컴퓨터 게임에 몰입되어 적들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발사하는 총과 포탄들이 사람들을 죽이는 살인 병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은 가히 엄청날 것이다. 작가 송현주(34)는 '전쟁'으로 상징되는 남성적인 욕망 속에 감춰진 기호를 다양하게 해석해 만든 시나리오를 12월 2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통인옥션 갤러리에서 우리에게 공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송 작가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있을 가상적 상황을 과거의 실재상황을 통해 가상적 전투 시나리오를 만들고 이에 따라 인위적으로 예언되어지는 전쟁사를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가 전쟁관련 오브제를 화면에 올려놓은 것은 미국 항공모함을 본 이후였다 디지털 방식으로 전쟁에 대한 가상실험을 했는데 아날로그 방식보다 너무 소모적이어서 컴퓨터가 아닌 과거의 지도에 그려진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모의 전쟁(War Game)을 보았기 때문이다. "전쟁이란 것이 역사적으로 남성 전유물로 인식된 것 같습니다. 전쟁 속에 여성이 자주 등장하고, 비행기나 여러 군용장비에 여성의 모습이 강렬하게 드러나느 것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겠지요. 전쟁을 겪지는 않았지만 비행기나 전쟁 물품을 오늘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시나리오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작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쟁이라면 무겁고 비극적인 이미지가 먼저 눈앞에 나타난다. 하지만 송현주가 그려낸 전쟁의 형상은 사전적인 내용이 아니라 인간 욕망의 접전지인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총화인 컴퓨터 데이터가 영원할 것 같지만 시간의 흐름으로 그 파일마저도 손상을 입는 것이 현실이다. 고정된 진리의 이미지가 없는 것처럼 그는 하나하나 시간의 궤적으로 쌓아 올린 흔적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송현주 작가는 끊임없는 실험과 창작의지 속에서 호소력 있는 이미지와 주제의식을 통해 인류사의 비극에 대한, 미디어 매체에 숨어있는 무의식적 세뇌와 파괴성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이미 우리 감각기관의 일부가 되고 기폭과 확장으로 전체를 지배하게 된 테크노코스모스 시대에서, 가상 시각체험만을 의존해 자칫 잃어버릴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직감과 관찰을 되찾는 메시지를 그림의 다양한 실험적 방식으로 실천하고 있는 오늘의 작가 송현주를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