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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YS는 없다…각자도생만 있을 뿐

朴, 한광옥·한화갑·김경재…文, 김덕룡·문정수·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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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5호 심원섭⁄ 2012.12.17 11:25:11

우리나라 야당사의 양대 축인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 인사들이 12월 12일 오전 10시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일주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이들의 만남은 여의도 정가는 물론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날 다시 뭉친 두 진영의 만남은 ‘절반의 재회’였다. 상도동계 핵심인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선언 이후 동교동계 인사들의 초청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과 정대철 고문, 김상현 전 의원, 설 훈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김 상임의장을 비롯, 문정수 전 부산시장, 최기선 전 인천시장, 심완구 전 울산시장 등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상도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동교동계와 상도동계는 지난 85년 DJ와 YS를 공동의장으로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을 결성, 함께 활동했으나 87년 대선 국면에서 ‘양김’(兩金)의 분열로 갈라섰다. 그러다가 2009년 DJ 서거 후 민추협 멤버들의 대규모 회동이 이뤄진데 이어 그해 연말 YS주재로 만찬 회동이 열리는 등 화해와 통합 무드가 조성됐으나 그 이후 교류는 다시 뜸해졌다. 김 상임의장은 “87년 YS와 DJ의 단일화 실패로 민주화가 늦어지고 지역분할 구도도 심화됐다. 우리가 잘못 모신 것”이라며 “이제라도 힘을 모아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운을 뗐다. 이에 권 고문은 “다시 뭉치게 돼 기쁘다”며 “과거 서슬퍼런 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위해 항거한 정신으로 다시 하나가 됐다”고 화답했다. 그리고 동교동계 막내격인 설 의원이 YS가 박 후보를 명시적으로 지지한 게 아니라는 김 상임의장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언급하자 김 상임의장은 “YS는 대통령을 지낸 어른으로서 현실정치로부터 초연해있는 입장”이라며 “몇 사람이 자기들 밥그릇 문제로 ‘YS 뜻이다’라며 오도를 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87년 6·10 민주화 항쟁 당시 등 민추협 활동을 회고하며 “87년 민주화 운동을 했던 심정으로 돌아가 정치혁신과 국민정부 창출을 돕자”고 의기투합했으며, 특히 유세 등에도 적극 나서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 상임고문과 상도동계의 핵심인 김 상임의장이 만나 ‘민주대연합’이 이뤄졌다는 반응이 나돌기도 했으나 동교동계나 상도동계 모두가 뭉친 건 아니고 문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들만 뭉쳐 ‘절반의 화합’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동교동계의 한화갑, 한광옥, 상도동계의 김봉조, 김수한, 김우석 등 핵심인물들이 이미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양 계파인사들이 엇갈린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임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YS의 차남인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연구교수)도 12월 10일에 이어 12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혹독한 유신시절 박정희와 박근혜는 아버지와 딸이 아니라 파트너로서 이 나라를 얼음제국으로 만들었다”며 “이번 선거는 민주세력이 이겨야 한다”는 글을 올리며 사실상 문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리고 현철씨는 CNB저널과의 통화에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표명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문 후보 지지를 확실히 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현철씨는 “아버님(YS)께 말씀드렸고 묵시적으로 동의를 하셨다”면서 “김덕룡 의장의 (문재인 후보)지지에 YS가 아무런 말씀을 안 하시는 건 이를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YS는 공식적으로 박 후보나 문 후보 어느 쪽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엄정 중립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YS의 대변인격인 박종웅 전 의원도 “개인적으로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고 김덕룡 의장의 지지선언을 존중한다”면서도 “YS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문 후보를 지지를 표명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 전 의원은 “YS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면서 YS의 의중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YS의 의중이 정해지면 행동을 같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DJ와 영욕을 함께 해온 동교동계가 대선의 길목에서 갈라섰다. 한광옥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긴데 이어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도 12월 6일 박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는 등 동교동계의 상징적 인물들이 연이어 박 후보 캠프로 합류한 것이다. 이들 이외에도 이윤수, 안동선 전 의원 등 일부 범동교동계 인사들이 이미 박 후보 캠프에 둥지를 틀었고, 김경재 전 의원은 새누리당 국민대통합위원회 기획담당특보로 활동하고 있다. 한광옥, 한화갑 두 전직 민주당 대표의 박 후보 지지를 놓고 동교동계는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DJ 비서 출신인 김옥두 전 의원은 5일 한화갑 전 대표에게 ‘동지이자 친구 화갑이, 도대체 어디갔나’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현충원에 있는 DJ가 통곡하고 광주 5·18 묘역의 민주 영령들이 통탄할 것”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쏟아낸 바 있다. 이어 김 전 의원은 “우리는 1965년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동교동에 들어와 45년간 한솥밥을 먹어온 사이”라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행동하는 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DJ의 유언을 벌써 잊었는가”"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에 대해 서운한 점이 많은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평생 쌓아온 모든 것을 저버리고 갈 수는 없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박 후보에게는 가지 않겠다고 공언하지 않았느냐”며 “친구, 이러면 안되지 않는가. 나중에 저 세상에서 무슨 낯으로 대통령님을 뵙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녕 발길을 돌릴 수 없다면 더이상 DJ를 거론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권 상임고문도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12주년 기념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화갑 전 대표의 박근혜 후보 지지선언은 DJ의 뜻에 반하는 길로, DJ가 살아있으면 얼마나 마음 아파했겠느냐”며 “이희호 여사도 통탄을 금치 못하고 분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교동계 인사들은 2009년 8월 DJ의 서거 이후 매주 화요일마다 동작동 국립현충원내 DJ 묘역을 참배해왔으나 한광옥, 한화갑 전 대표의 경우 최근 들어서는 이 ‘회합’에 불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이들 인사가 이미 탈당하는 등 한차례 동교동을 ‘배신’했던 인사들이라는 점을 들어 동교동계의 대표성이 없는 만큼 이들의 행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광옥, 한화갑 전 대표는 지난 4·11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했으나 한광옥 전 대표의 경우 공천을 받지 못한 뒤 정통민주당을 창당했으며, 2010년에 평화민주당을 창당했었던 한화갑 전 대표는 무소속으로 전남 무안·신안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동교동계 일각에서는 “친노 당권파의 홀대가 현 상황을 부추겼다”는 불만섞인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이에 한 동교동계 인사는 “가슴이 아프고 참담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직격인터뷰 ①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상도동계 전부 박근혜 지지한 것 아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12일 YS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명시적으로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김 상임의장은 이날 시내 한 호텔에서 1980년대 한국 정치사의 양대 산맥인 상도동계(김영삼 전 대통령 계파)와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 계파)가 만난 뒤 CNB저널 기자와 만나 “김 전 대통령을 모셨던 상도동계는 민주화 투쟁으로 일관해 온 세력”이라며 “그들이 전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건 옳지 않다”고 설명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김 상임의장은 “(문 후보를 지지한) 선택의 결정은 김 전 대통령의 의견과 상치하지 않고, 제 선택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김 전 대통령과 사전 상의는 없었지만 차남인 김현철 전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게는 알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상임의장은 “솔직히 문 후보 지지률이 앞서가고 있었다면 내가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박 후보로 가는 것은 역사가 후퇴하는 것인데 방관만 해서 되겠느냐는 생각”이라며 문 후보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김 상임의장은 “30년간 민주화 투쟁한 상도동계가 박근혜계로 비춰지는 게 잘못됐다는 생각”이라며 “다른 분도 많은데 정치일정상 빨리 (발표를)할 수 밖 에 없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 상임의장은 “연락을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하고 하면 오히려 그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것 같아서 연락된 우리만하자고 해서 우선 그렇게 했다”며 “평소에 존경하는 민주화 운동을 같이 했던 동지들도 이해해주고 같은 대열에 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상임의장은 “87년 민주화 운동 쟁취 심정으로 돌아가서 정치혁신과 국민정부 창출하는 것이 민주화 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며 “작게는 언론에 나가서 우리의 소신을 밝히고 문 후보 유세에 동참하고, 가능한 모든 걸 동원해서 돕겠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김 상임의장은 박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서지 못했다”며 “결국 또 권위주의로 가는 것이 아닌가,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이 반복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의 후퇴,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상임의장은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의 박 후보 지지에 대해서는 “민주당에 섭섭한 점이 많고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염두에 둔 것 같다”며 “무엇보다 이 시점에서 나라와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느냐를 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상임의장은 한 전 대표가 ‘동교동계는 이제 실체가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는 “지나친 표현”이라면서 동교동계·상도동계 인사들의 연합체였던 민추협의 존재를 언급했다. 직격인터뷰 ②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전라도는 민주당 식민지로 남을 것”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 지지선언 한 한화갑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는 12월11일 CNB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호남 민심을 두고 “이번 대선에서 호남 표는 분명히 예전 대선과 다를 것”이라며 “전라도가 자꾸 민주당을 밀어주면 이제 전라도는 민주당 식민지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최근 자신에게 섭섭함을 토로하며 쓴 서신을 보낸 김옥두 전 의원에 대해 “그거 위선”이라며 “2년 전에 내가 (통합민주당과 경쟁하는)평화민주당을 창당했을 때 동교동에서 저를 제명했으며 동교동 중요한 회의에 저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동교동은 몇몇 사람이 대통령을 차지하고 팔아먹는 동교동”이라며 “그렇게 대단한 동교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4·11 선거(총선) 때도 동교동이 총 동원해서 한화갑이 떨어뜨리는 운동하고 간 사람들”이라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제가 제 의지대로 결정하는 건데 35년 전으로 돌아가서 물어보고 결정해야 되냐. 왜 섭섭하다고 그렇게 말하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민주당만을 위해 싸우라고 말씀하시지 않았고, 지금 상황에서는 민주당도 없고 동교동계도 실질적으로 없다”며 “동교동계는 지금 점심 먹으러 가면서도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 등 실제로 (나를) 파문한 꼴”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전 대표는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도 “지금 민주당은 과거 민주화운동 한 세력들의 정당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이 이름만 바꾼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도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 “DJP(김대중-김종필)연합도 깨졌다”면서 “일단 (문재인 후보가) 권력을 잡으면 안철수는 팽당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는 “배신이나 변절자라고 욕하는데 자기들 주장하고 다르다고 변절이라고 하느냐”라며 “정치 선배에게 무례한 언행”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는 박근혜 후보 지지 이유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 때 호남이 홀대받았는데 박 후보가 호남을 어루만지면 상처가 치유될 것”이라며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유산도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혁당 피해자를 국가유공자로 만들면 결자해지이고, 박근혜의 업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선거유세 참여 여부와 관련해 “한화갑은 어느 당파,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다”며 “새누리당 입당이 아니라 개인자격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선언한 것이라 선거 유세는 하지 않는다. 지지선언이 끝”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한 전 전대표는 “김대중 대통령은 동서화합에 노력을 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의 유지라는 것은 박근혜 후보를 지도자로 키워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저 자신을 위해서 정치했다면 이제는 그걸 떠나서 공적으로 국민을 위해서 재야에서라도 봉사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심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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