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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해 “첫 번째 관객은 자신, 자신에 부끄럽지 않아야”

감동과 더불어 느낌까지, 화폭의 자유로움 표현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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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6호 왕진오⁄ 2012.12.24 15:19:15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김일해(58)가 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하자 부친의 반대에 직면했다. 프로화가의 길이 멀고도 험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한민국 미술 전람회'에서 3년 연속 특선상을 받자 주변 반응도 좋아졌다.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자 반대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었고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됐다. "예전에는 야외 사생도 많이 다니고 모델도 불러 화실에서 인물 그리기도 했습니다. 빛이 좋은 날에는 정물화를 많이 그렸죠. 하지만 요즘은 사생도 자제하고 현대적 구상을 그리려고 많은 작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김 작가가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단지 그림이 주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기 바란다. "그림은 일단 아름다워야 합니다. 제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는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제가 담아낸 느낌은 전달됐으면 좋겠네요."

김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것이 있다. 바로 자기 자신이 그림의 첫 번째 관객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만족하고 앞으로 100년 후에 누가 보더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그림, 그런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한국인이든 미국인이든 유럽인이 보든 같은 공감이 형성되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때로는 시간에 쫓겨 그림 그리기가 힘들 때도 있지만 제 그림을 보고 위안을 얻는 사람들을 보면 다시금 붓을 잡는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남다른 감성적인 그림으로 주목 받아온 그는 재현적인 구상회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데 기여한 것으로 화단의 평을 듣고 있다. 주저함 없이 한달음에 완결된 듯한 매끄러운 호흡으로 만들어 내는 그림은 한마디로 감칠맛 나는 시각적 즐거움이 있다.

또한 색채 선택에서 독특한 시각을 보여준다. 풍경이든 정물이든 현실 색에 얽매이지 않고 자의적인 색채 배열로 현실로부터 독립된 회화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가 만들어 내는 색채이미지는 패셔너블한 세련미로 요약할 수 있다. 보색대비의 강렬함은 물론이요, 중간 색조의 은근한 조화 그리고 미점의 활용 등에서 패션계에서 주목하는 감각을 발휘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색채이미지는 현대라는 시대감각에 일치하고 있다는 평을 자주 듣는다. 아울러 색채가 사라진 부분에는 자연히 추상적인 공간이 들어앉아 있다. 거기에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없으니 색상의 왕래가 자유롭다. 투시되고 투과되며 동시에 투영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상상의 여지가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는 무엇을 나타내는 일인 아름다운 물체로 여전히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의 그림에는 문학적인 은유가 담겨 있다.

눈으로 읽혀지는 감각저긴 표현에서 의식을 투영시키는 내면적인 표현 방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여운 또한 길다. 단순히 시각만으로 발견되지 않는 무엇이 있다. 그 무엇이 우리들 개개인의 지식과 체험과 상상에 의해 조합되는 내적 의미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매끄러운 호흡이 만들어 내는 ‘감칠맛’ 즐거움 김일해 작가는 여행을 하면서 작업의 모티브를 많이 얻는다. 여행을 떠나는 장소는 국내든 해외든 상관없다. 가능한 많은 곳을 다니고 많은 것을 보면서 느낌이 오는 것들을 스케치한다. 비단 손으로 그 광경들을 스케치하는데 그치지 않고 마음으로도 담는다. 사색을 통해 손과 마음에 담긴 모든 것들 중에서 강조할 것과 생략할 것을 정한 다음 밑그림을 그린다. 밑그림을 그릴 때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리가 끝난 상태이므로 그리면서 수정을 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생각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지만 작업이 시작되면 그의 붓은 빠르게 캔버스 위를 넘나든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할 때는 밑 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는 데 치중하는 편이다. 김 작가의 예술 세계는 어떤 특정 대상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통해 그 대상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증가시킨다. 잘 알려진 대상을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지만, 20세기 초 야수파 화가들의 사용했던 색상을 떠올리게 할 만큼 일상적인 색과는 거리라 먼 뛰어난 색상을 사용해 평범한 주제를 재해석해내기 때문이다. 그러한 친숙한 대상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찾아낸다고 할 수 있다. 강렬한 붉은색, 짙은 녹색, 그리고 광채를 띈 분홍색은 일반 구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인상을 보여준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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