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6호 이진우⁄ 2012.12.24 16:59:51
최근 들어 재계의 골프마케팅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 골프선수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후원을 통해 기업이미지 개선에 보탬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인비, 최나연, 유소연, 신지애 등 이른바 ‘세리 키즈’들이 올해 미 LPGA에서 주요 부문의 상을 휩쓸며 메이저 3개 대회 우승을 포함해 9승을 올리는 등 제2의 태극낭자 전성시대를 열면서 골프 열기를 높이는데 한몫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그동안 기업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골프선수들의 후원 정도에 그치던 관행을 깨고 유소연 등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정상급 선수들로 직접 골프단을 꾸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SK텔레콤은 한국골프를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얼굴들의 메인 스폰서를 자청해 중량감이 돋보이는 소수정예 구단을 운영한다. CNB저널이 대기업들의 골프마케팅 속으로 들어가 봤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여의도 63빌딩에서 한화골프단 공식 창단식과 KLPGA 투어 조인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KLPGA 선종구 회장, 한화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단, KLPGA 임원진, 한화골프단 선수 및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대한민국의 골프 신화를 이어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 회장은 창단 격려사를 통해 “한화골프단의 출범은 사업을 통한 보국이라는 한화그룹의 창업이념에 뿌리내리고 있다”면서 “선수 각자가 스포츠 외교 사절단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자신의 명예는 물론 기업과 국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골프 신화를 이어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유난스런 ‘골프사랑’ 한화골프단은 출범 당시 KLPGA 통산 6승을 거둔 유소연을 비롯해 윤채영, 임지나, 김은정, 남수지 등 총 5명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2년간의 계약기간 동안 한화그룹의 상징인 트라이서클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국내외 각종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한화골프단 소속 선수들은 대회 성적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와 해외 전지훈련 비용, 한화호텔&리조트 골프클럽 및 숙박시설 이용 등을 지원받는다. 한화골프단은 창단 4개월 만에 경사를 맞았다. 소속 간판선수인 유소연이 지난해 7월 12일 여자골프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을 제패했기 때문이었다. 유소연은 이날 새벽 콜로라도 스프링스 브로드무어 골프장에서 열린 미 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서희경을 물리치고 극적인 우승을 일궈냈다. 유소연은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281타를 쳐 서희경과 공동 선두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간 뒤에는 연장 17번,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는 등 2언더파를 기록해 1오버파에 그친 서희경을 따돌렸다. 이 대회 우승으로 소속사인 한화골프단은 값진 선물을 받게 됐다. 한화는 유소연에게 국내 최고대우(약 3억 원)의 엄청난 계약금을 안겨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으나 투자금을 일찌감치 회수한 셈이 됐다. 당시 한화는 US여자오픈 우승만으로 2000억 원이 넘는 홍보효과를 누린 것으로 자체 분석했다. 신생 골프단이 LPGA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의 챔피언을 배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한화골프단 관계자는 “유소연의 우승이 확정된 지난해 7월 12일은 ‘한화’라는 이름과 그룹을 상징하는 트라이서클이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알려진 날”이라며 “선수 본인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한화의 브랜드를 알렸다는 의미가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또 “세계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한 국민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골프산업 발전을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그룹과 임직원의 아낌없는 후원도 컸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도 당시 유 선수에게 축전을 보내 “US오픈 우승을 한화그룹 임직원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그는 또 “스포츠 외교 사절단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달라”며 “자신의 명예는 물론 기업과 국가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해 대한민국 골프신화를 이어나가 달라”고 당부했다. 이후에도 김 회장의 골프사랑은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4일간 한화금융네트워크(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증권)가 주최한 KLPGA 투어 ‘한화금융 클래식’ 대회에서 총상금 10억 원, 우승 상금 2억 원으로 KLPGA 투어 역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한 것이다. 당시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홍보실장을 겸임하고 있던 손영신 한화골프단장은 “당초 종전 최다 상금(8억 원, 2010년 하이원컵) 대회보다 많이 책정한 9억 원으로 기획안을 올렸는데 회장께서 10억 원으로 인상하라고 정정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회는 그룹 차원에서 골프마케팅이 집중되고 있던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CC에서 열렸다. 골든베이CC는 골프여제로 불리는 아니카 소렌스탐이 코스를 설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휴양식 골프리조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해안가에 조성됐는데 2.31km²의 부지에 호텔급 빌리지 등 고급 주거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또 한화는 지난 1997년까지 열렸던 서울여자오픈대회를 후원한 바 있다. 당시 박세리가 1995~1997년까지 이 대회를 3연패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998년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왕에 오르기도 했다. 1998년 외환위기로 이 대회 후원을 중단하면서 골프와의 인연이 끊어졌지만, 13년 만에 ‘한화금융 클래식’으로 다시 인연을 맺게 된 셈이다. SK텔레콤 골프단…한국골프 대표 후원 SK텔레콤 골프단은 최경주, 최나연, 홍순상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한국골프를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얼굴들이다. 비록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SK텔레콤 골프단은 중량감이 돋보이는 소수정예 구단으로 자부심이 높다.
특히 최경주와는 특별한 인연이 전해진다. 최경주는 지난 2009년 나이키와 후원 계약이 끝난 뒤 2010년까지 무적선수로 지냈다. SK텔레콤은 2010년에 서브 스폰서를 한데 이어 지난해 1월에는 최경주와 3년간 메인 스폰서 계약을 했다. 당시 주위에서는 ‘최경주 시대는 끝났다’는 소리가 흘러 나왔지만 SK텔레콤은 “지난 1년간 후원하면서 최경주가 글로벌 시장에서 SK 브랜드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돼 메인 스폰서로 나서게 됐다”고 밝혔었다. 결과는 OK였다. 최경주는 계약한 지 4개월 만에 PGA 투어 우승으로 보답하며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최경주의 우승으로 SK는 수백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홍보효과를 누리게 됐다. 최나연도 빼놓을 수 없다. 최나연은 지난해 7월 끝난 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마지막 날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게 아쉬운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든 우승소식을 전할 수 있는 강호로 통한다. 2010년에는 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왕에 등극한 전적도 있다. 올해 최나연은 US여자오픈에서 첫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2승을 올리며 부활을 알렸다. 지난 2007년부터 SK텔레콤의 후원을 받고 있는 홍순상은 KPGA 통산 4승을 기록 중인 KPGA 대표 골프선수다. 지난해에는 KPGA 최우수 선수로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홍순상은 또한 ‘필드의 꽃미남’으로 불리며 많은 골프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난 1997년부터 ‘SK텔레콤 오픈’을 통해 국내 남자 프로골퍼들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한 신인을 발굴·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같은 해 ‘SK텔레콤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최됐으며, 지난 2001년부터 한국프로골프협회와 아시안 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국제대회로 격상되면서 대회 이름이 ‘SK텔레콤 오픈’으로 변경됐다. 또한 2010년부터는 KPGA, 중국, 호주프로골프협회를 포함하는 원아시아 수퍼시리즈에 가입해 우리나라와 아시아를 대표하는 골프대회로서 명성을 높여나가고 있다. ‘SK텔레콤 오픈’에 참여하는 선수들의 면면도 쟁쟁하다. 한국 간판선수인 최경주가 미국 PGA 진출 이후에도 거의 매년 ‘SK텔레콤 오픈’ 대회에 출전해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 지난 16년간 PGA 정상 선수인 코리 페이빈, 프레드 커플스, 레티프 구슨 등 매년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상급 골퍼와 국내·아시아 상위 랭커들이 참석해 ‘SK텔레콤 오픈’이 수준 높은 골프대회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미셸 위의 성(性) 대결 등 다양한 이슈와 볼거리를 제공하며 한국 골프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세리 세계재패 뒤엔 삼성 이건희 회장 ‘골프사랑’
박세리의 지난 1998년 LPGA대회 우승 뒤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남다른 골프사랑이 있었다. 삼성이 골프유망주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은 “골프산업은 세계적으로 한국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산업이다. 골프 꿈나무와 전문 브랜드 육성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1996년 10월에는 세계 최고의 골프교습가인 미국의 리드베터를 국내로 초청, 중고생 유망주를 대상으로 집중 강습을 실시했다. 1997년 초 박세리가 리드베터의 문하생으로 들어가게 된 것도 이 회장의 강력한 후원에 따른 것이었다.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얘기가 있다. 골프는 이 회장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지난 1980년대 중반, 자동차 사고로 중상을 입었던 이 회장은 수술 후의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후유증을 안양CC에서 새벽 골프로 극복했다는 후문이다. - 이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