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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나의 꿈 나의 길 ③]자유롭지 못했던 편견의 벽을 넘기까지…

베테랑도 초보도 아닌 6년차, 역할이 많아짐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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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7-308호( 박현준⁄ 2013.01.02 14:32:11

갤러리를 찾는 손님들 중에는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이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어떤 노래가 좋은지 따지지 않고 듣는 것처럼, 자꾸 보고 느낄수록 나에게 맞는 그림이 생길 거라고 대답한다. 음악에도 수준은 존재하듯 미술작품에도 분명히 수준은 존재한다. 그래서 볼수록 발전하고 안목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미술작품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지만 지친 삶을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위로받은 사람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하나씩 변화 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각자의 위치에서 예술로서 하고 있는 노력이고 변화이다. 하물며 그것에 대한 열정과 애정, 자부심이 기관, 소속, 직함에 따라 다를 수가 있을까. 미대를 졸업하고 상업갤러리에 입사해 일해 온지도 어느덧 6년 정도가 되었다. 어느 분야에서나 그렇듯, 베테랑이라 하기에는 부족하고, 초보라기엔 타성이 생겨버린 어정쩡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행여 상업갤러리 큐레이터라는 타이틀로 무시당하지 않을까 밤낮으로 전시를 찾아다니고 작가들의 비평문과 이론서적을 들여다보며 지냈던 시간들이 새삼 생각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단순히 치기어린 자존심으로 그 시절의 노력들을 치부하기엔 당시 나조차도 스스로 쌓아놓은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했었다. 가령 상업화랑 대표를 관장이라고 부르지 않듯 큐레이터라는 직함이 스스로도 겸연쩍어 지는 순간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을 사고판다는 것이 어쩌면 ‘순수’한 목적에서의 전람보다 덜 ‘순수’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작품의 가치를 정신적인 부분보다는 물질적인 결과에서 찾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런 행위조차 가치를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지자면 후원과 수집행위야 말로 박물관형성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 아니었던가. 컬렉션의 나열에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큐레이터라면 조금 더 구체화된 목적을 가지고 전람하고 안내하는 것이 상업화랑의 큐레이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중의 문화적 기대에 이바지하는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 일반인들이 내 집에 걸고 싶어 하는 그림이 어떤 것인지는 더 잘 알 수 있다. 위대한 예술을 향유하도록 교육하고 출판하는 공공의 역할을 하는 미술관, 박물관은 원칙적으로 전 국민에게 개방되어있지만 실제로 그 문의 자물쇠를 쥐고 있는 것은 관계 공무원이나, 소수 전문가이다. 도리어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노력의 절실함은 상업갤러리 관계자들을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 그런 차이들을 두고 봤을 때 우위를 가리거나 경중을 두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라다니는 편견의 시선은 드러내 표현되지 않지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껄끄러움이다. 여러 가지 구조적인 한계, 금전적인 한계로 인해 양질의 전시가 불가능한 소규모 화랑의 큐레이터들이 몇 배로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큐레이터 본질적 의미를 현장에서 찾고 싶어 여느 대규모 기관의 기획자마냥 내가 선택한 작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같은 출발선에 서게 해주고픈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기대만큼 처우해 주지 못하는 화랑에 볼멘소리를 하는 작가들이 더러 있다. 그럴 땐 차마 알 수 없던 기운마저 다 빠져 나가는 듯하다.

수많은 상업화랑의 큐레이터들이 시간과 정성을 다해 고객을 대할 때, 몸담은 화랑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많을까, 내 작가를 위한 경우가 많을까.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건 한 번쯤 고마움과 애정을 담아 응원해주는 말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년배 큐레이터들이 하나 둘 지쳐갈 시기가 오는 것 같다. 이직을 하기도, 결혼을 하기도 하면서 동기보다 후배들이 많아지고, 내 선택에 의심의 질문을 던지는 순간도 생겼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 내 역할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많아질수록 다시금 주먹을 불끈 쥐고 달릴 준비를 하게 된다. 그 길에 오래도록 함께 할 친구처럼 좋은 작가와 좋은 동료가 더욱 많아지길 바란다. - 고경 갤러리 산토리니서울 큐레이터 (담당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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