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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숭고한 자연의 생명력을 부활

이미지 넘어 내면의 이치 탐구, 입체감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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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07-308호( 김대희⁄ 2013.01.02 11:08:05

자연 생명력의 끝은 어디일까? 추운 겨울에 죽은 듯 보이던 나무들은 따뜻한 봄이 오면 새싹을 피우며 자라기 시작한다. 잘려진 나무에서도 잎이 자라고 새로운 생명이 끊임없이 소멸과 탄생을 반복한다. 이러한 자연의 생명을 그 대상만이 가진 고유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영학 작가를 서울 대흥동 작업실에서 만났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그리지만 그중에 특히 나무가 많다. “언젠가 잘려진 나무에 새싹이 나는 걸 보면서 알 수 없는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그 이미지를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그 대상만이 가진 고유한 무언가가 있을 꺼라 생각했죠, 제 작업은 이를 그림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그의 작품 중 파인애플을 그린 그림이 있다. 파인애플을 일부로 그리려 한 게 아니었다고 한다. 파인애플을 사기 위해 과일가게에 갔는데 당시 파인애플의 모습이 사람처럼 보이며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그리게 됐다. 이처럼 그는 자연 속 나무만이 아닌 일상생활을 하는 중 정감 가는 대상들을 주로 그려왔다. 그의 작품은 보는 순간 일반적인 작품과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가시가 돋은 듯 꺼칠한 느낌 또는 캔버스 위에 실로 꿰맨 듯한 느낌 등 독특한 표현법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나무나 잎을 그냥 그리면 있는 그대로 가져온 것과 같은 즉 사실적인 그림이 된다. 하지만 거기에 선으로 더 표현해 무언가 다른 느낌과 독특함을 입혔다. 먼저 형태를 그려놓고 일일이 선과 점을 찍어 완성하기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은 작업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어떤 대상만이 갖고 있는 설계도 같은 게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존재하는 그 대상을 점이나 선으로 분해해서 다시 저만의 방식으로 캔버스에 재조합 한 거죠. 대상과 제가 부딪혀 나온 결과물이에요. 작품을 보면서 여러 가지 많은 느낌을 받으시는데 그냥 물감으로 이뤄진 그 자체에요. 자연의 생명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전달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의 작품은 평면임에도 배경과 대상이 마치 분리된 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왠지 모를 따스함과 생명의 힘찬 에너지가 흘러나옴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색감도 미리 정하지 않고 하나씩 그려가면서 마음이 가는대로 감정에 이끌려 그때그때에 맞춰 칠한다. 작품에서 색이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그는 색의 연결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특히 그가 그리는 나무 중에 아카시아가 가장 많은데 아카시아는 그에게 생명력의 강함을 일깨워준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아카시아가 생명력이 강하더군요. 그 강한 생명력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또한 그 잎들이 아름다웠고 환상적으로 보였어요. 제가 그리는 자연의 생명력 표현과도 아카시아가 잘 맞았고 그 이후 나무 그중에서도 아카시아를 많이 그리면서 시리즈로 해왔죠. 그러면서 조금씩 여러 가지 대상으로 넓혀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전에 산으로 직접 스케치를 많이 다녔다고 한다. 처음에는 있는 그대로 자세히 그려왔지만 점차 단순화 시키면서 지금의 작업까지 오게 됐다. 지금은 나무에서부터 잎사귀까지 단순화 시킨 작업을 하고 있다. “보이는 그대로의 이미지를 옮겨오는 게 아닌 실제 대상을 내 방식대로 이미지화해서 물감으로 캔버스에 표현하는 게 내 성향과도 맞는 것 같았어요. 모든 동식물이 본능대로 사는 것처럼 나다운 삶을 살고 싶어요. 화가 출신인 부모님을 통해 어릴 적부터 좋은 그림을 그리라는 조언을 들으며 많은 영향도 받았고 그림과 함께 살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에게는 가장 자연스러웠어요.”

그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그림에 충실하고 나머지는 관람자의 몫이라며 그림을 감상함에 있어서도 자유롭게 보고 느끼길 원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몸이 좋지 않을 때 한의원을 찾아 침을 맞듯이 자신의 그림이 사회에 침을 놓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그는 그림을 통해 생명력이나 의욕을 느끼고 힘찬 에너지를 느껴갔으면 했다. 앞으로도 자신이 직접 만드는 인위적인 변화보다 작품 속에서 저절로 나오는 변화를 추구한다는 그는 많은 전시를 열지는 않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평생 그림을 그려나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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