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최우선 과제 “빈부격차·양극화 해소” 43%
새해 경제성장률 금융위기 이후 최악 “3% 이하” 60%
우리나라 30대 대기업 대부분은 박근혜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민주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부분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민주화 최우선 과제로는 ‘양극화 해소’와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확립’을 꼽았다.
하지만 재벌개혁 정책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별개’라는 기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의 입장에 호응했다. 출자총액 제한·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재벌지배구조 개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새해 경제성장률은 대부분 기업들이 3%를 밑돌 것으로 내다봐 경기침체가 계속될 전망이다.
30대 그룹 홍보책임자에 21개 현안 설문조사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경제민주화의 우선과제를 묻는 질문에 43.3%가 ‘빈부격차 등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일’이라는 응답도 36.7%에 달했다. ‘경제민주화하면 어떤 단어가 연상되느냐’는 질문에도 양극화 해소(43%)를 첫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재벌개혁(30%), 정치적 주장(13%), 대-중소기업 상생(10%) 순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소상공인·서민 등 경제적 약자 보호’가 우선이라는 응답은 10%에 불과했으며, ‘재벌의 기업지배와 편법상속 개혁’엔 단 1곳(3.3%)만이 답했다. 또한 ‘기업형 슈퍼마켓인 SSM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에 73.3%(적극 공감(20%), 공감(53.3%))가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대형마트의 일요일 의무 휴업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50%)가 찬성(30%)보다 많았다. 법인세 인상에 있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대한다’가 56.7%로 ‘공감한다’(30%)는 의견을 크게 앞섰다. 특히 기업들은 경제민주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재벌지배구조 개혁에는 대부분 반대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대부분 기업들이 새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공감한다’는 응답이 70%(공감66.7%, 적극 공감3.3%)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응답(20%)을 압도했다.
규제보다 ‘발전적 상생’ 역점 둬야 하지만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은 별개’라는 전경련의 기존 주장에 대해 73.3%가 찬성했고 반대한다는 입장은 16.7%에 그쳤다. ‘경제민주화가 자유경쟁 및 시장논리에 역행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찬성 응답이 30%에 이르렀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12월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경제민주화가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와도 큰 차이가 없다. 당시 조사에서 순환출자 금지나 금융자회사 보유 주식 의결권 제한 등 기업지배구조 규제에 대해 ‘규제 도입 대신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동반성장을 실천해야 한다’는 응답이 47.9%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27.1%)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또 ‘경영권 안정에 역행하는 제도’로 42.6%가 ‘순환출자 금지’를 꼽았으며, 출자총액 제한, 지주회사 규제, 금산분리 강화 등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는 대기업들이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를 통한 양극화 해소에는 공감하면서도 각종 규제에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표면적으로는 ‘규제보다 발전적 상생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라는 새 정부의 경제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 공약을 내세워 기업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SSM(기업형슈퍼마켓) 규제와 관련한 법개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등 강제적인 제도 적용 보다는 자율적 상생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재벌정책 ‘무난할 것’ 하지만 이 같은 기업들의 태도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동일시하는 국민 정서와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지난 7월 원혜영 민주통합당 의원과 참여연대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경제민주화도 해야 하고 재벌개혁도 해야 한다’는 응답이 70%에 달했다. 따라서 새정부는 향후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있어서 국민정서를 감안한 재벌개혁과 기업들의 자율경영 요구를 적절히 융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편 대기업들은 집권여당에 대해 비교적 신뢰를 보였다. 기업들은 ‘경제민주화를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정당’으로 새누리당(40%)을 택했으며, 뒤를 이어 민주통합당(13%), 통합진보당(3%) 순이었다. 이는 새누리당이 헌법의 경제민주화 조항인 119조2항을 만드는 데 적극 참여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재벌개혁 중심의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 것이 신뢰도를 높이는데 유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또 비교적 안정감 있는 포지션을 유지해온 ‘박근혜표 재벌정책’이 대기업들에게 우호적인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비교적 무난할 것’(60%)이라는 응답이 ‘정책변화로 혼란이 야기될 것’(10%)이라는 응답을 압도적으로 앞섰다. 대기업들은 또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질서 확립’과 관련, 우선 추진과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행위 조사권한 및 처벌 강화’(26.7%), ‘불공정거래 금액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23.3%) 등을 꼽았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 완화(처벌 유예 및 소명 기회 부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16.7%에 달했다.
새해 경기전망 금융위기 이후 ‘최악’ 경제 전망에 있어서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새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것으로 예측해 지난해보다 더 힘든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3% 미만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높았고, ‘1~2%미만’(26.7%), ‘3~4% 미만’(13.3%)이 뒤를 이었다. ‘4% 이상 성장’을 점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이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이같은 결과는 앞서 발표된 한국은행(3.2%), 경제협력개발기구(3.1%), 한국개발연구원(3.0%), 한국경제연구원(2.9%) 등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를 밑돌아 주목된다. 대기업들은 경제관련 단체·기관들보다 더 부정적으로 내년 경제를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거시경제(재정·통화정책) 정책 방향으로는 ‘공공건설·복지확대 등 확대 재정정책을 실시해 줄 것’(43.2%)을 요구했다. ‘금리인하를 통해 통화량을 늘려 줄 것’을 기대한 기업도 37.8%에 달했다. ‘긴축 재정(복지 축소 등)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은 10%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시중에 ‘돈이 돌도록’ 해달라는 주문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비정규직 문제, 청년실업 등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업들이 적극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년실업의 해소방안으로는 ‘창업지원 제도 등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 지원 시스템 구축’(50%), ‘기업이 신규고용을 창출할 때 보조금 및 세제지원 등 혜택 확대’(46.7%) 등을 꼽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주장에도 ‘공감한다’(56.6%)는 의견이 절반을 넘어 안정적인 일자리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하지만 반값등록금 실현 요구에 대해서는 대부분(76.7%) 반대 입장을 보였다. 과다한 교육재정 지출이 경기 전반에 미칠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부분 대기업들이 가입돼 있는 전경련의 위상과 관련해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변화와 혁신을 통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80%)이었다. 또 경제5단체(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83.3%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설문 참여기업(알파벳·가나다순) - LG그룹, CJ그룹, KCC, KT&G, KT, LS그룹, OCI, SK그룹, SPC그룹, STX, 금호아시아나그룹, 농심, 대림산업, 대우건설, 동부그룹, 동양그룹,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아모레퍼시픽, 포스코그룹, 하이트진로, 한국타이어, 한진그룹(대한항공), 한진중공업, 한화그룹, 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현대차그룹, 홈플러스, 효성그룹 - 특별취재팀 = 도기천·이진우·이완재·김석 기자 - 분석·정리 = 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