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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를 만나다]박재현 교수 “너무 매력적인 컬렉의 힘”

소나무 그림만 고집하는 컬렉터이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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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0호 김대희⁄ 2013.01.21 11:18:04

“작품 컬렉은 매혹적이에요. 좋은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도 따라서 좋아짐을 느낄 수 있어요. 초창기부터 작가의 성장과정을 보면 뿌듯함을 느끼기도 해요.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구나’ 말이죠. 책도 많이 읽어야 보는 눈도 높아져요. 단순하게 컬렉을 하다보면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해가 진 어느 휴일 저녁 인사동에서 만난 박재현 교수는 작품을 보는 것뿐만이 아닌 수집을 넘어서 직접 그리기까지 한다. 경남과학기술대 산림자원학과 교수이자 시집을 낸 시인이다. 아울러 곧 개인전을 앞둔 화가이자 20년 정도부터 작품을 수집한 컬렉터다. 알고 보면 이 모든 시작은 작품 컬렉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나무 그림을 주로 모아왔는데, 소나무를 그린 대가들의 작품을 한 점 한 점 소장하면서 향후 소나무만을 전문으로 전시하는 소나무 미술관 꿈을 키웠다. 이름도 ‘외송미술관’으로 정해 놨다. “소나무는 한국적인 정서를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국민들이 좋아하는 나무 중 하나가 바로 소나무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소나무가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무엇보다 나무 관련 전공학과다 보니 더 관심이 높기도 하죠. 변함없는 소나무의 정신과 강인함 등에 많은 매력을 느껴요. 이 모든 건 소나무 미술관을 열고 싶은 꿈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어요.”

소나무는 전 세계적으로 종류가 다양하고 이를 그리는 작가도 많지만 우리나라 소나무 그림만을 소장한다. 수집한 소나무 그림만 30~40여점에 이른다. 그동안 모아온 작품수를 보자면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외에 신진작가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작가들을 찾는다. 그중 대표적으로 현대적 감각의 동양화를 선보여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갖고 있는 정해윤 작가와 철조각으로 인물 작업을 하는 이성민 작가를 손꼽았다. 그는 오랜 시간 작가들을 지켜보며 그들의 성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회화 작품만을 좋아하고 수집하는가? 그는 조각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는 소나무의 기상에는 거칠며 온화한 모습이 녹아있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소나무에서 느껴지는 기상을 독특하고 거친 조각에서 찾았다. 특히 순수성을 지닌 원형을 좋아했다. “화화는 평면이지만 조각은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큰 차이를 보이죠. 그래서 조각을 좋아하기도 해요. 우리문화는 벽에 거는 게 일반적인데 선진국으로 갈수록 입체 형태를 좋아할꺼라 생각해요.” 국내 작품 이외에 아프리카 미술 작품을 많이 소장했는데 아프리카 미술을 원시성이 아닌 인간 내면의 순수함을 봤다고 한다. 더욱이 아프리카 미술 관련 책이나 원서를 전문가 이상 많이 갖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는 소수민족에 대한 작품도 취미로 좋아서 수집하고 있다. 네팔조각이나 도자기, 막사발이나 다환 등을 좋아한다. 다환은 소나무로 장작불을 지펴 구워낸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모두 소나무의 맥인 것이다. 그는 자연에 대한 시도 많이 쓰면서 시집도 2번이나 냈다.

특히 직접 그림도 그리는데 인물 위주의 작업이다. 거칠지만 느낌이 있는 그림으로 물감을 두텁게 칠한 유화 작품이다. 풍경도 그리지만 사람들의 얼굴을 그린 그림이 많다. 특이한 점은 실제 모습보다 그가 느끼고 생각한 그 사람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이다. “사람마다 어떤 상이 있어요. 내 마음속의 그 사람인거죠. 내가 생각한 그 사람이요. 문정희라는 시인의 얼굴을 직접 본적이 있어요. 느낌이 너무 좋았고 그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인물화를 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어요. 이후 틈틈이 좋아해서 조금씩 그렸어요. 내가 아는 사람의 취미와 좋아하는 것, 내면의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풀어낸 거죠. 닮게 그린다는 것보다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인거죠.”

산림자원학 교수의 고집스런 ‘소나무 사랑’ 그는 인물화에 집중하면서부터 아침과 점심을 먹지 않았다. 밥 먹을 시간마저 그림을 그리는데 활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내온 지 벌써 10년 정도 됐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그림에 빠져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밥 먹는 시간이면 주위가 조용하고 나름대로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요. 그 시간에 그림을 그리는데 집중도 잘 되고 정말 잘 그려졌어요. 붓질도 잘되고 묘하게 그림이 잘 풀렸죠. 그 시간에만 한 두 작품이 나오기도 할 정도니까요.” 계속 작업이 나오면서 이렇게 그려온 그림을 보여주고 싶기도 한 마음에 그는 올해 5월에 개인전도 열 예정이다. 첫 전시면서 자신의 노력과 성과를 드러낼 계획이다. ‘살림과 문화’라는 강좌도 처음 개설한 그는 그 속에 자신이 이뤄가야 할 화풍이 있다며 문화와 예술은 맥을 같이 하기에 우리도 문화강국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미술은 그 생각에 대한 이론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이론 즉 철학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술에 대한 많은 공부와 지식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소나무 작품과 아프리카 조각 등을 계속 수집하며 그림을 그려나가는 열정을 이어나가겠다는 그는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추구하면서 향후 소나무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뤄나갈 계획에 한발씩 다가서고 있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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