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숨결을 담고 있는 나무가 아티스트의 손을 통해 생명의 율동을 펼치는 패턴으로 다시금 태어난다.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드러난 패턴이 만들어 놓은 형상은 마치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그려진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눈여겨 바라보면 수많은 나무 모듈이 면과 직선으로 조화를 이루고 음과 양의 그림자까지 더해 입체감을 지닌 예술품으로 시신경을 자극한다. 또한 모듈화 된 패턴의 이미지들은 어떤 공간에도 가변적으로 자유롭게 확장과 축소가 가능하고, 입체작품의 평면화를 통해 어떤 물건과도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들은 배동기 작가가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의 표면에 접목시켜 해외에서 주목을 받아오고 있는 '은폐(concealment)'라는 작품들의 외형적인 느낌이다.
모든 인간의 내부에는 거친 자아와 부드러운 자아가 있다. '거친 자아' 에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욕망인 삶에 대한 욕망 리비도(Libido)와 죽음에 대한 욕망 타나토스(Tantalus)가 존재한다. 인간은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대로, 관습과 도덕과 규칙 등에 의하며 '거친 자아'를 통제한다. 이성과 의식 등을 우리의 행동, 말 등을 통제하여 사회의 충돌과 불이익이 없도록 세련됨을 만든다. '부드러운 자아'는 세련된 매너와 성실함, 타인들과 적당히 어울리며 마찰 없이 살아가도록 하는 섬세한 배려, 우아하고 부드러운 말씨와 행동 등을 나타내는 자아이다. 배 작가는 "작품 속에 은폐된 '거친 자아' 즉 또 다른 내면과 '부드러운 자아'를 시각적 언어로 끌어내어 표현했다"며 "아름다워 보이지만 황폐화된 내면을 가진 현대인의 양면성을 사회적 관습과 도덕이 통제하듯 형태의 규칙적인 반복 구성을 통해 통제하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작품 속에서 반복적 패턴이 부분적으로 흐트러지는 것에 대해서는 "융화되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와 '나'를 '타인'으로 구분 지으려 하는 욕구의 내면적 싸움을 드러낸 것이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완성된 나무의 결과 화려한 색상들은 '거친 자아' 즉 인간의 숨겨진 본성을 가리고자 하는 하나의 화장법(Cosmetique)'으로 드러난다.
현대인 삶, 그 속의 은폐된 모습에 관심 배 작가가 이러한 작품을 떠올린 것은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들의 삶과 그 속에 은폐된 모습에 관심을 가지는데서 시작했다고 한다. 삶의 치열함 속에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을 감춰 드러내지 않고 위장시킨 채 왜곡된 다른 겉모습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가 있다. 작가가 바라보는 각도의 은폐란 '삶에 있어서 하나의 내면 일 수도 있지만 조작되어져 은닉된 거짓의 사건 일 수도 있다'라는 전제아래 작품 속에 녹아져 있다. 작가 배동기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과를 수료했다. 'CAYAF' 형형색색, 오늘을 읽다'전(킨텍스), 바람결의 제자들(인사아트센터), MBC미술대전(예술의전당), 대한민국 미술대전(현대미술관)등의 전시를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