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스런 우주공간을 바라보듯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색채를 과감하게 표현하여 마치 블랙홀 같은 환상적인 느낌을 그려내는 서양화가 한혜진인 '생성과 소멸'이라는 주제로 1월 30일부터 2월 7일까지 종로구 경운동 장은선갤러리에 탄생과 소멸이라는 존재의 의미과정을 탐구한 신작 20 여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회화세계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중심소재는 붉은 꽃으로, 이것은 꽃을 그렸다기 보다는 화면자체를 작가 스스로 대지라고 삼아 마치 염원하는 무언가가 활짝 피어나는 형태라는 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뜨거운 기운으로 가득찬 열정이 느껴지듯, 물감의 붓질과 흔적 혹은 물감의 유동성을 작가만의 스타일로 조율하여 지극히 자연스럽게 꽃의 형상을 띈 이미지로 발생시키기를 반복하여 화면 안에 화려하면서도 신비스런 꽃의 형상을 멋스럽게 표현해 낸다. 자신 안의 또 다른 나의 감정 암시이기도 한 은유적 매개체인 붉은 꽃의 형상은 작가의 내면적 풍경을 압축하여 시각화한 형태이며 동시에 자유로움과 충만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혜진 작가의 작품화면에서는 움직임이 느껴지는 물감들의 유동적 형태가 많이 보여진다. 물처럼 흐르는 느낌이면서도 몰려다니다 순간 응고된 흔적이 보인다. 물감의 모습은 농도, 그리고 필연과 우연에 의해 발생한 이미지의 여러 관계가 얽히고 보이며 화면을 흥미진진한 구도로 가득 채운다. 즉흥적이고 다소 우연적인 물감의 흔적들로 역동성과 힘이 느껴지도록 표현된 화면 이미지는 소용돌이 같으면서도 동시에 우주의 블랙홀이나 신비스런 관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듯한 묘한 감정의 세계를 감상 할 수 있다. 이러한 리듬적 작품세계는 작가의 정신적 세계를 색채나 형태로 다양하게 표출함으로써 더욱 우리를 매료시킨다. 작가는 자연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이면서도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순환의 과정을 한 폭의 화면에 표출하고, 이러함을 생성과 소멸이라 지칭하여 멈춰있는 우주공간이 아닌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자유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