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옷을 ‘입히는’ 패션 디자이너가 자신을 완전히 ‘벗기고’ 피사체가 되는 ‘입는 예술, 벗는 예술 - 이상봉 누드’전이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1월 23일부터 2월 1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패션 사진가인 이엽이 작가로서 지난 10년 간 피사체였던 이상봉의 ‘옷’이 아닌 ‘인간’ 이상봉을 말한다. 많은 사진작가들은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왜곡, 반전시킴으로써 현실에 존재하는 그 무엇과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즉 작품 하나하나는 본래의 피사체가 아닌 그 자체로 새로운 무언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봉의 선(Line)’ ‘이상봉의 호러(Horror)’ ‘이상봉의 환상(Fantasy)’의 3개의 파트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대상을 낯선 모습으로 재구성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피사체의 면면을 내러티브로 풀어나간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사물의 재발견과 유사한 방식으로 피사체로부터 새로운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작가가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말하는 주제는 유연하지만 그 주제를 구성하는 방식에 있어 ‘누드’라는 파격을 취함으로써 신선함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이엽 작가의 렌즈를 통해 이상봉 디자이너와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디자이너로서의 외피를 벗은 이상봉, 모든 것을 벗어 던진 그의 매력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