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경제 전망에 대한 국책연구소나 민간 경제연구소의 각종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보면 올 한 해 증권시장 역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작년 말부터 불거진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변동성으로 그간 한국경제를 견인해 온 자동차 등 수출부문의 침체가 우려되고 사상최대로 치솟은 가계부채와 이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내수경기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경제상황을 반영하여 증권시장 역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우리 시장으로 몰려든 글로벌 유동성 때문에 상황은 더욱 가변적이다. 이렇듯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종합주가지수는 해외발 유동성과 삼성전자 등 몇몇 시총 상위 종목의 착시효과 때문에 2000P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급격한 추락 가능성이 상존하리라는 불길한 전망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불길한 전망의 핵심은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동산이다. 주요 경제국 중 유일하게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산은 거의 부동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자료에 의하면 개인 자산의 88% 이상이 지극히 환금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에 묶여있는데 이는 미국의 40%, 일본의 42%와 비교하면 매우 기형적이고 위험하다. 1000조원에 육박한다는 가계부채도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 부동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부동산 시장에서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인 경매시장의 경우 매년 약 20만 건 정도에 머물던 매물이 올해 30만 건 이상 쏟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매 물건들은 원리금 상환이 어려운 가계의 물건들이 대부분인데 올 한해 원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대출액이 24조원 정도이고 침체된 경기로 볼 때 경매물건 매물의 폭증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선행지표인 경매가의 하락은 필연적으로 부동산 가격의 하락 압력을 작용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올해의 대한민국 경제와 증시는 리스크 증가에 따른 변동성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장마철을 미리 대비하는 농부의 심정으로 비상계획을 미리 수립하고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그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행동을 개시할 필요가 있으려 이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컨틴전시 플랜은 보수적인 관점에서 우량주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익률이 중요하다 해도 일단은 우량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여기에 곁들여서 수익률이 우수한 일부 종목을 편입시키는 것이 좋다. 우량주는 좋지 않은 상황이 와도 가장 늦게, 가장 적게 하락하고 반전시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상승하는 종목이다. 컨틴전시 플랜은 위험한 국면에서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는 보험같은 존재이다.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 김헌률 HMC투자증권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