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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의 와인 세상]와인은 격식이 아닌 지식으로 마시는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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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4호 박현준⁄ 2013.02.18 10:48:34

수많은 책이나 웹 사이트를 보면 “와인 마시는 법이란, 와인의 색깔을 보고, 잔을 흔들어서 향을 맡고, 입에 넣은 다음에는 공기를 불어넣어 가글하듯이 맛을 보는 것”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전문가들이 와인을 감정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와인을 감정한다는 것은 전문가들이 와인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엄밀하게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는 규격에 맞는 잔을 선택하고, 잔의 아랫부분을 잡고 색깔과 향, 맛 등을 조심스럽게 살펴야 한다. 만약 일반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마신다면 이 와인의 좋고 나쁨을 따지는 것이 되어 와인을 접대한 사람에게 오히려 실례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와인 책에서 배운 대로 와인 잔의 가지를 잡고, 색깔을 감상하고, 잔을 흔들어서 향을 음미하며, 입안에서 혀를 굴려 마시고 있는데, 동석한 사람이 한국에서 온 와인전문가로 착각을 하고 그 와인에 대해서 묻는다면 어떻게 할까? 차라리 그에게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면 그는 신이 나서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줄 것이다. 우리가 식사 때나 모임에서 와인을 마실 때는 즐겁고 편하게 마시면 된다. 일부 사람들은 와인 잔의 윗부분을 잡으면 체온으로 인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반드시 가지를 잡아야 한다고 하면서 글라스 잡을 줄도 모른다고 핀잔을 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그 짧은 시간에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와인을 마시면서 올렸다 내리는데 불과 2~3초도 안 걸린다. 그 사이에 무슨 온도가 올라갈까? 올라가면 얼마나 올라갈까? 결국 와인의 맛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와인 잔을 이렇게 잡든, 저렇게 잡든 체온 때문에 와인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얘기는 있을 수 없다. 요즘에는 유명한 글라스 메이커에서도 아예 가지가 없는 와인 잔을 만들어서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은 편하게 잡고 마신다. 와인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와인 마시는 격식에 신경 쓰느라 와인 마시는 자리가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또 와인을 마시기 전에 테이블에 올라온 와인이 어떤 것인지, 상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구하기 힘든 고급 와인이라면 상대방도 귀하게 취급하면서 와인을 감정하듯이 맛이나 향을 음미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도 있겠지만, 보통 와인이라면 평범하게 마실 것이다. 한 병에 백만 원짜리 와인을 마실 때와 만 원짜리 와인을 마실 때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백만 원짜리 와인이라면 글라스에 따라 놓은 것이 십만 원 이상이고,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만 원씩 넘어가는데 그냥 꿀꺽 마실 수는 없다. 이런 와인을 마실 때는 감정하는 태도로 신중하게 색깔과 향을 따지고 감상해야 한다. 반대로 값싼 와인이 나왔는데 따라준 와인을 밝은 곳에 대고 색깔을 살펴보고, 코를 깊숙이 집어넣어 냄새를 맡는다면, 이는 좋은 것인지 아닌지 따지는 모양새가 되어 상대에게 실례가 될 수 있다. 와인이 비싼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서 이처럼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와인에 대한 분별력 즉 지식이 있어야 그에 걸 맞는 행동을 할 수 있다. 예의란 언제, 어디서든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몸에 밴 바르고 깔끔한 매너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와인이나 음식이 나왔을 때는 그 맛과 향을 감상하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을 갖추는 것이다. 이 정도면 국제화시대 최고의 사교수단으로서, 와인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진정한 매너를 갖추기 위해서는 와인의 속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 -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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