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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나의 삶 나의 길 ⑧]‘드라마의 제왕’과 전시의 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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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14호 박현준⁄ 2013.02.18 10:54:16

첫 회부터 배우들의 카리스마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시청자를 빨려 들게 한 ‘드라마의 제왕’은 자신의 세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투혼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고난과 희열의 굴곡을 그린다. 이 드라마 속에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 총알들이 날아다니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어 최고 권위를 얻어가는 길 이면의 욕망과 갈등을 느끼게 한다. 마치 프로가 되기 위한 나의 욕망, 내면의 갈등을 극적으로 가시화 시킨 듯했다. 일적으로 조금씩 성장해갈수록 부딪히는 딜레마는 도대체 어디까지가 꿈을 향한 진정한 질주이고 어디부터가 지양해야 할 검은 욕망인지 선택이 어렵다는 점이다. 드라마의 제왕에서 음지의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상업적인 성공을 달성하고 제왕의 자리를 지키려는 드라마 제작사 대표 앤써니(배우 김명민)와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도 순수하게 능력껏 한 단계씩 힘겹게 꿈을 향해나가는 작가 이고은(배우 정려원)의 대립은 내 안의 깊어가는 갈등을 대변한다.

일을 시작하던 시기에 아마추어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그저 한계를 정하지 않고 열정을 다하는 길 뿐이었다. 갤러리스트로서 물론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만하다고 판단되는 아티스트를 선정하지만 선정한 이후부터는 내 영혼의 가장 순수한 부분을 아티스트에게 작동시킨다. 최대한 그의 입장에 서서 아이디어에 대해 교감하고, 불안감을 희망과 설렘으로 바꾸어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달리기 선수가 땀 흘리며 맹훈련을 하는 동안 가만히 서서 기록만 체크하는 코치가 아니라 같이 뛰면서 함께 가쁜 숨을 내쉬고 물도 가져다주는 동료 같은 매니저가 되는 것으로 내 열정을 증명해 보이고자 했다. 사실 내가 어느 이상의 에너지를 쏟는 다 한들 그것이 당장 나와 갤러리, 그리고 아티스트에게 경제적 이윤을 더 많이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두 개의 돌을 계속 문지르다 보면 그 열기로 불꽃이 튀듯 어느 순간 그 어느 곳보다도 뜨겁고 환한 불이 타오르면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 생각했다. 다행히도 내가 혼신을 다해 준비했던 전시는 비교적 많은 이들의 호응 속에 좋은 성과를 얻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극중 이고은의 성향 쪽에 훨씬 치우쳐 있었다. 그러한 방식으로 첫 번째 봉우리까지는 오를 수 있었지만 두 번째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서는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바로 극중 앤써니가 지닌 수완과 냉철한 처신,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도전정신이다. 따뜻한 카리스마 지닌 전시의 제왕 되기 갤러리라는 상업공간을 진두지휘하는 프로 갤러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면이 분명히 요구된다. 그런데 앤써니의 욕망은 열정이 되어 최고의 결과를 성취하도록 하지만 무리가 따르는 방법으로 인해 최악의 참사를 가져오기도 한다. 과연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건 제왕의 위치를 얻는 것이 중요할까 아니면 순수한 과정의 희열을 더욱 중요시 여길 것인가. 자본과 권력을 쥔 제왕이 되면 나를 둘러싼 많은 대상들이 빨리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이점이, 한편 과정이 아름다운 경우 사람을 잃지 않고 내 영혼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이점이 있을 것이다.

필자는 돈으로 가치를 매기기 가장 힘든 순수미술이라는 영역과 순수미술을 존속시키기 위해 값을 매기고 이윤을 창출해야만 하는 극과 극의 접경지대에 서있기 때문에 항상 두 영역간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상 평생 이러한 고민과 긴장감이 내 업일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앤써니와 이고은의 대립은 서로의 영향아래 서서히 중화되어 간다. 차갑고 냉혈 했던 앤써니는 따뜻한 인간애를 발휘하고 여렸던 이고은은 강인하고 씩씩해지면서 둘에게는 이해의 교집합이 생기고 사랑이 싹튼다. 이들의 이야기처럼 내 안에 충돌하는 두 요소의 갈등을 중재하여 화합하게 만드는 내공을 다진다면 그때 나는 비로소 진정 제왕이 될 수 있는 프로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세계는 비록 수많은 개성적인 별들 속에서 가장 밝은 빛을 내기는 힘든 영역이지만 한편 성공점의 기준이 다양하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길을 개척해 가는가에 따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땅에 나만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전시의 제왕이 되는 것, 그것이 내가 개척한 땅이 될 수 있기를. - 신민 진화랑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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