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소현우(36)는 동화 속 요정이나 거대 서사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작품에 주요 소재로 삼아 그들이 장착한 막강한 무기들의 귀여움과 폭력성, 감정이입과 무심함, 유기적인 것과 무기적인 것 등 서로 대조되는 가치들을 연결시켜왔다. 그가 만들어낸 작품들에는 판타지적 신화의 이미지와 성스러운 종교적 이미지, 친숙하고 대중적인 캐릭터들을 차용한다. 그는 이러한 캐릭터를 통해, 인간에 고통의 초상을 스틸퀼트 방식으로 역설적으로 기워내고 있다. 전작 잔혹동화를 세상에 펼쳐보인 소 작가가 3월 13일부터 26일까지 종로구 인사동 노암갤러리에 '잃어버린 동화-부서진 심장, 현실을 기워내다'라는 부제로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한다. '잔혹동화'의 작품들은 스테인리스의 반짝이는 특성답게 빛나고 흠잡을곳 없이 보였다. 조각은 판타지적이고 화려하며 대중성 있는 친근한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높은 완성도의 조형성을 펼쳤다. 하지만 속은 텅텅 비어 있어 마치 가짜 복제품과 같은 느낌에 활과 무기를 들고 있는 아이러니 하고 기이한 조합의 형태를 드러내며 위트가 넘치는 블랙 코미디의 한 장면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이번 신작에서는 멈춰있던 조각의 형태를 움직이는 조각으로 변화시켰다. 달콤함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 위에서 기계의 동력에 따라 회전하는 커다란 조각들은, 춤을 추며 자신을 자극하고, 사방을 주시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 전장의 전사처럼 더욱 존재를 강하게 드러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개는 중절모와 안경을 쓰고 도덕적이고 지성적인 척 신사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 모습은 거짓으로 아무리 외형을 그럴듯하게 포자아더라도 개는 개라는 것을 인지시킨다. 등에 감긴 태엽은 금방이라도 풀려 정지 될 것만 같고, 자살하기 일보 직전의 느낌으로 상실감 마저 안겨준다. 소현우 작가는 자신의 조각을 통해 우리의 초상이 되어 슬픈 현실을 역설적인 방법으로 자각시킨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모순적 결합은 수많은 조각들을 퍼즐 맞추듯 짜 맞춘 인간의 역사를 대변한다. 역사적으로 나타난 수많은 인간 행위들은 그들 스스로를 위한 정당성으로 기록돼 왔다.
집단적 당위성을 부여하는 이기적인 행위는 폭력의 시발점이 되는 인간 본성에 기인한다. 인간의 폭력적 성향은 다양한 방식으로 정당화되어 왔고 자본주의라는 이상적 개념으로 현재에 자리하고 있다. 폭력적 방식의 변화는 ‘직접화된 간접적 폭력’으로 포장된 채 가장 멀리 그리고 깊숙이 소통한다. 이러한 소통의 중심에 있는 것이 자본이며, 도구가 아닌 주체자로서 무형의 권력을 갖고 절대자의 지위를 차지하려 한다. 이러한 사회 속의 인간은 힘의 과시적 표현으로서 자본적 권력을 가지길 원하며, 이러한 소망은 과거 그들 스스로 어렴풋이 기억하는 이상향으로 기억된다. 작가는 이러한 이상을 ‘동화’라는 아름답게 읽히는 이야기에 빗댄다. 막대한 자본과 함께 어른들의 거짓말 혹은 자본적 수단이 반영된 어른들의 동화로 변질돼 더 이상 인간적인 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것을 그는 작품으로 표현한다. 과거 동화가 만들어내는 행복한 결말의 진실은 자본과 권력의 소유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그것이 행복이라고 배워왔으며 상황이 다를 뿐 여전히 그러한 꿈을 꾸며 살아간다.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