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애호가나 전공자보다 더 많은 그림을 직업적으로 관람하며, 수많은 작가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미술이 대중들에게 쉽고 편안하게 다가가도록 펜을 잡고 글을 쓰는 현직 문화담당 기자가 1년 반 동안 미술계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한 권의 책을 내놓았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그림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나 화제가 된 사건들이 아니다. 미술시장의 형성과정과 활동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술이 돈이 되는 상품에 주목했다. 그런데 그 상품의 가치는 문화와 철학이 담길 때에야 진정으로 높아지는 것을 역설한다. 미술시장과 산업화과 반드시 예술성과 배치된다고 보지 않는 이유다. 물론 어떤 작품이 유명세를 탈 때 때때로 실제와 다른 허상을 만들어내는 자본의 개입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허상이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 미술의 각 영역에서 보이지 않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주체들이 있다는 걸 말하고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미술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살펴보고 우리 미술계의 현황을 다각도의 프리즘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미술계의 꽃인 화랑대표, 수집가, 평론가, 컨설턴트, 화가들을 직접 만나 그들에게 듣는 미술품 이야기와 미술계 동향, 미술 시장 이야기 등을 다양한 주제로 접근해 미술계의 육성을 듣는다. 그림은 어떻게 사고팔아야 하는지, 그림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고 얼마의 가격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인지, 그림을 사고파는 현장의 모습을 담았다. 사실 미술품의 구매는 특정인이 부의 축적 수단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미술품을 애호하는 마음을 넘어서 경제 활동 수단으로 여기는 현시점의 경향을 보여준다. 또한 미술시장을 건강하게 발전시키는 일은 바로 미술계 종사자들이 자신의 역할과 일을 제대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명작가나 이름 있는 미술관만 미술계를 독식하는 구조에서 다양한 주체가 활발하게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는 방식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미술 분야의 일꾼들이 즐겁게 일하기에는 2% 부족한 것이 현실인 세상이다. 그들이 즐겁게 일하고 제대로 대우받는 세상이 오려면 미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중국인들의 자국예술을 사랑하는 마음 같은 것을 우리도 배워야할 덕목으로 받아들여, 고미술이든 근현대미술이든 우리가 살고 있는 토대에서 이뤄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활동, 우리의 예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를 설명한다. 저자 오진희는 어릴 적부터 그림이 좋았다고 말한다. 보는 것도, 그리는 것도 모두. 대학시절 전공은 아니었지만 일러스트나 크로키를 잠시 배워보기도 했고, 미대 실기 수업도 듣곤 했다. 연극패 활동에선 무대배경을 직접 그려보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엔 공공미술과 문화재를 주요하게 다룬 시민단체에서 일한 적이 있다. 현재 아시아경제신문 사회문화부에서 미술과 문화재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또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지은이 오진희 △펴낸곳 머니플러스 △256쪽 △정가 15000원.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