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8호 왕진오⁄ 2013.03.18 13:18:31
1983년 인사동에 가나화랑으로 미술계에 첫발을 내딘 가나아트가 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아 그 동안 함께해온 미술 컬렉터 50여명의 애장품 70점을 세상에 공개한다. '나의 벗, 나의 애장품'이란 타이틀로 3월 9일부터 4월 14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지난 30여 년간 가나와 함께 한국 미술계를 지지해 온 '미술애호가'들이 가까이 벗하며 즐기던 애장품들과 작품 소장에 대한 에피소드가 함께 한다. 전체 출품작의 보험가액은 350억 원에 달한다. 컬렉터들은 주로 사업가들과 화가 그리고 교수들이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헨리 무어와 김경의 작품, 구정모 대구백화점 회장은 이쾌대의 '부인도',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은 근원 김용준의 '문방부귀도'를 내놓았다. 변기욱 삼화여행사 대표는 구사마 야요이의 '해트', 이상만 마로니에북스 사장은 줄리안 오피의 '루스 위드 시가렛', 이상준 호텔프리마 대표는 천경자의 '신디'를 공개했다. 17세기 후반~18세기 전반에 제작된 '백자대호'(소장처 비공개)도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인다. 권태원 MU스포츠 회장의 소장품인 김환기의 '정원'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애장품전은 컬렉터들의 개인적 취향, 심미안에 따라 그리고 작품과의 특별한 인연에 따라 소장되었다는 점에서 개인 혹은 한 기관이 모은 소장품과 차별된다. 미술품 소장은 작품 감상과 다르게 경제적인 여유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까닭에 한편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하며, 한때 투기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음악과 달리 미술은 그 유일성 때문에 늘 소유의 대상이지만, 어떤 작품을 소장하는 일은 오랜 세월을 바라본 안목과 부지런히 쫓는 발품 그리고 특별한 인연이 항상 돈보다 우선한다. 고미술에서 근현대 및 해외 미술품까지 전시에 출품된 애장품들은 소장가들의 특별한 사랑 탓인지, 곁에 두고 대화하며 보낸 시간 때문인지 더욱 따뜻한 빛을 발한다.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기로 유명한 교육자 A는 구루병에 걸려 치열하게 작업했던 한 젊은 작가를 추억하며 그의 흔적을 되돌아보고자 했다. 예술가를 감성 경영자라고 칭하는 사업가 B는 처음 작품 소장을 시작하던 그 숭고한 시간을 회상하기도 한다. 소장가 C는 작가 김종영과의 특별한 인연 속에서 작품을 소장하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며 결국 자신에게 제목을 얻고 새로운 생명을 시작한 작품에 대한 얘기했다. "나는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에 매료됐다. 일반인들이 갖지 못하는 집요하면서도 치열한, 그리고 기이한 정신세계에서 파생된 논리성과 비논리성의 경계를 그녀의 작품에서 보았기 때문이다."(변기욱 삼화여행사 대표)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천경자 화백의 작품은 그녀의 내면의 감성이 고스란히 표현돼 있으며 그 감성의 표현으로 보는 이들과 소통한다. 그녀의 작품 앞에서는 무한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끝없이 이야기가 이어진다."(이상준 호텔프리마 대표이사)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소장가들이 거듭 강조한 내용은 심사숙고 끝에 출품 작품을 선정한 것과 작품이 작가의 작품 가운데 혹은 미술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가다. 이들은 하나같이 예술품 특히 본인의 소장품에 대해 다른 미술사가 못잖는 해박한 지식은 물론 진심 어린 애정과 각별한 애착을 보였다. 그리고 다른 소장가들의 출품작을 가장 궁금해 했다.
‘미술품 소장’ 의 사회적인 분위기 바꾸는 계기 미술품 소장은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요원한 일이다. 더욱이 미술품 소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국내 소장가들이 이름을 걸고 애장품을 공개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옥경 가나아트센터 대표는 “미술시장이 투기 논란 등 부정적인 시선을 받아온 탓에 처음에는 소장가들이 이름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며 “그러나 투명한 미술 시장의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설득해 이름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나의 벗, 나의 애장품'전은 미술품 소장이 예술을 아끼고 후원하는 소중한 일인 동시에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을 보여주고자 마련됐다.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품 소장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바꾸고 미술시장 도약의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