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경기침체와 각박한 삶 속에서 최근 ‘힐링’을 통해 치유를 얻고자 하는 이들이 늘면서 ‘힐링’은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작품을 통해 내 얘기만 한 것 같아요. 이제는 대중과 소통하고 함께 나누는 그림이 되고자 해요. 개인적인 일들과 경험에서 더 넓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고자 했어요.” 인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변우식 작가는 작품의 작은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대한민국 비보이(브레이크댄스) 1세대이자 12년간 대중음악 평론가로 활동해온 독특한 이력을 가진 화가다. 2010년 음악가에서 전업작가 길로 들어서면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번이 벌써 9번째 개인전이라고 한다. 그 당시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미술을 하게 된 계기는 어떤 우연도 아니다. 음악을 하면서도 미술을 좋아했고 갑자기 미술을 하고 싶어 그리게 됐다”고 얘기했었다. 창작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그는 침체된 국내 음악계에 갈증을 느끼던 2006년에 미술 감상을 처음으로 하게 됐는데 그 중 한 전시가 그에게 커다란 감명을 줬다. 작가는 1980년대 미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났던 미국 출생의 ‘장 미셸 바스키아’. 갤러리 입구부터 알 수 없는 기운을 느꼈고 전시를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음악을 그림으로 그리고자 했지만 결국 음악이 아니라 마음을 그리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보는 순간 독창적이고 초현실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재미있으면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 그림 그 자체다. 의도하고 그리는 게 하나도 없이 자신의 감정, 즉 마음 가는 대로 의식에 충실해 표현하기에 작업은 섬세하기도, 때론 거칠기도 하다. 비보이 1세대 활약 독특한 이력 “예상치 못하게 아버지와 부인이 차례로 고인이 되면서 슬픔 속 여러 가지 복잡한 심정이었어요. 당시 춘천에서 개인전을 열었는데 중년여성 두 분이 그림을 관람하던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죠. 그때 내 얘기만 해왔다는 걸 느꼈어요. 다른 이들의 이야기로 함께 소통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죠. 이제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그림이 되고자 해요.” 앞으로 더 넓어진 이야기와 대중과의 소통 그리고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이 되는 그림을 그리려 한다. 여기에 음악적 느낌을 가미하면서 마치 시와 같은 작품 제목으로 음악과 시가 흐르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재료는 변함없이 그대로 쓰지만 최근 한지와 먹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이야기도 더 넓어지고 치유 받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현재 그는 춘천에서 처음 진행하는 ‘낭만골목 프로젝트’라는 공공미술 작업에서 총예술감독을 맡아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소외된 이웃들과 예술을 함께 나누고 소통하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다. “2014년까지 3년 동안 진행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요. 이전에 혼자서 예술골목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림은 꼭 캔버스가 아닌 모든 곳에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중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면서 말이죠.” 앞으로 자신이 가진 재능과 그림을 함께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는 그는 비보이 퍼포먼스와 작품을 융합해 더 큰 시너지를 내고자 한다. 자신만의 트레이드를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지금이 그림과 음악 그리고 춤이 하나로 되는 자신만의 특색을 더 구체화 시키는 과정 중인 것이다. 최근 한 중소기업과 협업을 진행한 그는 아트디렉터로서 제품 디자인까지 참여해 그의 작품이 그려진 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음색을 담아 대중과 함께 소통하는 그의 그림은 인사동 더 케이 갤러리에서 3월 20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Soulmate. B’에서 직접 감상하며 힐링을 느껴볼 수 있다. - 김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