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9호 심원섭⁄ 2013.03.25 14:24:22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3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대선 등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국정원 내부 문건을 공개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진 의원이 공개한 이 문건에는 원 원장이 취임한 2009년 2월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국정원 인트라넷에 게시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으로, 특히 지난해 대선 당시 이른바 ‘종북좌파’의 사이버 선전·선동에 국정원이 적극 대처할 것을 지시하고,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명박 정부의 주력사업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적시돼 있었다. 그리고 원 원장은 ▲대선 등 주요 국내 정치현안에 적극 개입해 여론조작을 시도하고 ▲민주노총, 전교조 등 합법노조를 ‘종북좌파’로 규정,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공작을 지시했다고 진 의원은 밝혔다. 또한 진 의원은 또 국정원이 ▲정권의 전위부대로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홍보하고 ▲4대강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진 의원은 원 원장 재임 기간에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관련한 국정원 내부 회의가 5차례 열렸다고 전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원 원장은 2010년 7월 19일 “(대북)심리전단이 보고한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은 내용 자체가 바로 우리 원(국정원)이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이어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5월 18일에는 “종북세력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선전·선동하며 국정운영을 방해, 좌시해서는 안됨”, 그리고 11월 23일에는 “종북 세력들은 사이버상에서 국정 폄훼활동을 하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함”이라고 주문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이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의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국정원이 2010년부터 몇 년간에 걸쳐 인터넷상에서 정부·여당에 유리하도록 여론을 조작하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 활동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고 진 의원은 주장했다. 원 원장의 이 같은 ‘지시·강조 말씀’의 내용과 관련 제보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는 국정원법(제9조)을 위반한 것이라고 진 의원은 덧붙였다. 그리고 진 의원은 “원 원장 재임 기간에 열린 25차례의 회의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국정원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 9차례나 된다”며 “국정원이 불법 정치개입을 통해 국기를 문란하게 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정황과 의혹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어 책임자 처벌 등 반드시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3월 21일 오전 민주통함당 진선미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19대 국회가 출범한지 10개월이 다 돼 가지만 다른 해보다 우여곡절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초선 의원으로서 지난 10개월의 의정활동 소감을 말해 달라. “처음 국회에 들어와 개원하자마자 바로 문재인 후보 대변인을 맡아 너무도 바쁜 10개월을 보냈다. 정치신인인 내게 대변인으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국민들을 만나고 많은 사안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더 없이 소중한 산 경험이었다. 물론 선거에 져서 실망도 컸지만, 왜 국민들이 우리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관련해 여야가 최종합의 함으로써 박근혜 정부가 정상적으로 출범하게 됐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정부조직법 여야협상이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새 부 출범 26일 만에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그동안 쟁점이 되는 사안들에 대해 협상문 해석을 두고 국회에서 법안처리를 못하고 있었지만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잘 타협해서 정리가 잘된 것 같다. 이번 정부조직법 협상은 기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여야가 협상과정에서 서로 양보하고 인내하면서 상생의 정치를 이루었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여야가 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가지고 첨예하게 대립했다고 보는가. “정부조직법 협상이 오래 걸린 이유를 몇 가지 짚어보면 첫째, 정부조직개편안을 몇 명의 인수위원들이 밀실에서 마련하고 국민과 야당에 사전설명이나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여야가 정부조직법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훈수두기가 지나쳤다.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 원안을 고집하면서 새누리당이 대통령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협상의 자율권이 사라지면서 협상이 길어졌다. 세 번째로는 이번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대적인 정부조직개편과 부처간 기능조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지난 참여정부 출범시 정부조직개편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 MB정부의 연장선에 있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규모 정부조직개편을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명박 정부가 잘못된 국정운영을 해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 국회선진화법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지연된 것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이 아니라, 전적으로 여당의 정치력 부재 때문이다. 여야 원내대표 간에는 사실 상의 합의가 진작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처신을 제대로 못한 새누리당의 책임이다. 새누리당이 야당의 ‘발목잡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와 다름없다.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다수당은 일방적으로 처리하려고 하고, 소수당은 이를 막아 내기 위해서 물리력을 동원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꾸자는데 있다. 새누리당은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날치기를 강행했던 MB정부와 18대 국회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 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겠다는 것이다.” - 최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대선 등 국내 정치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는 국정원 내부 문건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원세훈 국정원장 재임 기간 중, 국정원이 불법적으로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여론조작을 시도하며, 사실 상 이명박 정권의 전위부대 역할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가 입수됐다. 이 자료에 의하면 원 원장이 부임한 2009년 2월 이후, 약 한 달에 한번 꼴로 국정원장의 주관으로 국정원의 각 단위 부서장과 지역 지부장들이 참석한 확대부서장회의를 가졌으며, 이 회의에서 원 원장이 핵심적으로 지시·강조한 사항을 정리해 국정원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 게재해 모든 국정원 직원들이 열람하고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국정원은 이러한 내용을 2009년 5월 15일부터 2013년 1월 28일까지 최소 25회에 걸쳐 게시했다. ‘전 부서장 회의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는 원 원장이 1)여론조작을 시도하고, 2) 소위, ‘종북·좌파’ 단체에 대한 대응 및 공작을 지시했으며, 3)주요 국내정치 현안에 적극 개입하도록 했으며, 4)정권의 전위부대로서 MB정부의 국정운영을 홍보하며, 5)4대강 사업을 실질적으로 지휘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국정원 대북심리전단의 '젊은 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대국민 여론 조작 시행했으며, 또한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내 온갖 정치·정책 업무 처리와 홍보에 관여한 것은 물론 '국가 안보'를 핑계로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진보 성향의 단체를 ‘종북세력’ 또는 ‘내부의 적’으로 몰아 대응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4대강 논란이 확산되자 4대강 홍보 관리에도 적극 개입하고, 실질적으로 사업을 진두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 원 원장은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정당한 정보활동이라고 반박하며 자신의 발언 내용이 외부로 유출된 데 대해 오히려 유감을 표명하고 있는데… “국정원에서 주장한 그 변명이 오히려 제가 제기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내용이 사실 상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은 국정원의 당연한 업무이며, 이를 정치적으로 왜곡하지 말라는 의미이다. 국정원의 해명은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모든 세력과 시민적 기본권의 행사를 ‘종북좌파’ 내지는 ‘종북활동’으로 규정하는 시각을 여지없이 드러낸 것이다. 국정원의 해명에는 ‘종북좌파’ 단체들이 북한의 지시에 따라 활동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전제가 깔려 있는데, 이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만 성립 가능한 전제다. 이러한 증거제시도 없이 ‘종북활동’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국내정치 개입이 명백한 지시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비밀에 해당하는 국정원장의 발언이 공개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하면서도 본인들은 추가로 원 원장의 발언을 공개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이 문건을 입수한 경위를 말해줄 수 있는가. “믿을만한 제보를 통해서 입수했고, 시간을 들여 제보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 검증을 했다. 그 이상은 밝히기 곤란하다. ‘공익신고자보호법’제12는 공익신고자에 대한 비밀 보장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이러한 내용의 회의결과와 이 제보가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정보원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국정농단 행위이다. 국정원법 제3조(직무)는 ‘국정원의 직무 범위를 대공, 대정부전복, 방첩, 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제9조(정치관여죄)에서도 ‘원장과 차장, 직원은 정치활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9조의 위반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제18조 정치관여죄) 하지만 원 원장의 이러한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업무는 국정원의 직무에 해당하지 않으며, 엄정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국가 정보기관이 본연의 업무인 국가안보보다 정권안보를 더욱 중요하게 실천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 국정조사를 요구 할 생각인가 “국정원이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통해 국기를 문란하게 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정황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엄단해야할 사항이다. 또한,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의 범위와 대상에 이 내용에 대한 조사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누구의 지시에 의해서 이루어졌는지,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드러나지 않은 추가적인 여론조작과 국내정치 개입행위는 없었는지를 광범위하고 포괄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국정원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정보기관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이익에 공헌하고,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국가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전제되어야 국정원 역시 정권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악순환을 끊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미래지향적 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동거 차별을 없애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유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나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자기가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삶을 공유할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러한 결정들이 사회적으로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이 모든 사람들에게 더 이상 보편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없는 만큼, 꼭 혈연과 혼인에 의한 가족구성권만 인정할 필요는 없다. 나는 동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서도 동거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의 안정과 통합을 위해서도 동거권을 비롯한 더 많은 가족구성의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가족이 사회의 기반이라고 얘기들 하는데 건강한 가족이 반드시 전통적인 가족처럼 혼인과 혈연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건강한 가족은 사랑하고 믿는 사람과 안정적으로 미래를 꿈꾸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 가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데 이러한 요구를 제도가 떠안지 않으면 오히려 사회적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이번 회기를 통해 동거권을 비롯한 더 넓은 가족구성권을 인정할 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 - 결혼은 했지만 14년 동안 혼인신고를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 법적으로 부부가 아닌데 생활하는데 불편하거나 색안경 끼고 보는 사람들은 없는가. “아무래도 사회적인 편견과 제도적인 차별이 있다. 우선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부부관계에 무슨 문제가 있다거나 서로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것 아닌가 그런 오해도 많이 받고, 심지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집안에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한 결혼이냐는 얘기도 있었다. 서로의 관계는 서로 노력하고 사랑해서 유지되는 거지, 법원이 유지시켜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아직은 결혼만이 사랑의 완성이고 굳은 약속이라는 편견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편견 때문에 비혼이나 이혼하신 분들이 마치 죄를 지은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 - 법률혼이 아니라 동거커플이라서 받는 차별을 피부로 느끼는가. “이런 편견이 실제로 제도적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가령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만35세 미만은 국민주택기금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을 수가 없다. 그리고 보험, 금융 등에서도 차별을 받고 주택 임대나 분양에서도 차별받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동거인이 수술을 받거나 할 경우에도 혼인신고가 안 돼 있으면 보호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리고 한 쪽이 사망하거나 관계를 정리할 때 상속이나 재산분할에서도 차별이 있다. 나는 다행히도 건강하고 경제적으로 아주 어렵지는 않아서 큰 문제없이 지내왔지만 만약 내가 아이를 가졌다면 아이에게 차별이 있을까봐 혼인신고를 혹시 고민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나나 제 파트너가 갑자기 건강이 좋지 않아져 수술을 해야 할 때는 어떻게 하지 고민할 때가 있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