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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전시]‘금은보화’와 ‘미장센-연출된 장면들’

삼성미술관 리움, 찬란한 예술의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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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0호 왕진오⁄ 2013.04.01 10:43:23

블랙박스 전시공간의 어둠 속에 은은히 빛을 드러내는 금과 은, 보석으로 만들어진 공예품들이 눈길을 자극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로 여행을 떠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3월 28일부터 6월 2일까지 삼성미술관 리움이 한국의 국보급 전통미술을 통해 고미술의 화려한 예술성을 새롭게 발견한다. 아울러 가장 귀한 재료와 고도의 기술로 구현한 명품 고미술을 한 자리에 모았다. '금은보화'(金銀寶貨)전을 본 첫 느낌이다. 지난 2011년 조선시대 '화원'을 조명한 '조선시대화원대전' 이후 2년여 만에 열리는 고미술 기획전이다. 이를 위해 미국 보스턴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 국내외 주요 박물관에서 대여한 국보 9점, 보물 14점을 비롯한 총 65점의 한국전통공예 명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금은보화'(金銀寶貨)는 귀금속류를 대표할 수 있는 금과 은 외에 옥, 수정(水精), 유리(琉璃), 호박(琥珀)등과 같이 특유의 아름다움과 희귀함을 인정받아 널리 사랑 받아온 재료다. 고대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를 중심으로 다양하고 화려한 작품들이 제작됐다.

이번 전시에는 일본의 오쿠라 컬렉션이 소장한 것과 함께 두 점뿐인 가야의 금관이 출품되어 관람객과 관계자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국보 138호인 이 금관은 가야문화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유물로 리움이 소장하고 있다. 보스턴미술관에서 대여한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의 은제주자이자, 기법과 미적 측면에서 고려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은제도금 주자 및 승반'도 주목된다. 낙랑 1세기 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89호 금제교구도 함께 선보인다. 평양 대동강변 석암리 9호분에서 출토된 금제 허리띠 고리다. 전시공간을 석굴암 형태로 구성해 사천왕상이 조각된 감은사 동삼층석탑의'금동 사리외함'(보물 1359호), 경주 구황동 절터와 삼층석탑에서 발견된 '금제 여래 입상'(국보 80호), 연꽃잎이 3중으로 중첩된 연화대좌 위에 결과부좌하는 모습의 '금동 대세지보살 좌상'(보물 1047호)등이 육감적이면서도 절제미가 돋보이는 통일신라시대의 불교조각을 보여준다.

영화적인 도구 활용한 드라마틱한 감상 시공 초월한 글로벌 미술 한 자리에 또한 장인들의 세공실력을 조명해 최고의 재료에 문양이라는 빛이 입혀진 공예품을 선보이고 있다. '감지금은이 대방광불화엄경'(국보 215호), '청동은입사 운룡문 향완'(국보 214호), '상감 유리구슬'(보물 634호)등을 통해 유물에 나타나는 화려한 장식과 기법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전통 공예의 우수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마련한 한국의 명품 공예품들은 그간 한국 미술의 특징으로 꼽아 왔던 순수, 여백과는 전혀 맥락을 달리하는 화려함과 정교함의 아름다움이 있는 작품이다. 가장 귀한 재료와 고도의 기술을 통해 찬란하게 빛난 한국 전통 공예의 미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한편, 전통회화와 함께 2000년대 현대미술 작품 중 영화적 연출을 보여주는 작가 8인의 작품을 통해 영화와 미술과의 영향관계를 조명하고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재고하는 ‘미장센-연출된 장면들’전이 함께 진행된다. “보이는 것은 모두 다 연출된 것이다”라는 말처럼, 연극이나 영화 속 장면구성은 극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서술하는 서구 회화의 영향을 자연스럽게 반영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에서 일상과 무의식을 탐구하거나, 미술과 영화의 역사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사용되어 왔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영화적인 도구를 활용한 작가들을 통해 현대미술에서 미장세 장면연출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AES+F, 그레고리 크루드슨, 토마스 데만트, 아다드 하나, 정연두, 이브 수스만/루퍼스 코퍼레이션, 양 푸동, 진기종은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장면 구성을 통해 현대미술의 한 방향을 보여 준다. 서양명화 속 장면을 재구성한 영상에서부터 영화스틸 사진처럼 보이는 구성사진과 촬영세트와 영상을 함께 보여 주는 설치까지 다양하다. 정교한 연출이 두드러지는 장면들은 내러티브 전통을 재활용하는 최근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전시의 사진과 영상, 설치 작품은 영화 속 장면 같은 생생한 매력으로 관람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자유로운 참여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줘 관람객이 자신만의 작품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전시로 다가오게 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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