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이륜차는 다른 분야에 비해 산업이나 환경적인 면에서 최악의 조건이고 불모지나 다름없다. 그 만큼 이륜차 운행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륜차 산업은 1997년 약 29만대 까지 신차가 개발됐으나 지금은 약 12~13만대 수준이다. 시장 규모가 예전의 30~40%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친환경 이륜차 개발에도 소홀했다. 선진형 시스템 도입이 없는 상황에서 이륜차 운행은 모든 것이 규제고 단속이다. 이륜차 문화는 후진적이어서 퀵 서비스에 주로 이용되고 보도·차도 구분 없이 운행되고 있다. 이륜차 하면 폭주족이 연상되는 이유다. 분명한 것은 퀵 서비스 문제는 퀵 서비스업체의 문제지만 폭주족 문제는 청소년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향적인 관심 없이 오직 부정적인 인식을 지우고자 단속과 규제만 강화하고 있다. 면허도 오직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안전에는 관심이 없다.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도 오직 대림자동차의 교육센터 뿐이다. 그것도 정부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어서 매번 옮기기에 정신이 없다. 정비도 제대로 안 되고, 보험은 책임보험이 의무 상태임에도 약 2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종합보험은 그림의 떡이다. 폐차제도도 제대로 없어 적당히 버리면 그만이다. 검사제도도 없다. 모든 것이 무법천지 상태다. 그간 이륜차 운행방법은 더욱 가관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맞아 올림픽도로를 달리던 이륜차 모습이 좋지 않다 하여 중단된 행태가 25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이륜차는 배기량을 불문하고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는 운행할 수가 없다. 마니아들은 매년 청와대에 진정서를 내고 있으나 피드백이 없다. 사실 지금의 이륜차 운행은 버겁기만 하다.
실제로 이륜차를 운행하는 사람, 문화도 모두 제대로 정립이 안 돼 있다. 그러나 자동차 전용도로는 얘기가 틀리다. 현재 시내 도로를 운행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용도로로 연결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신도 모르게 전용도로로 접어드는 경우도 많고 다른 길로 빠지기도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예전의 관행대로라면 이륜차는 모두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퀵 서비스용 이륜차 등의 운행실태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있고 그만큼 고민도 깊어간다. OECD 국가 중 이륜차가 전용도로나 고속도로를 운행하지 못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이렇게 된 데는 이륜차 관련 단체나 운행자들의 관행도 문제지만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 필자는 이제 시범운행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우선 고배기량 이륜차 문제다. 고배기량 이륜차는 높은 가격도 그렇지만 사용신고제에 따른 불이익도 크다. 일반 자동차 등록제와 달리 사용신고제여서 자동차 세금을 내면서도 저당 등 재산상 권리를 갖지 못하는 불이익이 많다. 따라서 고배기량을 중심으로 우선 시범 구역을 정해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무분별한 운행을 고려해 겉모습이나 형태가 다른 고배기량 이륜차만을 대상으로 하자는 것이다. 필요하면 우선 경차의 기준인 1000cc 이상을 대상으로 해도 좋다. 이륜차 문제 해결 못하면 선진국 진입 어려워 대상 자체의 수가 워낙 적다 보니 운행특성을 시범하기에도 좋다. 필요하면 또 선진국 같이 별도의 시범 번호판을 도입해도 된다. 위반하면 강한 벌점과 과태료를 부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범기간 동안 문제가 많이 발생하면 아예 중지할 법적 근거도 마련하면 된다. 특히 예방차원에서 이륜차 운행자에 특별 안전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배기량 이륜차에게 먼저 기회를 제공하고 점진적으로 기회를 넓히자는 취지다. 새 제도 시행과 관련해 경찰청 등 담당부서가 난감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륜차 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진정한 문화 선진국이 아닌 절름발이 형태로 전락하게 되는 만큼 의지를 갖고 전향적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이제 변해야 할 때가 됐다.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를 때다. 산업자원부는 예산을 별도 편성해 이륜차 산업을 키우고 선진형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해줘야 한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는 최소한의 고배기량 이륜차가 시범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할 수 있는 기준이라도 마련됐으면 한다. 성긴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보자는 것이다. -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