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0호 왕진오⁄ 2013.04.02 09:30:20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의 이미지를 상기시키며, 여느 선진국의 개발도상시기의 풍경처럼 보이는 작품들을 바라보며 권력의 저울질 속 고뇌하는 인간상과 그 사이에 충돌하는 힘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장에 걸린다. 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이미지의 정의란 과련 무엇일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미지들은 무의식 속에 깊게 뿌리를 내려 또 하나의 언어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4월 18일부터 5월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UNC갤러리가 우리가 접하는 이미지들을 자신들만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새로운 정의의 이미지로 재탄생시키고 있는 정성훈(28)과 샤익 아즈가르(28)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성훈은 작품 '공터'에서 높이 쌓인 쓰레기 더미 너머 어둠 속에 희미하게 빛나는 권력의 정착지를 표현한다. 작품 곳곳에 확연히 혹은 비밀스레 배치된 권력의 상징적 요소들은 정적이 흐르는 폐허 속에서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하지만 정체성을 잃은 채 땅에 박힌 국기봉들과 무엇인가를 붙들고 일으키려는 작은 손들의 한 가운데는 저 너머의 목적지로 미처 도달하지 못한 채 스러진 인물이 소리 없이 누워 있다. 그가 도달하지 못한 '그린 빌리지'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인도출신의 작가 샤익 아즈가르는 정성훈의 작품과 대조적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의 작품은 사회적 이해의 영역에서의 내적 인식의 반영이라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대중적 이미지와 사회적 이슈, 무의식적으로 작가 개인의 관점이 더해져 투영되는 이미지를 그만의 방식으로 캔버스에 풀어나가며 각 요소들의 관계성을 구축하고 온전한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관람객들은 샤익 아즈가르의 그림에서 토이 스토리의 공룡, 슈퍼맨, 망가진 도날드 덕, 벌거벗은 아담과 이브, 그리고 무수히 많은 눈과 별, 빨간 열매 등,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구성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밝고 화려한 색감과 다이내믹한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작품에 나타나는 텍스트들은 사뭇 철학적이고 진지하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이미지를 전달하고 해석해 주는 역할을 하는데, 현 문화의 사회정치적 존재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하는 텍스트들이 관람객들에게 작품과 소통하는 제 3자의 시점을 제시해 준다. 이번 전시는 무분별하게 넘치는 이미지들 속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두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된 새로운 이미지들이 관람객들의 고정적인 시각을 탈피시키고 익숙한 요소들로서 그 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혹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의 연장선을 제시한다. 전시문의 02-733-2798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