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교육개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교육정책이 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 교육정책, 즉 시스템에 집중했다면 벌써 해결되었으리라 믿는다. 교육정책 실패의 또 다른 이유는 교육의 이해 당사자인 학부모들의 맹목적이고 이기적인 자녀사랑이 아닌가 싶다. 즉, 내 아이만 잘되면 된다는 어리석은 욕심이다. 어디 이뿐인가? 대부분 학부모들은 ‘일류병’이라는 아주 몹쓸 병에 걸려 있다. 제도적 교육의 기능은 경쟁을 통한 상급학교 진학이다. 경쟁은 언제나 소수의 승리자와 다수의 패배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패배자 입장에서 자신의 능력부족을 인정 않고 오로지 교육정책 탓만 한다. 정권 바뀌면 교육정책도 바뀌는 대한민국 일반 국민들은 교육실패를 정치 탓으로 돌리는데 익숙하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정권이 바뀌면 폐기 처분시키는 것이 관례다. 그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敎育은 百年之大計’란 말도 이제 정치인들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는 느낌이다. 뒷맛이 씁쓸하다. 교육과정(교육내용)을 통한 교육개혁이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소 냉전시대를 맞아 1957년 10월 4일 소련(러시아)이 미국보다 한발 앞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닉(Sputnik) 1호를 발사했다. 미국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이른 바 ‘스푸트닉 충격’(Sputnik Shock)이다.
미국은 스푸트닉 충격을 계기로 교육과정을 개혁했다. 이를 학문중심 교육과정이라 한다. 이전의 교육은 경험중심 교육과정이었다. 이 경험중심 교육과정은 교육의 주체가 학생이다. 이전의 교과중심 교육과 판이했다. 교과내용을 선정하고 조직함에 있어 학생들 의사는 완전히 무시된 채 어른들의 판단으로 가르쳤다. 그러나 경험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교육의 주체가 학생들이다보니, 그들이 필요로 하고 흥미로운 지식을 교과내용에 반영했다. 경험중심 교육과정이 30여 년 동안 지속되면서 과학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수학과 과학을 경시하게 됐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은 학교교육을 통해 훌륭한 과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소련은 우주계발에 박차를 가해 우주경쟁에서 미국을 앞서가게 된 것이다. 우주개발에서 러시아에 뒤졌던 미국의 미래개혁 그러나 미국은 스푸트닉 충격을 계기로 교육과정 개혁에 착수했다. 학문중심 교육과정을 실시한지 불과 10여년 후인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교육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교육 개혁은 하드웨어에 해당되는 시스템 개혁보다는 소프트웨어인 교육과정(교육내용)의 개혁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스푸트닉 충격’에서 배우자. 우리나라 교육개혁과 미래창조의 이정표를 바로 세우자. - 구병두 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