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5호 박현준⁄ 2013.05.06 10:49:24
성공적인 전시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목표 아래 많은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를 만들 때 수많은 스태프가 필요하듯 성공적인 전시를 위해선 많은 이들의 정성이 모여야 한다. 비록 전시장의 작품과 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아닐지라도 그들은 자기 일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 숨은 노력이 있기에 전시는 더욱 빛난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 일에 자부심을 품고 있으며 언제나 정성을 다해 더욱 존경스럽다. 이번 기회에 전시의 숨은 일꾼을 소개해볼까 한다. 본격적으로 전시준비가 시작되면 작가는 도록에 쓰일 사진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로 작품을 보낸다.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스튜디오에는 조명, 카메라, 색상과 명도를 대조하는 표, 입체작품을 찍기 위한 각종 배경이 준비되어 있다. 전시 일정이 나오면 모든 것이 초읽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는 점심도 거르거나 야근을 하는 일도 많다. 보통 한 전시에 20점이 넘는 작품들이 사진촬영을 기다리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인다. 고가의 미술품에 흠이라도 날까 포장을 풀고 다시 포장하는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분들의 손길은 긴장의 연속이다. 평면작품은 빛이 전면에 고루 퍼져야 하기 하므로 사진기사분들은 조도계를 연신 작품 구석구석에서 빛을 측정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포토샵으로 색상, 명도, 채도를 확인하고 빛 번짐과 반사 같은 현상이 있으면 다시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입체작품은 사방에서 작품을 찍어야 하는데 좋은 각도와 작품의 의도에 잘 맞는 사진이 나오기까지 작가와 여러 논의를 거친다. 이러한 노력의 열매는 갤러리로 보내져 우리가 손쉽게 오프닝에서 얻을 수 있는 전시용 도록과 초대장 그리고 홈페이지, 현수막 등을 만드는 이미지로 쓰인다. 작품촬영이 끝난 작품들은 돋보여줄 옷을 입기 위해 표구사로 보내진다. 작품의 재질, 재료 그리고 작품의 색상과 분위기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과 재질로 액자가 만들어진다.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는 항상 같은 액자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유명화가의 오래된 액자는 가치가 높아 액자 위에 다시 액자를 하는 일도 있다. 전시의 화려함은 현장의 숨은 일꾼 덕에 빛난다 표구사의 일하시는 분들의 놀라운 손재수를 알 수 있는 일이 있다. 외국에서 작품 활동하는 작가의 경우, 전시를 위해 한국에 그림(캔버스)만을 들고 와 다시 캔버스 틀에 고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국에서 사용되는 캔버스 틀은 한국과 치수 차이가 있다. 며칠 전 조금 더 크게 나온 한국의 캔버스 틀에 외국에서 그려온 작품과 맞추다 보니 그림이 맞아 들어가지 않고 여백이 생겨 곤란해진 일이 있었다. 150호의 크기의 작품이라서 액자를 해도 가리기 어려웠던 이 여백은 나무로 된 캔버스 틀의 옆 부분을 가로세로 약 1cm를 대패로 밀어 여백이 없이 정확히 맞춘 일이었다. 또한 동양화일 경우, 잘못된 보관으로 종이에 습기가 먹어 곰팡이가 생기는 일이 잦다. 요즈음 이 습기를 방지하기 위해 배접된 작품을 판에 붙일 땐 사이에 은박을 함께 붙여 습기에 보호를 해주지만, 옛날 방식은 합판에 바로 배접한 작품을 붙여 습기에 더욱 취약했다. 하지만 이 종이에 자란 얼룩진 곰팡이도 말끔히 제거해 주는 작품보존의 기술을 가진 표구사의 비결은 감탄할만하다.
그리고 인사동은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차를 이용해 작품을 운반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인사동은 차(車) 없는 거리가 되어 오전 10시~오후 6시는 인사동 로터리와 운현궁에서 진입하는 차량이 수도약국 앞길까지 통제된다. 그래도 전시장에 표구사와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싣고 오는 손수레 아저씨들이 있어 안심된다. 추운 겨울, 더운 여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는 이분들은 인사동의 자랑거리이다. 인사동, 사간동, 삼청동, 효자동 등 종로구 어느 곳 빠지지 않고 작품이 있는 어느 곳이라면 마다치 않고 간다. 손수레에 작품을 고정하고 힘찬 걸음으로 목적지를 가는 도중에 앞에 사람들이 많아 통행에 어려움이 있으면 짜증 대신 경쾌한 목소리로 신호를 주며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인사동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눈인사를 나누고 있다. 손수레를 놓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 정우아저씨는 가끔 내가 앞을 지나가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고 가벼운 농담을 건네곤 한다. 이분이 없었으면 인사동 골목이 허전했을 것이다. 손수레를 끌며 작품과 골동품을 운반하는 아저씨는 정우아저씨를 포함 세 분이셨다. 하지만 한 분이 몇 년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빈다. 두 분은 아직도 궂은일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신다. 정말 이분들이 존경스러운 것은 즐겁게 일하는 모습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해져 덩달아 신명을 안겨 준다는 점이다. 이글에서는 짧게나마 숨은 일꾼들을 소개했지만, 이분들 외에도 전시를 위해 각자의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많은 분이 있다. 영화의 스태프이름이 엔딩 크레딧에라도 이름이 올라가는 가지만 전시에서는 따로 준비된 것이 없어 그분들의 이름을 올려본다. 액자 서광표구사, 운반 이정우, 사진촬영 산 스튜디오, 도록제작 경일인쇄, 작품운송설치 고릴라운송, 액자 뮤아트. - 김재훈 선화랑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