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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영, 캔버스에 자라나는 따뜻하고 행복한 에너지

선을 이용, 삶과 생명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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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7호 김대희⁄ 2013.05.20 13:23:04

“작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살아있다는것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긍정적인 희망을 주고 싶어요. 제가 무엇인지 모를 순간 느꼈던 그 행복감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순간 그리고 행복감은 다를 수 있다. 자그마한 이유에서부터 큰 감동의 순간까지 저마다 다른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행복을 나누고 전할 수 있다면 그 하나만으로도 큰 가치가 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이를 전하고 공유해 간다. 서울 상수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반주영 작가는 ‘자라나다’를 주제로 작업을 하는데 사실 이는 보이지 않는 추상적 의미가 강하다. 그녀는 이러한 ‘자라나다’를 형태와 형상으로 만들어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으로 서로간의 관계적 확장이나 에너지의 확산 그리고 어떠한 형태가 커나가는 느낌을 표현한다. 여기에 유기적이나 긍정적인 모습을 담는다. 바로 아름다움과 희망 그리고 행복감이다.

“미국으로 유학 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어떤 작업을 할까 한창 고민과 생각 중이었는데 창문에 레이스로 된 커튼이 달린 모습을 봤어요.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오며 커튼이 나풀거리고 퍼져서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졌어요. 지금 작업의 시초가 된 계기죠. 이를 시작으로 자연이나 삶 그리고 생명 등 형태를 표현하고자 했어요.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긍정적인 희망 그리고 제가 그 순간 느꼈던 행복감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그녀는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전하고자 한다. 그림을 보면 가느다란 선에 의지하는데 이 작업들은 자연 안에서 무한하게 성장하는 개체들과 그 개체들간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종이나 캔버스 위에 잉크로 그려진 반복적인 이미지들은 ‘선’이라는 조형 요소에 의한 직관적인 행위의 기록들이다. 패턴화된 드로잉에서 집요함이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추상적 형태를 띤다. 작품에 주로 사용되는 붉은 색은 삶의 강렬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의미한다. 특히 정말 섬세한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그 만큼 시간도 오래 걸린다고 한다. 드로잉 작업을 주로 하면서 종이에 잉크나 아크릴 또는 종이에 바느질을 하는 독특한 작업이다. 트레이싱 종이를 사용하는데 물감을 칠해서 먼저 색감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그 종이에 직접 손바느질로 조각조각 꿰맨다. 손바느질은 자라나면서 확장된다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미국 유학 7년간 생명 탐구 추상적 느낌이 강한 그녀의 작업은 그녀만의 형상이 담겨있다. 작품마다 다른데 형상을 생각하고 작업을 시작하기도 하지만 즉흥적으로 하는 드로잉도 있기 때문에 작업을 시작할 때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 과정을 즐기는 그녀에게 오랜 작업시간은 그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그녀는 바느질 작업을 하면서 종이가 약하다는 생각이 있는데 많은 바느질로 인해 약하지만은 않다고 했다. 사람에 비유하면 혼자보다 여럿이 모였을 때 강해지듯이 말이다. 이처럼 일반적인 드로잉과 바느질 작업은 재료와 방법만 다를 뿐 같은 주제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추상은 여백이 있고 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좋다고 한다. “그동안 평면으로 주로 작업을 했는데 공간으로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요. 형태와 형상적인 작업을 많이 했는데 관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재료 또한 아크릴, 연필, 과슈, 잉크 등 크게 구애받지 않아요. 저에게는 도구일 뿐이죠. 자라나다라는 주제로 추상뿐 아닌 씨앗 등 형태를 그린 채색 작업도 있어요.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항상 그대로 변함없으니까요.” ‘자라나다’는 꼭 생명뿐이 아닌 다양한 확장이나 넓어짐 그리고 성장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부분에 수용됨이 아닐까 한다. 2003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010년에 돌아왔다는 그녀는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회화과 수업을 하고 있다. 미국 유학 당시 그곳의 수업방식이 국내와 달랐다고 하는데 의사표현과 이야기가 자연스러운 자유로운 수업방식이었다. 또한 미국은 작가와 갤러리가 평행적인 관계로 국내와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화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지금도 그림이 좋고 계속 그려나가겠다는 그녀는 삶과 그림 사이에서 즐기는 그림이 될 수 없다면 그리고 행복감을 찾지 못하면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있겠냐며 웃어보였다. - 김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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