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기조다. 박근혜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창조경제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순방 때는 한국과 미국의 창조경제 리더들을 만나 창조경제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에 접목되고 산업과 산업,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기업가들이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고, 아이디어가 보상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곧 경제 발전과 연결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이디어의 대중화’, ‘아이디어의 세계화’ 시대에 창조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가운데 주목 받는 인사가 있다. 바로 이장우 창조경제연구원장이다. 경북대 교수이기도 한 이 원장은 창조경제가 국가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지난 2009년 창조경제연구원을 설립했다. 당시 뜻을 함께 한 인사가 임태희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다. 임 전 장관은 현재 정책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원장이 말하는 창조경제는 정신적인 요인, 즉 아이디어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거다. 창의성과 상상력으로 부를 창출하기 위한 일자리 만들기도 하나의 창조경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창조경제를 강조했을 때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창조경제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물질 중심의 경제체제에서는 경제민주화가 되면 경제성장이 안 되고, 경제성장이 되면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게 된다”며 “창조경제는 이 둘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한 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흔히 경제민주화를 기회의 민주화라고 한다. 개인이나 단체,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등 상관없이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것이 경제민주화고, 균등한 기회 속에서 발굴한 아이디어가 부가가치로 생산되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라며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장우 원장이 말하는 창조경제는 국가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창조경제의 핵심 산업은 융합산업과 창조산업이다. 그는 “융합산업은 특정 산업과 기술 분야에 국한 됐던 단위 기술들이 융합을 통해 새로운 기술과 제품으로 탄생함으로써 발전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휴대전화와 자동차다. 그것들이 중요한 생산기반이 돼 대규모의 고용을 창출하고 경쟁력 있는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창조산업의 하나로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콘텐츠 산업을 들었다. 현재 한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가수 싸이는 박 대통령도 창조경제의 한 예로 든 바 있다. 이 원장은 “창조산업에서의 잠재력은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최고다. 융합산업과 창조산업이라는 두 개의 축을 다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 등을 벤치마킹해서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장우 창조경제연구원장과 10일 가진 일문일답.
- 창조경제연구원 설립계기와 목적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창의성에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는 비록 자원은 없지만 그 동안 정보화에 잘 대처해 왔다. 하지만 복지와 성장, 경제민주화와 기업경쟁력, 청년 일자리 등 난제들이 우리 경제에 산재해 있다. 이 문제들은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과거와는 다른 창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는 정부정책 뿐 아니라 기업과 국민이 참여해 일상적 삶을 창의성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다면 21세기형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2009년 9월, 이 뜻에 동참한 몇 분들과 함께 재단법인을 설립했다. 창립취지로는 ‘글로벌 경제 패러다임이 창조경제로 전환되는 환경에서 대한민국의 우수한 문화 및 기술 인프라와 창의적인 인재들의 역량이 시장에서 최대한 발현되고 보상받아 궁극적으로 산업과 경제전반의 가치창출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연구원의 목적을 ‘창조경제 시대에 적합한 경제, 경영, 사회구조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창조적으로 연구하며 창조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을 실천하고자 한다’로 정했다.” - 창조경제연구원의 대표적인 활동을 소개한다면. “그 동안 10여 개의 연구용역을 통해 창조경제와 관련된 연구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주로 창조경제 시대에서의 청년고용과 미래에 관한 주제가 많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여러 정부대안들을 제안했고 채택된 정책들도 다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1인창조기업, 창의인재동반제도, 창조캠퍼스 등의 사업들이다. 이와 함께 대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창조런치 사업이다. ‘워렌 버핏과의 점심’에서 착안했다. 오디션 식으로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선발된 멘티들은 멘토와 런치기회를 갖는다. 여기서 자신의 꿈과 비전에 대해 얘기하고 교류하며 전 과정은 SNS를 통해 공유된다. 물론 무료로 진행되는 사업이고 초기에는 연구원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지금은 기관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멘토들과 협력 체제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청년계층이 창조인력으로서 꿈과 비전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 마을 단위를 창조공간으로 만드는 사업 등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 최근 ‘창조경제 이해와 대응방안’ 연구보고서를 출간했다. 창조경제란 무엇인가. “창조경제란 사회적 부의 창출에 핵심이 되는 생산요소가 물질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이라는 정신으로 대체되는 경제구조를 의미한다. 특히 네트워크로 긴밀하게 연결된 집단 지성과 집단 창의력이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한마디로 창조경제의 본질은 인류의 정신활동이 사회적 부의 창출을 직접 견인하게 됐다는데서 찾아야 한다. 창조경제의 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이 탄탄한 바탕이 되고 그 위에서 기업가정신과 창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창조경제의 성장 동력을 제대로 추동하기 위해서는 이것과 병행해 다양한 분야와 경제주체들 간 수평적 차원의 융합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해 집단 창조의 에너지를 제대로 끌어낼 수 있다. 이 에너지는 창조경제를 움직이는 힘으로써 경제적 가치 이외에 문화적, 예술적, 사회적 가치들을 창출해 낸다.”
- 창조경제를 향한 성공사례와 대응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창조경제는 앞으로 올 미래가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다가온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이후 본격적으로 궤도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창조경제의 발전은 스마트폰 보급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 자체가 창조경제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창조인력들이 모바일 네트워크로 연결돼 집단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된다는 측면에서 창조경제의 발전에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나라는 2013년 초까지 이미 3300만 대가 보급돼 대부분의 성인들이 디지털 정보망 안에 참여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창조경제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융합기술의 대명사인 휴대전화 시장에서 세계 1위를 하고 있다는 거다. 한 콘텐츠로 대변되는 K-pop 및 싸이의 성공, 영화와 드라마의 약진 등 창조산업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이와 함께 강소기업들이 여러 분야의 기술들을 융합에 이루어내고 있는 기술혁신 사례들도 성공사례에 들어간다. 기업과 산업 차원뿐만 아니라 부산이나 부천 등 지역의 창의성과 축제 등을 결합해 이루어내는 창조도시도 좋은 성공사례다. 이 성공사례들은 산업화의 기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발상의 전환과 도전으로 창조화를 이루어 냄으로써 달성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창조화는 앞으로 산업 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질을 제고시키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 박 대통령은 이번 미국 순방 때 “창조경제는 민간이 주도하는 것으로 정부는 기업가들이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이야기다. 다만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안전망 구축도 쉽게 되는 문제가 아니다. 부처 간 융합과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아마도 국가의 분위기를 180도 전환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ICT(정보통신기술)기반으로 창조경제를 모든 산업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융합은 우리에게 있어 창조경제를 실천하는 매우 좋은 수단이다. 이것을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ICT를 타 분야와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일이다. 다만 이것은 창조경제의 시작에 불과하다. 창조경제의 성장 동력은 바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집단 창의성이다. 이에 따라 IT 플랫폼 하에서 과학기술을 근간으로 하는 창조경제 정책은 민간의 창의성을 적극 유도하는 방향으로 수립돼야 한다. 창조경제 구현의 추동력은 궁극적으로 국민의 공감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5년 후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민의 행복과 희망을 제고시키는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과학기술과 타 분야와의 융합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융합의 신바람이 일어난다. 이 융합 신바람을 관리하게 위해서는 창조경제의 틀을 이해해야 한다. 즉, 창조인력이 국가의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창업과 경영 등 가치창출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핵심 산업들이 발전한다. 그리고 그 산업이 밀집한 지역과 도시에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창조경제를 지탱하는 구성요소로써 핵심 산업, 지역 공간, 경제주체, 경영방식, 국가의 창조자산 등을 주목해야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원래 창립목적에 충실하고자 한다. 창조경제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창조경제 발전에 필요한 정책과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이고자 한다. 연구도 인문사회 각 분야에 걸쳐 확대할 계획이며 창조런치 사업도 전국적으로 확산할 생각이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