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3년마다 OECD회원국은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읽기와 수학, 과학분야 국제학업성취도비교평가(PISA)를 실시해오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어다보면 그렇게 만족할만한 것이 못된다. 이유는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그 효율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PISA의 단골 1위는 핀란드다. 물론 우리나라도 최상위권이지만 핀란드 학생들에 비해 공부 투자 시간이 무려 두 배가 넘는다. 그만큼 비효율적이다. 그러나 PISA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교육의 효율성보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흥미나 동기가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학업성적)보다 흥미와 동기부여가 더 중요한 이유는 학업성취도가 높다고 반드시 전문가가 되고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 보다 동기부여가 중요 혹자는 우리나라에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같은 인재가 없는 것을 창의적인 교육환경을 제공하지 못한 데서 찾는다. IT분야 거장 가운데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대학 중퇴자다. 만일 그들이 우리나라에서 성장했더라면 오늘의 그들이 존재했겠는가. 그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이 뒷받침 되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고(Best One)’보다는 ‘유일한 존재(Only One)가 진정한 최고인 교육적 풍토가 조성됐기에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르게 생각함으로써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글로벌시대, 미래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의 학교교육 제도로는 안 된다. 학업성적만으로 평가해 서열화하는 현행 학교교육의 시스템이 존재하는 한 창의적인 인재를 길러내기는 불가능하다. 학생들은 좋은 성적을 얻는데 급급할 것이다. 틀에 박힌 사고로는 창의적인 인간이 될 수도 없고 길러내지도 못한다. 그래서 우리의 교육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창의성교육은 공허한 메아리다. 창의성교육을 제대로 이루려면 무엇보다도 탄탄한 인성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러나 얼마 전 동아일보 등이 서울시 소재 ‘353개 중학교들의 2010-2013년 시간표 전수조사’를 보면 인성교육과 직접 관련이 있는 도덕과목은 3년 새 20여 시간이나 줄어든 반면 영-수 과목은 오히려 30여 시간이 늘었다. 분명 창의성교육과 밀접한 인성교육에 역행하는 결과다. 전인교육(全人敎育)만이 창의성을 보장한다. 가장 바람직한 창의성교육은 가장 좋은 인성교육이다. 성적위주 현행 학교교육 과정으로는 창의성교육이 실현될 수 없다. 창의성교육 전념해야 미래 열린다 21세기, 국가와 기업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않으면 미래사회를 선도할 수 없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동안 위정자들이 교육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이용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심지어 PISA 보고서 결과만을 가지고 자화자찬을 일삼았다. 제발 지금이라도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미래 새싹들로 하여금 그들을 좌절시키는 과오를 범하지 말자. 미래 동량들의 학업성적에 일희일비하지 말자. 미래 국가성장 동력인 새싹들의 창의성 개발에 전념할 때이다. 그래야 우리 모두에게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 구병두 건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