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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의 내 집 짓는 건축 이야기 31] 노는 땅이라도 활용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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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29호 왕진오⁄ 2013.06.15 18:09:33

지난 회에 이어 ‘노는 땅’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대개의 경우 ‘놀리는 땅’이라고 하면 반드시 시골에 있는 임야나 농지의 땅으로만 생각이 들겠지만 알고 보면 도시 내에서도 이런 땅들이 있는 경우가 아주 많다. 물론 토지 소유자의 나름대로 사정이 있을 수 있겠지만 땅을 함부로 놀린다는 것은 어떤 시각에서는 범법행위(?)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몇 년씩이나 오랫동안 쉬고 있는 공터가 있으면 소유주가 제아무리 휀스로 울타리를 치고 부지로의 진입을 막아놓아도 인근 동네 어르신들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드나들며 농사를 짓고 마치 주말체험농장을 방불케 하는 곳을 종종 보게 된다. 심지어는 상추와 고추, 마늘이나 고구마도 심고 아예 비료까지 뿌려가며 농사를 짓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정녕 그네들 땅도 아닌데 말이다. 가끔은 멀리 있던 토지소유주가 뒤늦게 나타나 경작권문제로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어느 경우에는 소유자가 개발행위를 하려할 때 현수막을 내걸거나 안내판을 곳곳에 설치해 불상자에게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앞의 경우에는 그나마 토지소유주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타인이 농사를 지었다고 해서 주변의 환경과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어떤 곳은 여기저기 쓰레기와 폐가구 등을 마구 버려서 언제 버렸는지 모를 쓰레기더미가 엄청나게 쌓여 있어 폐기물처리장으로 탈바꿈하여 주변에 악취를 풍기는 것은 물론 지저분해 미관을 해치는 등 인근 주민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해서 민원이 발생하는 곳도 자주 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도심 내에서 이런 땅들의 지목이 ‘대’(대지)라는 것이다. ‘대지’란 건축행위를 할 수 있는 토지를 말하는데 이런 땅에 상추를 심고 농사를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며, 토지이용계획과는 맞지 않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는 반대로 농사를 짓거나 밭 경작 이외에는 토지용도가 허락되지 않더라도 그곳에 버젓이 집이나 상가를 짓는 경우 또한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토지이용이 아닐 수 없다. 또 어떤 토지의 소유자는 토지의 용도를 바꾸지 않고 아예 사설주차장으로 변용을 하여 불법영업이라도 해서 재산세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002년부터 인천에서 다세대주택 신축을 하던 권진헌(44세, 건설업)씨는 40년 전통의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꾸준하게 주택신축사업을 해왔다. 2009년 당시만 해도 인천에서 다세대주택의 신축분양이 잘 되어 반짝 붐이 일어났었지만 그로 2년 뒤에 분양이 흐지부지해지자 인천에서 금속가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친구 김 씨와 동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분양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강서구 화곡동으로 눈길을 돌렸다. 권 씨는 화곡동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소개로 대지 면적이 각각 60평이며 남북으로 배치된 단독주택 2채를 동시에 매매를 하기로 하였지만 중개업소에서는 북쪽에 위치한 단독주택 소유주가 현재 외국에 있어 계약하기 위해서는 소유자가 국내로 들어와야 하므로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여 권 씨는 남쪽에 있는 단독주택만을 우선 매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 한 달이 지나서 권 씨는 중개업소와의 의사소통 오류로 인해 북쪽의 단독주택의 매입을 놓쳐 다른 사람이 매입하게 되는 불상사도 일어나게 됐다. 그사이 설상가상으로 친구인 김 씨의 회사가 부도가 나자 다세대 신축사업마저도 불확실해지자 이에 그간 미분양이었던 2동의 건물을 분양이 아닌 임대를 통해서 대출자금을 갚아야하는 시기가 왔던 것이다. 중개업소와의 의사소통이 안 돼 부지매입을 놓치고 동업자의 부도에 새로운 신축사업도 불투명해지자 권 씨는 매입한 단독주택을 세를 놓거나 다시 단독주택으로 되팔아야 되지만 이마저도 이미 주택을 허물어 버린 땅만 있던 부지는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하지만 권 씨에게도 뜻하지 않는 행운이 찾아왔다. 필자가 소개해 준 건축업자 윤 씨는 역세권인 준주거지역에 8층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및 오피스텔을 짓고자하였으나 윤 씨의 사업대상 대지 면적이 너무 작아 주차대수가 부족하여 신축허가를 받을 수가 없었는데 이에 윤 씨에게 권 씨의 부지를 매입하여 부설주차장 인근설치 규정에 따라 신축을 할 수 있게 됐다. 권 씨는 큰 손해를 보지 않고 부지를 넘겼고 윤 씨에게는 8층짜리 신축건물을 6개월 만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처럼 운이 좋은 경우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우연치 않게 놀 수밖에 없는 땅을 해당지역의 주변 환경과 잘 어울리게 합리적으로 이용을 하던지 혹은 개인의 사용목적에 맞게 나름대로 토지의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계획하는 것이 훗날 아주 좋은 뒷받침이 된다. 필자 이호영(2hoyoung@naver.com) /공인중개사/미호주택 대표이사/우리부동산 컨설팅 대표. 글:이호영(정리=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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