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은 김연아 선수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회였지만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또 다른 선수는 바로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를 꼽을 수 있다. 강인한 체력과 폭발적인 파워가 필요한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팅 부문에서 이상화는 500m 부문 금메달을 거머쥐며 관심을 끌었고 이후 8회 연속 월드컵 우승과 세계신기록 작성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그에게 '빙속 여제'라는 호칭이 따라붙는 이유다. 서양인에 비하여 체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스피드 스케이팅 부문에서 괄목할만한 기록을 달성하며 질주해온 그에게 사람들은 가장 큰 적이 누구인지 물었다. “(가장 큰 적은) 생각이예요. 생각은 불꽃과도 같아서 활활 타올라요.” 생각이 많아져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면 스스로도 생각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고 경기를 망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의 불꽃을 피워 올리는 불씨는 바로 욕심이라고 지적한다. “꼭 이겨야겠다는 욕심? 이렇게 생각이 커지면 꼭 실수를 하더라구요.”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태극기나 세러머니를 준비해 본 적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경기 전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닌데 재미있게 즐기다 가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고백한다.
어느 분야에서든 승리의 요체는 바로 간절함이다. 무엇을 이루겠다는 간절함, 무엇이 되겠다는 간절함 그리고 그 간절함의 대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승리의 비결이다. 또한 승부를 앞둔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필요한 것은 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의 평정이다. 운동선수들이 호흡을 조절하고 명상을 하는 이유다. 그 마음의 평정을 흩어버리는 것이 욕심인데 이상화는 이것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는 초연한 생각이 마음의 평정을 가능케 한다. 모처럼 주가지수가 2,000 포인트를 넘나들고 있다. 그에 따라 고객예탁금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지수가 사상최고점을 찍을 때 다시 사람들의 입에서는 주식이 화제가 되어 오르내릴 것이다. 지수가 오르든 내리든 사실 이것은 이미 예정된 결과일 뿐이다. 오르면 오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내리면 또 내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흥분하거나 낙담할 일이 아니란 이야기다. 주식시장에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잦은 매매보다는 긴 호흡으로 멀리 보며 투자하는 것이 옳다.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면 주식투자에 뛰어들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낫다. 평정을 유지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투자를 하길 원한다면 개별 종목에 투자하기 보다는 한국증시 자체를 추종하는 ETF 같은 종목을 투자대상으로 삼는 것도 하나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 김헌률 HMC투자증권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