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 “판결에 불복합니다. 항소하겠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은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장면입니다. 물론 현실의 법정은 드라마와 많이 다릅니다. 형사사건의 피고인들은 제1심에서 자신에게 형이 선고되면, 자신이 받은 재판에 불복하여 상급법원에 상소를 할 수 있습니다. 좀 어렵게 표현하면 ‘확정되지 않은 재판에 대해 상급법원에 구제를 구하는 불복신청제도’를 상소라고 합니다. 형사 재판에도 잘못이 있을 수 있는데, 법적 안정성이나 재판의 권위 등을 강조한 나머지 잘못된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부당하기 때문에 상소제도가 인정되는 것입니다. 즉, 잘못된 판결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는 당사자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가 상소입니다. 제1심 판결에 대한 상소를 ‘항소’라고 하며, 제2심 판결에 대한 상소를 ‘상고’라고 합니다. 제1심 판결에 대한 항소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해야 되기 때문에 판결 선고일로 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58조). 이 기간이 지나도록 항소를 하지 않으면 판결이 확정되고 더 이상 다툴 수 없습니다. 일단 피고인이 항소를 하면 법원은 항소법원으로 제1심의 재판기록을 보냅니다. 제1심 재판기록을 받은 항소법원은 항소인에게 이 사실을 통지하고, 항소인 또는 변호인은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하여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2 내지 3).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원은 항소기각결정(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형사소송법 제361조의4 제1항). 이렇듯 우리 법은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상소하였는데 상급심에서 판결이 나한테 더 불리하게 변경된다면 누가 상소하겠습니까? 그래서 우리 형사소송에서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인정하여 상소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피고인이 자신에게 선고된 형이 제1심보다 제2심에서 무겁게 변경될 것을 두려워해서 상소제기를 단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원칙입니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해주자는 정책적 이유로 인정되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는 이 원칙을 ‘중형변경금지원칙’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피고인에게 높은 형을 선고해 달라고 판사에게 형을 요구한(구형) 검사는 자신이 구형한 형량보다 적은 형량을 선고한 판결에 불복할 수 없을까요? 또는 검사가 유죄를 주장하며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무죄판결이 선고되었다면 검사는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검사도 재판에 불복하여 상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피고인만 항소하고 검사가 항소하지 않은 경우에는 피고인이 제2심에서 제1심 보다 높은 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없지만, 검사가 항소한 경우에는 피고인은 제2심에서 제1심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피고인은 술만 마시면 폭력적으로 변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동네 동태찌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가, 주인과 술값시비가 붙었습니다. 흥분한 피고인은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회칼을 들고 난동을 피우다가 이를 말리던 종업원에게 상처를 입히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에 대하여 제1심 판사는 ‘징역 1년’을 선고하였고, 이에 검사와 피고인이 같이 항소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제1심의 형이 약하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였습니다. 제1심에서 ‘징역 1년’이었는데,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이 되었으니, 위에서 말한 불이익금지원칙에 위배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앞에서 말씀드린바와 검사가 피고인과 같이 항소한 경우이기 때문에,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서 피고인이 제1심 보다 높은 형을 선고 받은 것입니다.
피고인은 대형 마트에서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던 사람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절도로 적발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제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집행유예란 것은 말 그대로 ‘형의 집행을 유예(猶豫, 미룬다)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향후에 일정 수준 이상의 범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의 선고가 취소되긴 하지만, 지금 당장에 교도소에 가지 않아도 됩니다. 피고인은 제1심 재판에 불복하여 항소를 하였고, 검사는 별도로 상소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제2심 재판부는 징역형의 형기를 줄여 10월을 선고하면서 집행유예가 없는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이 경우가 좀 애매합니다.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위반일까요? 판례에 따르면 집행유예의 경우는 형의 집행을 받지 않아도 되고, 유예 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형선고의 효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를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위반이라고 하였습니다.
피고인은 회사의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인하여 재판을 받았는데, 제1심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금 5억 원의 추징’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만 항소하였습니다. 그런데 제2심 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금 6억 원의 추징’을 선고하였습니다. 징역형의 형기와 집행유예의 기간을 줄어들었는데, 추징금액이 늘어 1억 원을 더 부담하여야 합니다. 이 경우도 불이익한 변경일까요? 판례는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고 합니다(96도2850). 징역형을 줄이면서 몰수·추징 등 부가형을 일부 추가한 것만으로는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불이익한 변경인가는 피고인에게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초래하였느냐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므로 징역형(자유형)의 기간이 단축되어도 추징액이 크게 증가할 때는 불이익한 변경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 문제가 많이 되고 있는 부분이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입니다. 약식명령이라는 것은 경미하거나 어느 정도 죄가 명확한 사건에 대해 검사가 공판절차 없이 직접 벌금, 과료, 몰수를 청구하는 경우에 이루어집니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사건으로는 음주운전으로 벌금을 선고 받은 경우가 있습니다. 검사의 청구에 의해 약식명령을 받은 경우, 피고인은 약식명령의 고지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의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453조). 이 경우에도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는데, 약식명령의 경우에는 피고인만이 불복할 수 있기 때문에, 약식명령에서 받은 벌금(또는 과료, 몰수)보다 이후에 벌금이 더 커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가 봐도 억울하지 않은 피고인들이 단지 벌금을 감액 받기 위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특히 음주운전을 해 놓고, 자신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벌금을 감액하여 줄 것을 청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주운전은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큰 범죄행위이고, 그간 음주운전을 줄이기 위해서 형량을 여러 차례 높이는 법률개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모든 법원의 기본적인 방침은 음주운전 사건의 경우 절대로 감형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모 제약회사에서 의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이 있었는데, 문제가 된 의사들에게 약식명령으로 벌금을 부과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의사들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현재 자신들의 무죄를 다투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약식명령에서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좀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말 억울해서 무죄를 다투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벌금을 줄이기 위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 고윤기 로펌고우 변호사 /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