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3호 최정숙⁄ 2013.07.01 11:30:22
17대 국회부터 발의는 됐지만 번번이 햇빛을 보지 못하는 법안이 있다. 바로 북한인권법이다.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에 각각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도 17대 국회에서 김문수 황진하 의원이, 18대 국회에서는 황우여 의원 등이 북한인권법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거나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이인제 황진하 윤상현 조명철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했다. 최근 탈북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강제 추방돼 북송되면서 북한인권법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북한인권법 제정안에는 정부에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북한인권 개선에 힘쓰는 민간단체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또 북한인권 실태조사와 북한인권 개선을 목적으로 한 국내외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하고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두도록 했다. 탈북청소년 강제송환은 현재 전 세계 인권문제로 확대된 상태다. 이에 새누리당은 6월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을 반드시 통과시키자는 입장을 보였다.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그간 야당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 남북관계가 악화된다고 주장해 왔지만 북한은 이미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미국, 일본과는 대화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작 북한은 관련법이 없는 우리나라와 대화는 외면하고 최근에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대화를 무산시키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야당은 제발 북한 눈치보기를 그만하고, 6월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야당은 내정간섭 등의 이유를 들어 북한인권법 통과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특히 19대 국회에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을 축소시킨 ‘국회선진화법’이 적용돼 야당의 동의 없이는 처리가 어려워 북한인권법 제정은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CNB와 인터뷰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이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은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수십 년 동안 북한을 연구해온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다. 현재는 한국정치학회 회장과 코리아정책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면서 한반도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정책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 및 정의와 행복의 추구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그가 북한인권법 통과를 말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민주화를 겪으면서 인권을 성장시켜온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과거 민주화를 겪은 우리나라가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예전 가정폭력은 ‘우리 집안일’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간섭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미국과 일본에도 있는 북한인권법이 정작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유호열 교수와 14일 가진 일문일답이다. - 여당이 발의한 북한인권법에 대해 야당에서는 내정간접 등을 이유로 통과를 꺼리고 있다. 북한인권법은 17대 국회부터 논의됐다. 황우여 김문수 윤상현 의원 등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나. 초기 북한인권법과 지금 계류돼 있는 북한인권법을 보면 핵심 부분이 많이 빠져 있다. 야당에서 반대도 하고 실현가능성 문제도 있어서 일단 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내용의 핵심은 인권 재단을 설립해서 재정 지원을 해 주는 등으로 약화됐다. 직접적인 조치보다는 간접적인 방식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에 대해 대한민국이 아무 입법조치 없이 지낸다는 것은 민주화를 해온 국가라는 점에서나 분단된 국가라는 점에서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인권선진국인 유럽의 나라들과 일본까지도 북한인권과 관련해서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UN) 인권이사회 결의에 의해 설치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도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는 투표 없이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내용은 다르지만 미국과 일본도 북한인권법을 갖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가 북한 인권을 위한 법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개입하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인권 위에 주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권 위에 인권이 있는 거다. 초기에는 내정간섭이라는 측면에서 주권의 절대성을 얘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발전한 측면이 있고, 주권이 있다는 이유로 인권을 유린하거나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보자. 예전에 가정폭력은 ‘우리 집안일’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가) 개입하고 처벌하지 않나.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인권이 열악한 국가였다. 하지만 지금은 인권선진국이 됐다. 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는 국내 인권운동가들의 투쟁이나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으로만 인권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가 우리 정부에 압력을 가해서 고치도록 한 것이 더해졌다. 인권운동가들의 노력과 국제사회의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인권이 발전할 수 있었던 거다. 국제사회가 한국인권이 열악하다고 하면 고치고, 거기에 귀 기울이고 이를 또 인용해서 정부를 비판하고 비판받은 정부는 법을 개정하고 하면서 운동가들은 힘을 얻어 투쟁하고는 했다. 우리가 북한에 이런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누가 주나. 내정간섭이라는 주장은 이율배반적이고 모순이다.
- 진보정치를 반성한 심상정 의원은 ‘인권문제는 북한도 비판의 성역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진보인사로는 드물게 북한 인권에 대해 소신발언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심 의원은 과거에도 북한인권위나 인권포럼 등에 와서 나랑 얘기도 하고 그랬다. 국내 정치와 경제에 있어서는 진보적 입장이지만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다르다. 노회찬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이 투쟁한 것처럼 북한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겠지만 말이다. 인권에 있어서는 보편적 시각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는 분들이다. 사실 인권을 중요시하는 것이 진보의 기본 정신이다.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 진보는 제대로 된 진보라고 할 수 없다. - 북한은 지난달 라오스에서 압송한 탈북청소년 9명에 대한 근황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남조선 괴뢰패당들이 탈북청소년들을 유인납치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청소년들을 반드시 데려와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은 우리의 불찰이다. 북한은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싶지 않은 사회저해요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간 3000명의 탈북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있다. 이는 마을 하나가 집단으로 옮겨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절대 탈북자를 용납하지 말라는 특급 지시가 내려졌을 거다. 그래서 라오스까지 가서 아이들을 송환하는 상황이 왔다고 본다. 북한에서 탈북자 방지를 위한 지침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데려간 상황이니 그들이 주장하는 것을 받아들일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 북한은 또 체제비방을 한 탈북자를 제거하겠다고 위협했다. 처음이 아니지 않나. 마음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을 거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이한영 씨나 우리가 모르는 특수임무를 하는 사람을 제거한 경우는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호언장담하듯이 처리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그렇게 위협하고 실행에 옮긴다고 하더라도 탈북자들이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 최근 북한이 미국에 대화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의 정치적 의도는 뭐라고 보는지. 북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미국과 대화 또는 관계개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다. 핵문제를 하나의 수단으로 해서 미국하고 체제보장이나 관계정상화, 경제지원 등을 논의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우리나라 등 주변국과의 대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미국에도 대화를 제의한 거다. - 이에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 행동이 있어야 한다며 조건부 대화를 제안했다. 중국은 6자회담 당사국들에게 조건을 걸지 말고 신속한 대화를 하자고 권고했다. 미국은 그 동안 북한과 여러 차례 대화를 했고 합의도 해 왔다. 그런데 그 때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 더 이상 북한과 회담하고 도발하고 이런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작년 2월 29일, 북한과 미국은 2.29합의를 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 합의도 파기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중국도 한반도 평화 안정,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이런 것들에 공감한다. 다만 대화에 조금 더 역점을 둔 거다. 미국은 검증에 더 무게를 둔 것이고. 근본적인 차이는 없어 보인다. 북한이 중국이 지지하는 대화를 하되,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한의 요건을 갖출 때 미국과 양자 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지금으로써는 거의 없다고 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과제다. 지금 상태에서는 핵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대화를 시도하지 않겠나. - G8(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정상들이 최근 북한에 완전한 핵 포기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앞서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폐기 원칙에 합의했다. 미중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핵을 폐기하도록 지속적으로 압력을 넣는 원칙을 확립했다. G8 공동성명은 선진국가들의 견해를 담은 결의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그에 대한 보상으로 경제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려한다면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국가나 기구에서는 북한을 지원해줄 수가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거다. - 북한은 한반도평화의 일환으로 핵을 갖는 거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을 가지면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균형이 바뀐다. 우리나라도 북핵에 대응해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 억지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렇게 되면 일본도 핵무장을 할 테고. 나아가 대만도 핵보유를 하려는 연쇄적인 도미노현상이 불가피해진다. 우리가 핵을 보유하게 되면 전쟁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전쟁이 일어나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결국 북핵은 한반도를 매우 위험하게 하고 분쟁가능성을 더 크게 만든다. 작은 나라에서 핵으로 인한 분쟁이 발생하면 감당할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된다. 그래서 핵 보유는 용납할 수 없는 거다. 통일이 된다고 해도 핵을 보유하고 있으면 주변국에서 가만히 있겠나. -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 속에서도 신뢰프로세스를 언급하고 대화가능성을 열어둘 정도로 유연성도 갖고 있다. 동시에 북한이 위협 할 때마다 강한 억지력을 얘기했다. 국가 안보실도 신설하고, 국정원장을 포함해 군 관련 인사를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군의 대북억지력을 강화하도록 힘을 실어준 거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확인했지만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한 억지력을 보여줬다. 북한이 협박 때마다 굴복하지 않고 원칙에 입각해 당당하게 나갔다. 개성공단 폐쇄를 각오한 대응 등은 신뢰감 주는 조치였다. 그런 부분에 있어 우리 국민들의 국정지지도도 높였고, 안보에 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것도 박근혜정부에게 좋은 조건이다. 한국 미국 중국이 함께 공동보조를 맞출 수 있는 전략적 삼각관계를 구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 정부가 더욱 노력하길 바란다. - 야당은 북한 정권 비판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북한을 비판하는 것이 통일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지 않나. 그렇다. 올바른 통일을 하자는 거다. 통일을 이용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정면승부 할 필요가 있다. 통일에는 여러 방식이 있다. 독일식 통일도 있고. 기본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더 이상 못 살겠다고 하면 그런 북한 주민들을 끌어안고 다함께 살 수 있는 통일을 해야 한다. 우리가 부담이 되더라도 통일해야 할 때가 오면 통일하는 것이 당연한 역사의 흐름이다. 부담 비용 등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통일 이후에 올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 - 통일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북한 사람들과 함께 살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젊은 세대의 상당수는 통일을 반대한다고 한다. 북한도 우리와 통일해서 살고 싶다는 의견이 절대다수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기대나 서로 함께 살고 싶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을 지속적으로 내보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나갔을 때 한국의 상황을 보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를 꾸준히 지속해서 통일하고 싶은 욕구가 커지게 만들어야 한다. 통일비용에 대한 준비는 물론, 통일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들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우리가 북한을 끌어안을 준비를 철저히 한다면 통일이 됐을 때 발생하는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