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는 단연 로마가 으뜸으로 꼽힌다. 영토의 크기, 문화의 수준이나 다양성 그리고 합리적인 법률과 압도적인 건축 등 많은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의 중심이자 당당한 제국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미 세계의 중심이었기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괜한 허세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 천년 제국 로마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로마 군대인데 지극히 효율적인 로마 군대는 당대에 대적할만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 핵심은 단순히 병법이나 규모가 아니라 바로 병참에 있었다. 합리적인 로마인들은 여타 국가와 달리 전쟁에 임할 때 병참을 가장 우선시했다. 로마인은 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곡괭이로 싸운다는 말이 당시에 널리 퍼져 있을 정도로 그들은 병참을 중요시했다. 로마 제국의 주요 거점과 도시를 거미줄처럼 관통하고 있는 저 유명한 로마가도 역시 군대와 군수품을 신속하게 이동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음은 물론이다. 단 하룻밤을 지내기 위한 임시 숙영지도 공격과 방어에 유리한 지점을 골라 교본대로 우직하고 번듯하게 짓는 그들이었기에 당시 군단이 상주했던 기지가 로마 멸망 뒤 유럽의 중심도시로 발전하게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극단적인 효율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라는 이름의 이 시대에도 병참은 역시 중요하다. 특히 재테크에 몰두하는 최첨단 금융자본주의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병참은 더더욱 중요하다. 다만, 여기서 병참은 단순히 투자금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투자금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상대적으로 유리하겠지만 거대자본가가 아닌 이상 투자금 규모는 적을 수밖에 없고 이 적은 투자금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돈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일확천금을 벌겠다고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재테크가 아닌 그저 무모한 행동일 뿐이다. 과도한 통신비, 필요치 않은 상품의 빈번한 구입, 분수를 한참 웃도는 외식 등으로 새나가는 지출은 확인하지 않으면서 재테크에 몰두한답시고 좋은 주식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올바른 투자자의 태도가 아니다. 재테크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있다.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재무상태다. 자산과 부채 그리고 현금유동성을 파악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는 데에서 진정한 재테크는 시작된다. 천년 제국 로마의 중추가 로마군단이었고 이 로마군단이 승리를 위하여 가장 역점을 둔 분야가 바로 병참이었듯, 제대로 된 재테크는 자신의 재무상황을 먼저 분석하고 불필요한 자산의 유출을 막은 뒤에 시도해도 전혀 늦지 않다. 병참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준 군대는 빠르든 늦든 반드시 승리한다. 이것은 희미한 비과학적 예측이 아니라 증명된 역사적 사실이다. - 하상현 우리투자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