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6호 심원섭⁄ 2013.07.22 14:16:01
“야망과 착각에 사로잡혀 취임 두 달 만에 103년 역사를 지닌 진주의료원의 폐업을 발표하고, 환자들을 강제 전환시키는 바람에 ‘돈키호테’라는 별명까지 얻은 홍준표 경상남도 홍 지사의 이러한 행위를 보다 못한 국회가 여야 합의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해 지방의료원을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육성·발전시킬 정책대안들을 제시했다는 점이 이번 국정조사의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7월 13일 32일간의 일정을 마감한 국회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민주당 한정애 의원의 국회 입성 이래 첫 국정조사를 마친 소감이다.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위’는 활동 종료일인 7월 13일 우여곡절 끝에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으나 증인출석을 거부한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한 고발문제를 놓고는 정회를 거듭하는 등 진통을 겪으며 막말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한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서 진주의료원 폐업과정의 불법·부당성을 밝혀냈고, 그 결과 여야 합의로 경상남도와 보건복지부에 진주의료원의 정상화와 재개원 방안을 1개월 내에 마련하여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었다”며 “향후 경남 서부지역 사회의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에서 진주의료원의 재개원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합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정애 의원은 충청북도 단양에서 출생했으나 어린 시절 부산으로 이사해 해운대 강동초-해운대여중-고를 거쳐 부산대학교 환경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공채 2기로 입사했으며 2003년 영국 노팅험 대학교에서 산업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 의원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공공연맹 수석부위원장, 한국노총 대외협력 본부장 등 노조활동을 하다가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해 당선됐다. 민주통합당 제1기 원내부대표를 역임했으며, 국회환경노동위원회와 국회운영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민주당 서울시당 교육연수위원장, 정책위원회 부의장, 국회 환경노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다음은 민주당 한정애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 ‘의료정상화 국정조사’가 32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소감을 말해 달라.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는 야망과 착각에 사로잡혀 취임 두 달 만에 103년 역사의 진주의료원을 폐업을 발표하고, 환자들을 강제 전환시키는 바람에 ‘돈키호테’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홍 지사의 행위를 보다 못한 국회가 여야 합의로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국정조사의 가장 큰 성과는 국조를 통해 한국의 공공의료가 가야 할 길을 고민하고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소 논란과 이견이 있었지만, 여야 합의로 지방의료원을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 육성·발전시킬 정책대안들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서 진주의료원 폐업과정의 불법·부당성을 밝혀냈고, 그 결과 여야 합의로 경상남도와 보건복지부에 진주의료원의 정상화와 재개원 방안을 1개월 내에 마련하여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었다. 향후 경남 서부지역 사회의 의견이 모아지는 가운데에서 진주의료원의 재개원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합의되길 기대한다.”
- 여야 합의로 작성한 결과보고서에는 보건복지부에 1개월 이내로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후속 대책을 세우도록 했으나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진주의료원 정상화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현재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국정조사 마지막 날 정우택 특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매각처분은 보건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매각하더라도 병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고는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민주당은 국정조사특위는 해산했지만 진주의료원 등 공공의료의 정상화를 위해 ‘공공의료 강화 추진기획단'을 구성, 운영키로 했다. 앞으로 국정조사의 후속조치를 해나가며, 이를 통해 진주의료원 등 공공의료 현장에서 안정과 변화가 함께 이뤄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홍 지사에게 진주의료원을 폐업·해산하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홍 지사가 이 싸움에서 이기면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가. 진주의료원 직원과 환자뿐만 아니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줬으니 본인이 그렇게 원하는 정치적 성과로도 안 남는다. 경남도민들도 경남서부지역의 괜찮은 공공의료기관이 문 닫는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이쯤에서 홍 지사는 고집을 꺾고 보건복지부와 정상화 방안을 협의하고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구해 진주의료원을 재개원토록 해야 한다.” - 홍 지사가 국정조사 동행명령 위헌 신청을 낸다는데. “홍 지사는 국회의원 지직 당시 동행명령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3년 10월 9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청주 몰카’ 사건과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청주지검 추 모 차장검사와 울산지검 강 모 부장검사에 대해 동행명령장 발부를 의결했고, 당시 홍준표 의원은 이 두 사람의 증인출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랬던 홍 지사가 이제는 태도를 180도 바꾸어 국회의 동행명령도 거부하고 오히려 위헌소지가 있다고 위헌 신청을 내겠다는 것이다. 국정조사 특위에서 불출석의 죄만 묻고, 국회모욕죄를 묻지 않아서 그런지 확인결과 아직 헌법소원은 안했다고 한다. 국정조사 과정에서 홍 지사가 강성·귀족노조로 칭했던 진주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증인으로 출석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반면, 진주의료원 폐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홍준표 도지사는 왜 이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출석하여 설명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밖에서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 이렇듯 4선 의원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여당 대표까지 지낸 분이 국회의 역할과 결정을 무시하고, 언론에 대고 국회를 비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묻고 싶다.”
- 32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전국 34개 공공의료원 부실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다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좀 더 많은 시간과 준비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정해진 조사기간 동안 압축적이고 내실 있게 조사활동을 벌여왔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진주의료원 폐업사태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급하게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진행해야 했던 상황을 국민들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후 ‘공공의료 강화 추진기획단’ 활동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등을 통해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 보완토록 요구하고, 이번 국정조사에서 지적한 시정 및 조치요구 사항에 대해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해 나가도록 하겠다.” - 그럼에도 얻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는가.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핵심임무를 ‘양질의 적정진료를 수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은 취약계층 진료, 감염병ㆍ호스피스 등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과잉진료를 안하니 소위‘착한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필요시 ‘공공의료기금의 설치’ 또는 ‘공공보건재단’을 설립방안도 검토하도록 했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지방의료원에 대한 우수한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국립대병원과의 연계강화를 통한 모자(母子)병원 체계구축 등의 지원방안도 마련토록 한 것이다. 진주의료원과 관련해서는 홍 지사와 경상남도의 폐업발표부터 조례 통과까지의 거짓말, 위법사항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난 2월 27일 진주의료원 직무대행 선임을 위한 서면이사회부터 절차상 하자로 위법임을 밝혀냈으며 이로 인해 권한이 없는 직무대행이 소집한 이후의 모든 이사회 의결 사항이 무효인 것을 규명했다. 또한 3월 11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의결하고도 경상남도가 이를 숨긴 사실을 새롭게 밝혀내기도 했다. 한편, 서울의료원의 보호자 없는 병원, 의정부의료원의 학교폭력·성폭력 상담 및 치료 등은 모범사례로 지방의료원의 역할을 고민하는 데 시사점을 안겨줄 수 있었다.” - 사회적 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6년이 흘렀다. 그동안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일부를 제외한 사회적 기업의 경영성과는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획기적인 개선책이 없겠는가.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동시에 수단으로는 이윤창출을 위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다른 기업들과 같은 잣대의 수익성과 경제성을 평가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 역시 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유지되어야 하기에 안정적인 수익 구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인건비 지원 중심에서 사회적 기업이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기업이 자생할 수 있도록 사회 책임조달제, 사회적 기업 우선 구매 확대, 제품 판로개척을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아울러 사회적 기업 투자펀드 확대, 미소금융 등 소액대출사업 확대, 신용보증 이용한도 확대 등 사회적 자본시장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 또한 사회적 기업간 협업과 연계를 위한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기존의 노동시장에서 나온 사람들이 ‘창업’ 밖에 달리 길이 없다는 것은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한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은데 ‘울며 겨자 먹기’식 창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나온 사람들이 자신이 일하던 그 시장에 다시 재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들은 안정적인 일자리의 수는 줄이면서, 계약직, 시간제 등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리고 있다. 기업의 전직지원이든 정부의 고용서비스든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수단은 미약한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한 가정의 가장인 50~60대가 퇴직금을 모두 털어 창업현장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창업이란 것도 자신의 경력과 능력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연관된 산업이라기보다는 개업이 손쉬운 음식서비스업에 편중되어 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없어지는 동네 치킨 집의 현실처럼 그렇게 자신의 능력과 자금이 아깝게 소진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의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확충과 기업의 전직지원 확대유도 등 창업이 아닌 노동시장 재진입의 기회를 더 넓히고, 창업을 하더라도 포화상태인 음식서비스업만 아니라 재능기부를 포함한 사회적 기업 창업지원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국회 차원에서도 시급한 과제로 여기고 챙겨나가겠다.” - 최근 KDI 최저임금보고서를 재계편향, 최저임금제 무력화 꼼수라고 혹평했는데.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 후보 모두 ‘최저임금 향상’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해마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가지고 노사 간의 논쟁과 갈등이 증폭돼 왔고,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결국 내년 최저임금이 5210원으로 정해졌다. 이렇게 민감한 시기임에도 불구, KDI는 6월 25일 ‘최저임금의 쟁점 논의와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최저임금 제도가 영세 사업장에서의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높고, 최저임금을 올려도 빈곤 감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의도적이고 편향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이는 최저임금 현실화를 통한 소득분배 개선, 노동생산성 향상, 기업의 경영합리화 등의 긍정적 효과를 무시하는 편향적이고 의도적인 보고서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KDI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 요즘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을(乙)'을 위한 정당’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는 주위의 평가인데 한 의원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이제까지 우리사회는 갑과 을의 불공정한 질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줌도 안 되는 갑에 유리한 행정과 법제도들이 을의 허탈감과 분노를 키워 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 철저하게 갑의 입장을 대변했던 새누리당과 달리 민주당은‘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입법성과들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체성을 보다 확실히 밝히고, 당의 지지기반과 존재 이유를 억압받고 소외당하는‘을’속에서 찾으려는 이러한 시도들이 앞으로 민주당의 변화와 발전에 건강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실패의 쓰라린 아픔을 맛보곤 하는데, 그 실패로 인해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새 출발할 수 있는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그 누구나 ‘마음껏 공부하고, 충분히 치료받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사회’, 이것이 바로 제가 꿈꾸는 세상이고, 이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민의에 귀 기울여,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정치’라고 생각한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