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결정적인 재료나 변수없이 부침을 거듭하는 변동성 장세는 일반적으로 심리적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 이른바 투심이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암시하듯 군중심리에 휩쓸린 변동성 장세는 투자자들의 쏠림현상으로 인하여 추이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결과 지수는 작은 풍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동성을 더욱 크게 키운다. 변동성 장세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자들의 굳건한 성정이 요구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무수한 소문이 횡행하고 그 소문을 따라 사람들이 몰려가고 그 쏠림에 따라 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는 와중에 중심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혼자만 남겨졌다는 고립감만큼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다. 이 극렬한 변동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이 굳건한 성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트렌드를 읽어내는 안목이다. 시대의 흐름을 관통하고 주도하는 트렌드를 헤아리는 안목이 있다면 변동성의 파고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31년 전인 1982년 8월 17일 필립스는 LP를 대체할 수 있는 CD라는 제품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신제품은 현재까지 약 4000억장 이상 팔리며 음반과 데이터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고 필립스라는 회사를 일약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만들었다. 참고로 세계 최초로 제작된 상용 CD는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 ABBA의 앨범 The Visitor이다. CD의 출현으로 이전까지 시장을 주름잡던 LP는 일부 마니아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CD가 구축한 새로운 트렌드는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MP3와 아이튠즈의 출현은 더 간편하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다. 간편한 MP3의 출현은 CD에 적잖은 타격이었지만 여기에 인터넷 회선의 고속화 및 관련 단말기의 보급은 음악이나 동영상을 다운로드하지 않고 접속한 상태로 듣거나 보는 스트리밍 환경을 제공하게 되었고 이것은 CD시장에 치명적인 것이 되었다. 이제 가수들은 CD를 발매하지만 디지털 음원의 형태로 음악을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유통되고 있다. 한때 전세계 음악 및 동영상 유통의 핵심 매체였던 CD는 탄생 30년 만에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집집마다 한대씩 놓여있던 CD플레이어 역시 이제는 수납공간 한쪽 편에 놓인 채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이것이 트렌드의 힘이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 그 흐름을 주시하고 그 흐름을 창출하는 회사와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현재는 각광을 받고 있지만 MP3와 스트리밍 서비스 이후 무엇이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어느 회사와 상품이 현재의 트렌드를 밀어내고 새로운 트렌드로 우뚝 설게 될지 그리고 정체가 아닌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종목이 무엇인지 항상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시장의 변동성에 휘둘리지 않는 진정한 투자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조선기 SK증권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