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는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쳐서 아이의 탄생을 알리고 부정한 기운의 출입을 막았는데, 여자 아이의 금줄에는 솔잎과 숯을, 남자 아이의 금줄에는 붉은 고추와 숯을 끼워 달았다. 왕실이나 양반가에서는 아이의 태를 신성하게 여겨, 이를 깨끗이 씻고 태항아리에 담아 명당에 올렸다. 그에 반해 평민은 태를 항아리에 담지 않고 좋은 터를 찾아 땅에 직접 묻거나 불에 태워 아이가 잘 자라기를 기원했다. 이처럼 조선시대의 독특한 생활상을 여성의 삶을 시기별, 계층별로 나누어 출생부터 성장, 죽음에 이르는 인생의 여로와 왕실여성에서부터 양반여성, 궁녀 및 무녀와 기녀 등 전문적 여성 그리고 일반 평민여성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는 유물들 30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관장 오진경)이 9월 2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마련한 2013년 가을 상설테마전 '조선시대 여인의 삶'전과 '조선시대 무관의 차림새'전을 통해서다.
성리학의 이념이 사회의 근간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 속에서 조선시대의 여성은 시대적으로 변화된 지위와 삶을 살게 된다. 조선 전기에는 남성과 동등하게 재산을 상속 받고 조상을 모시는 제사를 주관하며 출산 후에도 아이의 양육을 위해 친정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었으나, 유교적 규범이 강화되는 조선 후기에 이르면 남여의 내외법, 칠거지약, 재혼금지와 같은 가부장적인 질서 속에서 부모와 남편에게 순응하는 삶을 강요받았다. 이 전시에는 당시 여성의 출생에 관련된 태항아리는 비롯해 성장기에 착용했던 복식과 장신구, 혼례 과정에 사용된 유물, 그리고 중년과 노년에 착용했던 복식, 마지막으로 생을 마감하면서 마련됐던 부장품과 자손들이 입었던 상복까지 한 자리에 선보여 조선시대 여인의 일생을 살펴본다.
또한 전시실 2층에는 계층별로 맡은 바 역할이 달랐던 조선시대 왕실의 여성들과 양반 및 전문직에 종사하던 여성들의 고유한 삶이 드러난 복식 유물과 생활용품들을 통해 조선 여인들의 다양한 활동과 삶의 모습도 조명한다. 한편, 담인복식미술관에서는 '조선시대 무관의 차림새'라는 타이틀로 17세기 수군절도사 최원립 장군의 묘에서 출토된 군복과 평상복에서부터 조선후기의 군복과 관복, 장신구 및 무기에 이르기까지 차림새의 변천과정을 통해 조선시대 무관들의 살의 모습을 되새기는 자리도 함께 한다. 문의 02-3277-3152 왕진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