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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간첩은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맹목적 종북세력 걷어내는 건 우리의 시대적 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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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3호 최정숙⁄ 2013.09.17 09:21:17

“맹목적 종북(從北)세력을 걷어내는 것은 민주화운동을 했던 사람이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입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9월 4일 내란음모 혐의를 받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하 의원은 과거 주사파(주체사상파)로 활동하다 처절한 북한의 현실을 확인하고 전향, 현재는 북한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하 의원은 이날 “정말 참담한 심정으로 이번 사건의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하 의원이 밝힌 역사는 이랬다. 한국사회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양대 축으로 전진해 왔다. 민주화 운동 세력의 경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있어 아시아에서 최고의 나라가 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하지만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듯, 하 의원이 밝힌 민주화 세력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 의원은 “민주화 세력의 그늘에는 북한과 협력해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지하혁명세력이 항상 존재해 왔다”면서 “민혁당·일심회·왕재산·중부혁명당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오늘 그 마지막 그늘(RO)이 벗겨지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운동권에 몸담았던 경험자로서 지하혁명세력의 존재를 익히 알고 있었다. 그가 언급한 중부혁명당은 대한민국에 ‘조선노동당’ 구축을 시도한 ‘중부지역당’ 사건이다. 1992년에 적발됐으며, 남로당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으로 불린다. ‘일심회’ 사건은 2006년 적발된 간첩사건이다. 386출신 인사들이 연루돼 ‘386간첩사건’으로도 불렸다. 2008년 2월 민주노동당 임시 당 대회에는 이 사건에 연루됐던 당원 2명에 대한 제명안이 올라왔지만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당내 종북주의와 선을 그으려던 심상정·노회찬 전 의원이 반발하며 민노당을 탈당했다. ‘왕재산’ 조직은 2011년 적발됐다. 왕재산은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인 노동당 산하 225국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설립된 간첩단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북한 공작원에게 국내 정치동향을 전달하고 이적표현물 등을 소지·배포한 혐의 등을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석기 의원이 속해있던 ‘민혁당(민족민주혁명당)’은 1999년에 적발됐다. 당시 민혁당 활동을 한 하영옥, 김영환 씨(현재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경기남부위원장이었던 이 의원은 1999년 수사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도피생활을 하다 2002년 5월에 체포됐다. 이후 2003년 3월, 국가보안법의 반국가단체구성 등 위반으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가석방 된 뒤 2005년 복권됐다. 그리고 2013년 9월, 공안당국은 이 의원을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인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의 총책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28일, 통진당 핵심 관계자들이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130명이 모인 RO 회합은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하태경 의원은 4일 의사진행발언에서 “과거 지하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처음에 어리둥절해 했다. 두세 명도 아니고 130명 이상 되는 사람들이 내란을 모의한다는 건 지하혁명운동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정부의 체포요구동의서를 보고 의문이 풀렸다고 밝혔다. 그가 밝힌 과거 주사파는 두 가지 정세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준비’고 하나는 ‘결정적 시기’이다.

“RO는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확신범들” 하 의원은 “결정적 시기라는 것은 북한이 쳐내려오거나 아니면 북한의 혁명세력이 무장봉기를 해서 성공할 수 있다거나 이런 시기가 오면 지하에 있던 세력들이 들고 일어나서 대한민국 전복을 위해서 싸운다는 그런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소위 RO라는 그룹은 5월경에 지금 한반도의 정세가 전쟁이 임박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무슨 말인지는 한국전쟁(1950년 발발)을 생각해 보시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조선노동당이 있고 남로당이 있다. 김일성이 쳐내려온다. 6·25 전쟁 전, 남로당에 먼저 이야기를 할 거 아닌가. 내가 두세 달 이후에 내려가니까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북한의 지령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그런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지금의 RO와 당시 남로당은 다르지만 상황전개를 비슷하게 봤을 것으로 추측했다. RO가 회합을 한 지난 5월은 북한에서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하는 등 남북관계는 냉각기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국지전을 펼칠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하 의원은 정부의 체포동의요구서에 나온 녹취록 내용을 토대로 “(RO는)북한이 공격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지금 급하다. 우리가 빨리 무장할 준비도 하고, 테러할 준비도 하고, 폭동도 준비 하고…’ 그 내용들을 읽어보면 허무맹랑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어디 무기고를 습격하자든지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폭탄제조법이 있으니까 그걸 찾아보자. 가스총을 개조해서 실탄이 들어가는 그런 총을 만들어보자… 실행 가능한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다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전쟁이 임박했다는 걸 전제로 깔고 있기 때문에 조급했고 무장을 독려한 것”이라며 “그래서 급히 모든 사람, 130명이 모인 그런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 ‘정신병이거나 조작일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그게 아니라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정하는 확신범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과거 종북 주사파의 실체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는 “과거 북한을 추종하는 집단인 주사파가 있었다. 나 또한 주체사상을 공부했다. 주체사상을 받아들이는 내에서도 다양한 세력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게 주사파라는 교훈을 많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 그룹은 그렇지 않았다. 하 의원은 “어떤 특정 그룹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북한이 이야기해 준 그대로 따라가는, 정말 맹목적인 종북세력이었다”면서 “북한이 반전반핵을 외치면 똑같이 반전반핵을 외치다가 그 다음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다, 핵실험이 성공했다고 그러면 그쪽도 북한이 핵 보유한 거 잘했다 등 그렇게 따라가는 세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후부터 하 의원의 마이크는 더 이상 켜지지 않았다. 발언시간이 종료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꺼진 마이크도 하 의원의 소신은 막을 수 없었다. 하 의원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문제는 종북세력이 진보 민주세력이라는 파이 안에 가족처럼 있었다는 것”이라며 “맹목적 종북세력을 걷어내는 것이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이 마지막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그러면서 본회의장에 모인 여야 의원들에게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가결 시켜줄 것을 당부했다. “요즘 간첩이 없다”는 안철수 발언 무색 그는 “개인적 감정을 버려야 결국 이 의원도 살아남는 것”이라며 “감싸면서 자폭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영원한 흠집으로 남는다. 이 의원을 감옥으로 보내고 통진당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통진당을 향한 독설에 가까웠지만 과거 주사파의 일원으로서 운동권에 남은 애정 어린 발언이었다. 하지만 뒤이어 의사진행발언을 시작한 통진당 오병윤 의원은 단상을 내려가는 하 의원의 뒤통수에 대고 “예의가 없다”며 쏘아붙였다. 체포동의안 당사자인 이 의원은 자신이 종북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이 의원은 2일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애국가는 물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하지만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4일 재석의원 289명 가운데 258명 찬성, 반대 14명, 기권 11명, 무효 6명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다음날인 5일 CNB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하 의원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북한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종북세력이 있었다”고 한 것과 관련해 “예전에 운동할 때 그런 그룹이 있었다. 북한의 대남방송을 듣고 북한이 시킨 대로 똑같이 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북 주사파들이 말하는 조국은 북한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 의원에 따르면, 종북 주사파들은 북한이 자기 조국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건국의 정통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조국이 될 수 있지만 그 전제는 북한이 주도한 통일된 한반도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북한 주도의 통일국가가 되기 때문에 종북 주사파들에게는 조국의 의미를 갖는다고 하 의원은 밝혔다. 하 의원은 “오 의원의 예의가 없다는 발언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발언을 마치고 단상을 내려가는 자신의 뒤에서 누군가 그런 핀잔을 줬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오히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진당 측은 이번 사건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과 같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하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공안사건이 다 무죄를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핵심적인 것은 유죄가 난 것이 많다”면서 “당장 이 의원이 가입했던 민혁당을 봐라. 이 의원 본인은 그걸로 징역도 살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되고 통진당은 “끔찍한 공안통치에 민주주의가 질식사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통진당의 민주주의 언급에 하 의원은 “원래 상습적인 수법”이라며 “종북세력이 자기들이 종북이라고 떠들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민주화 세력으로 위장한 거다. 국민들도 다 알고 있는데 끝까지 속이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통진당은 ‘국회를 혁명의 교두보를 삼는다’ 등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은 짜깁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은 “시인 아니면 부인해야 하는데 자기들이 시인을 할 수 없으니 짜깁기라고 하는 거다. 그런데 녹음된 것이 있으니 말을 바꿨다. 수사도 날조라고 했다가 지금 인정하지 않았나. 앞으로 또 말을 바꿀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진당 측은 당초 “국가정보원의 날조”라고 했다가 말을 바꿔 “총기 탈취나 시설파괴 등을 언급한 것은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는 농담에 불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야당 성향의 댓글이 주로 달리는 포털사이트 이용자들조차도 냉소를 보냈다. 3일에는 이 의원의 ‘날조’ 주장에 국민 10명 중 7명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공개됐다(디오피니언 실시). 국정원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 하더라도 높은 수치다. 국민들은 국정원 개혁과 이번 사건을 별개로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주사파 활동하다 전향, 북한인권운동 매진 통진당과 한 때 한솥밥을 먹었던 정의당도 등을 돌렸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라디오인터뷰에서 “녹취록을 읽어본 누가 보더라도 진정한 토론이었지, 농담으로 말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국민을 속이거나 조롱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와 관련해 하 의원도 “자기 함정에 빠진 거다. 처음엔 부인하다가 나중에 그 말을 했다는 실체를 인정한 거다. 녹음기는 거짓말을 안 한다. 다 나와 있으니까 아무리 변명을 해도 오히려 저쪽의 진실성만 의심받는 상황”이라며 “농담인지 아닌지는 법원이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故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떠오르게 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장엽 선생은 대한민국 각계각층에 5만 명 이상의 종북 세력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경고한 바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설마했지만 이제는 소름끼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또 안철수 의원의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냐”는 발언도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 의원은 “북한이 살아 있는데 간첩이 없을 수가 있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 의원 구명활동을 하고 있는 통진당에 대해 “지금 모습을 보면 이 의원하고 집단자살을 하려는 것 같다. 그러면 안 된다. 당내 있는 RO그룹을 다 쫓아내고 새로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이석기 의원은 5일 내란음모·선동 및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찬양 등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었지만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고 범죄혐의 소명되며 증거인멸 및 도주할 우려가 있다”면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수원구치소에 수감된 이 의원은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을 오가며 조사를 받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RO’ 조직원 130여명과 가진 비밀회합에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3∼8월 RO 조직원 수 백 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과 북한 혁명가요인 혁명동지가, 적기가 등을 부른 혐의도 받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국회에서 RO 조직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추후 수사결과가 정국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 주목된다. - 최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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