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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미래 칼럼]한반도 통일 시나리오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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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4-345호 박현준⁄ 2013.09.16 10:43:36

통일 이후의 식량수급에 대한 예측과 통일을 대비한 식량정책에 대한 최근의 연구 결과를 모아 ‘한반도 통일과 식량안보’라는 책자를 출판했다. 이 연구를 수행하면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국내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는 한 미국인이 말한 토론 내용이 길게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분은 탈북 여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데 통일에 관한 전망을 우리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었다. 그는 북한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가 당연시하는 것처럼 남과 북이 저절로 합쳐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북한 주민들은 지난 60년간 남한을 적으로 생각해 왔으며 오히려 중국과 가까이 교류해 왔다는 것이다. 둘째로 6.25 전쟁 중 남한으로 피난 내려온 사람들이 북한에 두고 온 땅과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아직 주장하고 있음을 북한 주민들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로 통일이 되면 남측의 재벌들이 북한의 땅과 부동산을 무차별하게 매입해 그들의 생활터전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그 동안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와서 살고 있는 새터민들이 겪는 이질감과 좌절감이 너무 크고 이러한 사실들이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탈북 동포들에게 경제적 지원과 관심을 적지 않게 쏟고 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전반적으로 북한동포를 수용하고 함께 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음을 나타내고 있다. 통일세를 내겠다고 응답하는 사람이 60%가 된다고 해도 막상 평화적 민주통일이 됐을 때 우리가 행동해야할 방식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다. 새 정부가 강조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 한반도가 통일되려면 남북한 주민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통일 시나리오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남한이 주도하는 1국가, 1체제, 1정부의 자유경제 민족공동체 통일이 되려면 북한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제시되어야 한다. 국유화되어 있는 북한의 토지와 부동산을 북한 주민에게 배분하는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 남쪽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북한에 두고 온 재산에 대한 연고권을 포기하는데 합의해야 한다.

통일 후 남한의 자본이 북한에 무차별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북한지역의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합리적인 방안들이 수립되어야 한다. 북한의 시급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통일 시나리오를 보고 북한주민들이 통일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 우리에게 통일의 과제가 남아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받은 일일수도 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이기심을 억제해야하고 사회 정의가 살아 있어야 하고, 평등하고 억눌린 자 없이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직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모인 사회, 북한 주민들이 보고 함께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통일이 가져다 줄 경제적인 이득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고 세계가 흠모하는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이 일을 위해 한국인은 새롭게 교육되고 훈련 받아야 한다. 통일을 위한 한국의 재발견이 필요하다. 남북한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평가하고 7천만 통일 국민이 나아갈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야 말로 이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의 사명이다. - 이철호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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