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같이 날아서 벌처럼 쏜다’로 유명한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내 승리의 절반은 입으로 했다”고 말했다. 알리는 긍정의 말과 그 힘을 믿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승리를 예언했는데, 이것이 상대방에게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꿈을 이뤄낸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골퍼들이 친구들 사이에 작은 내기를 할 때 동반자의 불운을 주문하고, 주문이 통하면 매우 즐거워한다. 홀을 향해 굴러가는 볼을 보면서 ‘멈춰, 멈춰, 들어가면 안 돼’라고 외치기도 하고, 동반자의 세컨드 샷이 그린 옆에 있는 벙커로라도 향하게 되면 ‘제발, 벙커에 빠져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또한 티 샷이 숲을 향해 날아가면 ‘굿 매너, 역시 한방 협조해 주는군’이라며 통쾌해 하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는데, 동반자의 실수에 기뻐하던 사람이 비슷한 실수를 하면서 망가지고, 그린 위에서 쓰리 퍼트를 주문하던 골퍼 역시 동반자의 실수에 이어 자신도 유사한 실수를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반면 동반자가 남긴 짧은 퍼팅에 대해 콘시드를 주면서 자기 퍼팅을 마무리하는 골퍼들의 경우엔 오히려 성공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선한 행위가 축복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면서 마치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선순환으로 바뀌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필자의 골프 친구 가운데 P사장은 ‘접대 골프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큼 볼도 잘 치며 분위기도 잘 띄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친구도 우리끼리 골프할 때면 1점에 1000원의 스트로크 내기를 하며 아옹다옹하기 일쑤다. 언젠가 P사장과 골프할 때였다. 블랙스톤 서코스의 5번 홀은 320야드의 비교적 짧은 파4홀인데, 우리 두 사람 모두 세컨드 샷에 온그린으로 5미터 내외의 버디 퍼팅을 남겨 놓았다. 먼저 필자가 스트로크한 퍼팅이 홀에 빨려 들어갈 듯한 기세로 굴러가고 있는데, P사장이 “안 돼”를 외쳤고, 퍼팅한 볼은 옆으로 홀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 아깝게 버디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사실 그 날은 볼이 안 맞아서 스코어도 죽을 쑤고 있었는데, 버디 한방이 나오면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빗나간 퍼팅이 무척이나 아쉬운 상황이었다. 이어 P사장도 퍼팅을 했는데 홀을 향해 아주 좋은 속도로 굴러 갔다. 동반자들은 모두 “안 돼”를 외쳤고, 그의 볼은 홀 가장자리에 걸리며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우리 두 사람 모두 버디 사냥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다음 6번 홀의 파5홀에서 P사장은 버디를 잡았고, 7번 홀인 파3홀에서도 잇따라 버디를 낚았다. 그러자 한 동반자가 “아까 5번 파4홀에서 버디를 잡았으면 싸이클 버디가 되었겠네요”라고 말했다. P사장은 후회막심으로 땅을 치면서 “아까 당신의 버디 버팅을 ‘안 돼’로 막지 않았다면, 나의 버디 퍼팅도 들어갔을 텐데. 내가 입방정을 떨어 평생 한 번 할까 말까하는 싸이클 버디를 놓쳤구나”고 아쉬워했다. 필자가 지난 20여 년간 약 1600여 라운드의 골프를 통해 얻은 지혜에 의하면, 동반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말은 결국 자신을 위한 생명수가 되고, 동반자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자신에게 저주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동반자가 긴 거리에서 성공한 버디 퍼팅을 시기하지 않고, ‘정부에서도 못 말린다’는 조크와 함께 축하해준다. 동반자에게 긍정과 격려의 말을 하면서 필자 역시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는 경우가 무척 많았다. 그래서 필자에게 붙여진 좋은 별명이 ‘동반 버디의 명수’가 됐다. - 김덕상 골프칼럼니스트협회 명예이사장(OCR Inc.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