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4-345호 심원섭⁄ 2013.09.16 11:20:49
정치권에서는 무소속 박주선 의원을 ‘오뚝이’에서 업그레이드 된 ‘불사조’ 라 부른다. 박 의원은 지난 1999년 옷 로비 의혹 사건에 휘말리며 첫 번째 구속됐다. 이어 박 의원은 2000년 나라종금 사건,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등에 연루되며 구속됐지만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박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8월 22일 법원은 국회의원직 유지를 할 수 있는 판결을 내렸다. 정치 경력 사상 네 번째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전남 보성 출신의 박 의원은 광주고, 서울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나와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수석합격 해 서울지검 검사로 임용됐다. 이후 광주지검 해남지청장, 대검 중수부 1·2·3과장, 서울지검 특수 1·2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을 지내 언론으로부터 차기 검찰총장감이라는 평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국민의 정부 출범과 함께 김대중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맡았다. 그후 정계에 입문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전남 보성·화순에서 당선됐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통합민주당 후보로 광주 동구에서 전국 최고 득표율(88.7%)로 당선됐다. 올해 19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전직 동장 투신사망 사건’의 여파에도 불구, 전국 최저 득표율(31.6%)로 당선됐다. 그러나 박 의원은 이 와중에 쉴 틈 없이 송사에 휘말라는 등 순탄치 않은 정치인생을 보낸다. 잇따라 구속됐지만 무죄 판결을 받아내며 정치생명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의 신화'란 평이 따라붙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원은 모두 336일간 구속됐고 특히 세 번째 구속 당시인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 때는 심장 관상동맥이 네 군데나 막혀 대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네 번째로 구속되는 운명을 맞아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번에는 정말로 정치인생이 끝났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1심에서 박 의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고 국회 역시 1심 재판부가 요청한 체포동의안을 7월11일 가결했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도 같은 해 7월17일 박 의원에 대한 심문절차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법정 구속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 해 9월27일 원심을 깨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해 박 의원은 곧 석방돼 여의도로 복귀했다. 8월 22일 검찰이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박 의원은 그동안 위축됐던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향후 어떤 활동을 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음은 CNB와 무소속 박주선 의원의 일문일답이다. - 마지막으로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기로 함으로써 악몽 같았던 법정 투쟁은 일단락 됐다. 그동안 복잡했던 심정을 말해 달라. “제가 검사출신으로서 한때 언론에서는 검찰총장감이라는 평가받기도 했으나 정치권에 들어왔다가 모두 네 번 구속돼서 네 번 모두 무죄를 받았다. 사법사상 정치사상 전무후무한 일이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갖은 우여곡절과 파란만장한 정치인생을 걷고 있지만 ‘진실은 잠시 숨겨질 수가 있지만 지워질 수는 없다’는 진리를 믿고 의지와 집념으로 진실을 밝혀내 저를 둘러싼 누명과 오해를 털어냈기 때문에 기쁘기는 하다. 그러나 검찰은 상고포기 한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다시는 나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자성과 회개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임인대서 천험근골’(任人大事 天驗筋骨. 하늘이 큰일을 맡기려는 사람에게는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단련을 시킨다)라는 말이 있듯이 저를 끝까지 믿고 성원해주신 많은 분들의 위로가 용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 특히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많을 텐데. “선거전에 임박한 상태에서 나를 둘러싼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언론보도가 판을 쳤지만 저의 인격과 처신을 믿고 지지해준 광주 동구 지역의 유권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또 경위야 어찌됐던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사과의 말씀도 드린다, 앞으로 잃어버린 정치생활 2년을 보충한다는 의미에서라도 백배천배 더 노력해서 지역민들과 지역발전을 위한 보다 좋은 정책을 펴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약속드린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백배의 노력을 하면서 용기 있는 도전으로 호남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기여하고 싶다.” - 소위 잘나가는 검찰출신 정치인임에도 동서고금을 통해서 있을 수 없는 ‘네 번 구속, 네 번 무죄’라는 전무후무한 판결이 왜 박 의원을 겨냥해서 나왔다고 생각하는가. “1999년 옷 로비 의혹에 휘말린 첫 번째 구속은 당시 창당했던 새천년민주당을 띄워야 되는데 이 사건이 발목을 잡는다 해서 희생양을 만들고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자 나를 선택했던 것이다. 이후에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위로와 함께 사과도 받았다. 2000년 나라종금 사건인 두 번째와 2004년 현대건설 비자금 사건인 세 번째는 제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에 안가고 민주당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의 유력인사를 단죄함으로써 민주당이 범법자의 당이라고 폄하하고 고사시켜야 상대적으로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된다는 정치적인 맥락에서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역시 2007년 7월 11일 봉화마을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을 때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항의하자 노 대통령께서는 그 자리에서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하시면서 ‘나중에 소주한잔하면서 풀자’고 하셨으나 돌아가시는 바람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리고 이번에 네 번 째 구속의 경우는 민주당이 모바일 경선이라는 정치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헌법상으로나 현행법률 상으로도 위반이고 실시할 수 없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피해자가 된 것이다. 즉 마녀사냥식 여론물이 수사와 재판의 희생자가 됐다. 7가지 죄명에 9가지 범죄사실이 전부 무죄를 받았는데 나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부 사람들의 과잉충성에 의해서 빚어진 일인 것이다. 물론 선거 때가 되면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상대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전쟁을 방불케 하는 그런 선거전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을 국회의원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선입견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1심 재판에서 잘못된 판결로 이런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도 여론의 노예가 돼서 비굴하고도 겁쟁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체포동의안이 통과될 수가 없었는데 불구하고 특권 내려놓기 차원이라면서 여당 국회의원은 봐주면서 무소속 국회의원은 정치적 인질과 희생양으로 삼아서 국민들에게 호도했다.” - 향후 정치행보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건전한 여당이 있을 때 건전한 야당, 그리고 합리적인 야당이 있을 때 합리적인 여당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의회정치에서 여야의 교섭단체 협의에 의해서 국회가 운영되기 때문에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사실상 국정운영의 아웃사이드에 불가한 역할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당을 갖기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는 그동안 다소 움추렸던 정치력을 복원하고 정치를 새로 시작한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기존정당에 대한 반대내지는 반감도 있고 해서 지역민들과 잘 상의해서 나의 정치적인 목표와 좌표를 어떻게 실행시킬 수 있을지 차분히 검토하고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다.” - 민주당 복당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얘긴가. “특정 정치세력이나 정당 등을 염두에 두고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 같은 분도 수많은 고난과 시련 속에서도 불굴의 정신력으로 용기 있는 도전을 이어왔다. 이제까지의 겪었던 시련을 자양분으로 삼아 새롭게 출발할 것이다. 좌우 이념에 경도되지 않는 균형 잡힌 정치, 민생우선의 정책, 초당적인 의정활동을 위해 노력하겠다. 현재는 정치를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난 2년여의 가까운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백 배, 천 배 더 노력하겠다.” - 민주당이 정치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권에서 지지율이 예전과 같지 않은 것 같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그동안 호남권에서 민주당에 보내준 지지와 지원은 절대적이었으나 보내준 지지와 성원만큼 호남의 문제를 중심에 두고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민주당은 중앙정치에서는 이슈 주도권을 상실하고 여권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있으며, 지역발전 차원에서도 호남을 위한 예산이나 정책을 중심에 두고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호남인들은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민주당에 건 기대의 1%도 돌려받지 못했다는 소외감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 김대중 대통령 이후 호남정치의 구심점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데. “그러한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역주의를 주장하기 위해서 호남구심점이니 영남구심점이 아니라 서로의 구심점끼리의 역할과 균형을 잡아서 통합을 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새롭게 개척하고 한반도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소 그러한 상황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전의 호남정치 구심점은 ‘민주화’라고 하는 정치이슈를 테마를 잡고 그것을 성취시켜야 할 명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테마 자체를 잡기가 쉽지 않아서 두각을 나타내는 정치인을 발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부의 정치인들이 하고 싶어도 이제는 인구가 적은 호남만 가지고 되지 않겠느냐 해서 자포자기 해버리는 정서도 있다. 그런데 용기 있는 도전을 통해서 구심점이 확보될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선의의 균형 잡힌 국가정책도 만들 수 있고 또 정권의 교체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흥정이라도 할 수 있고 대안론이라도 제시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설이 나오고 있는데. “지난해 대선 당시 도와달라는 얘기가 있어서 한번 만나 적이 있었지만 후보를 사퇴하는 바람에 더 이상 만나지는 못했다. 현재 ‘안철수 신당’이라는 것이 매우 공허하고 실체가 없기 때문에 평가를 할 수 없다. 아직까지는 안철수 신당과의 관련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 ‘안철수 신당‘이 태동하리라고 보는가. “안 의원이 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까 만들어지리라고 본다. 특히 한국정치사에서 신당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에 본인 의지가 있고 주위에 안 의원을 따르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신당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새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주축으로 새로운 사고를 가지고 해야 한다. 실천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다. 특히 인재구하기가 쉽지 않다. 새 정치는 김대중 대통령이 1997년에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것이 시초였다. 당시에도 ‘젊은 피를 수혈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구태정치로 몰리는 현상이 있었던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즉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점과 국민이 힘든 점을 고치는 것이 새 정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여론조사에서 60% 이상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북 안보정책이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으로 나타났지만 나는 박 대통령이 잘해서 대북정책이 달라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개성공단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와 가지고 파행을 겪다가 중단이 됐고,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에서 대화를 통해서 가동이 재개됐다. 그러므로 이 정부에서 파행시켜놓고 가동을 재개한 것을 대북정책을 잘했다고 하는 것은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본다. 대북정책은 시간이 가면 북한보다 국력이 몇 배나 되고 또 민주법치 국가인 대한민국의 우월성을 세계적으로 공인을 받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기는 것을 기정사실이다. 그러나 서로 대치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경우 한반도의 평화와 발전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국력이 좀 우월하다고 해서 자만과 자존심의 대결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 북한이 우리 헌법상으로는 이적단체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엄연히 유엔에 가입된 독립된 국가로서의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자의적으로 버릇을 고친다든지 길을 들인다든지 일방적으로 굴복을 시킨다든지 하는 생각은 대북정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라도 버려야 할 제1조건이라고 본다. 따라서 대북정책의 문제는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대한민국과 비이성 국가인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항상 우리가 주도를 하고 선도를 하면서 양보도 해야 하고 달래고 하면서 설득도 시켜야 되고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힘으로 갖고 대결을 하더라도 우리가 이기지만 힘으로 대결하다보면 우리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점을 알아야 한다. 독사에게 물려서 사람이 죽어가는 데 그 독사를 잡아서 죽여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처음부터 독사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지. 물론 전쟁을 하면 우리가 이기겠지만 제일 현명한 안보정책을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 북한을 자극하고 반발을 초래하고 하는 이런 것을 자제해야 한다. 개성공단 역시 4개월 13일 만에 재개 되었는데 가동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누가 보상해주는가. 이런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잘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오히려 가동을 중단 안 시키는 것이 현명했다고 본다. 지금도 북한에 대해 우월한 자만감과 자존심을 앞세우는 바람에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의 빠른 진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본다.” - 한반도 주변 4강 외교는 잘되고 있다고 보는가. “우리는 역사적으로도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외교가 돈독할 때 한반도의 평화가 이뤄졌고 또 남북이 대치된 상황에서 한반도 주변 4강의 도움과 지원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또한 경제적으로 상호보완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4강과의 외교관계가 정말로 원활하고 국가가 서로 상생하는 외교정책이 펼쳐져야 하는데 문제는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로 있지만 중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동맹으로서는 우리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본과의 아픈 역사인식에서 마찰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럴 때 일수록 일본과에 관계를 단절시킬 것이 아니라 물밑 대화를 통해서 실질적인 양국간 발전을 위한 외교정책이 펼쳐져야 한다.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자존심 대결이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물론 일본의 행태를 보면 우리가 고개 숙이고 나갈 필요나 이유가 없지만 우리가 대등한 입장에서 선도적으로 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바람하다고 본다.” - 국회 외교통일위원으로서 올 정기국회에서의 가장 큰 현안은 무엇이고,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가. “개성공단 정상화,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복원과 방위비분담금 개정협상이 가장 큰 현안이지만 개성공단이 정상화 돼서 일단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북간 대화가 수차례 진행되면서 많은 합의점들이 만들어져가고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합의된 내용들을 실천하는 것이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신청자 중 80%가 70대 이상이고, 한해에 3,800명씩 돌아가시는 고령의 이산가족이 많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추석 상봉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 하는 방안을 꼭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