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6호 박현준⁄ 2013.09.30 12:53:44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인 반도체, 핸드폰, 가전과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회장의 얼굴과는 깊은 연관이 있다. 도대체 얼굴 어디에 그런 연관성이 나타나 있단 말인가? 혹시 관상이 아닐까? 그런데 삼성과는 제품, 경영방식, 문화가 전혀 다른 현대자동차도 역시 정주영 창업주, 정몽구 회장의 재능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면 조금은 수긍이 갈까? 이런 연관성은 진화의 산물이다. 이런 연관성을 알려면 기나긴 인류의 진화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인류는 19만년 전 에티오피아와 케냐 등이 있는 동북아프리카에서 출현해 아프리카에 퍼져 10만년 이상 오랫동안 살았다. 그들 가운데 일부가 8만 3000년 전부터 7만 5000년 전 사이에 동북아프리카를 출발하여 아라비아반도의 남쪽 해안을 따라 인도 서북부로 진출했다. 여기서 이들이 나누어져 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유럽으로 향하면서 전세계에 퍼지게 되었다. 그중에 아시아로 향한 조상들은 해안선을 따라 인도를 지나 7만년 전에 동남아시아에 도착한 후, 동쪽으로 계속 진출해서 남중국 해안을 거쳐 6만년 전 경에 한반도에 들어왔다. 이들이 남방형이다. 또 이들 일부가 동남아시아에서 갈라져 티베트,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로 올라갔다. 이들이 시베리아에서 오랫동안 살다가 1만 3000년 전 경부터 한반도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이 북방형이다. 우리가 북방민족이라는 것도 바로 이들을 두고 한 말이다. 이런 남방형과 북방형이 현재 한국인의 조상이 되었다. 이런 진화역사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조사로 알게 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이동하면서 적응한 기후와 먹이채집 방법이다. 남방형이 이동한 경로는 더운 지방에 속해 있어서 더위에 잘 견딜 수 있는 얼굴로 진화했다. 이런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는 삼성 이건희 회장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얼굴 윤곽은 각지고, 눈이 크고, 코가 짧고 넓으며, 입술은 두껍다. 흔히들 윤곽이 뚜렷한 입체적인 얼굴이라고 한다. 이런 얼굴은 라디에이터처럼 오목불록이 심해 체열을 발산하기 쉬어 더위에 잘 적응할 수 있다.
한편 그들은 육지에서는 열매를 따고 뿌리를 캐고 바닷가에서는 조개를 잡으며 먹이채집을 했다. 즉 해안채집민이다. 그래서 열매와 조개를 잘 찾아낼 수 있는 관찰력, 뿌리의 크기를 잘 짐작할 수 있는 상상력, 먹이의 종류를 잘 분별할 수 있는 분석력, 그들을 잘 따거나 캐내면서 손과 팔 근육이 발달했다. 이와는 달리 북방형은 시베리아에서 추위에 잘 견딜 수 있는 얼굴로 진화했다. 이런 얼굴을 가진 사람으로는 현대의 정주영 전 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들의 얼굴 윤곽은 타원형이고, 눈이 작고 가늘며, 코가 길고 좁으며, 입술은 얇다. 흔히들 윤곽이 매끈한 평면적인 얼굴이라고 한다. 그래서 체열발산을 억제하여 추위에 잘 적응할 수 있다. 한편 그들은 사냥으로 먹이채집을 했다. 즉 수렵채집민이다. 그래서 멀리 있는 동물들을 주시하면서 공간 감각이 뛰어난 시각, 그들을 잡거나 죽이면서 등과 다리 근육이 발달했다. 또 사람보다 빠르게 도망가는 동물들을 포획하기 위한 창의력, 동물에게 일거에 치명타를 입히기 위한 결단력, 과감히 동물을 공격하는 투지와 돌파력 등이 발달했다. 남방형과 북방형이 이렇게 발달한 능력들이 오늘날까지 유전으로 이어져 우리 재능의 원천이 되었다. 정말 그럴까? 필자는 전공이 정보통신공학이다. 그중에서도 영상처리와 컴퓨터 그래픽스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을 구사하는 대상이 얼굴이다. 1988년부터 얼굴연구를 시작한 후에 모나리자의 다양한 표정을 합성하고 1997년에는 우리나라 몽타주 작성 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재 경찰에서 사용 중이다.
오키나와에서 깨달은 진화와 얼굴, 재능의 연관성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대구 개구리소년의 10년 후 얼굴예측, 연예인 2세 얼굴의 합성 등의 기술도 개발했다. 그러던 중 2007년에는 오키나와에 여행을 가서 생선회를 먹다가 벼락처럼 일순간에 진화, 얼굴, 재능의 연관성이 뇌리에 꽂혔다. 그 후 거의 6년 동안 이들의 관계를 체계화하는 연구를 하였다. 이런 과정에서 기업경영과 정치, 문학, 법률, 학문 등의 전문직, 피겨 스케이팅, 골프, 양궁, 쇼트트랙 등의 스포츠, K-POP과 게임, 의복, 그림, 디자인, 드라마 등의 문화에 걸쳐 40개 분야의 재능을 섭렵하면서 각 분야의 재능은 얼굴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럼 삼성의 제품, 회장들의 얼굴, 재능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반도체, 핸드폰, 가전은 남방형의 먹이인 열매, 뿌리, 조개처럼 작고 아기자기하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 전 회장은 중간형이다. 북방형과 남방형의 중간쯤이다. 그래서 이런 제품들은 이병철 전 회장의 재능과 맞아떨어져, 이런 제품들의 성질, 제조방법 등을 직관적으로 금방 알 수 있다. 진화과정에서 친숙했던 먹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의 주력제품은 자동차, 선박, 철강, 건설 등이다. 이들은 북방형의 먹이인 동물처럼 크면서 움직이기도 하고 건설은 사냥 무대인 산과 들판처럼 광범위하며 웅장하다. 그래서 이런 제품들은 북방형인 정주영 전 회장의 재능과 궁합이 잘 맞는다. 이렇게 원시시대의 먹이, 회사의 제품, 회장들의 얼굴을 모두 연결해서 종합해보면 각 기업의 주력제품들은 회장들의 재능과 잘 어울린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이렇게 각 회장들은 각자의 재능과 궁합이 맞는 제품들을 선택하였기에 단기간에 대기업 그룹을 크게 일굴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경향은 2세대 회장들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얼굴은 남방형이었고, 정몽구 회장의 얼굴은 중간형이다. 정 회장은 이 회장에 비해 북방형에 가까워서 선대의 전통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또 이들 각 기업의 회장들에게서 나타난 공통점은 창업 1세대들은 북방형 재능이, 2세대들은 남방형 재능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는 창업 1세대들에게는 불굴의 투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북방형 재능이, 창업 2세대들에게는 각 기업을 세계 초일류로 도약시키기 위해 세계정세의 복잡한 변화와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고 분석하여 미래를 상상하는 남방형 재능이 더 요구되는 데에 있다. 문화인류학적으로 본 삼성과 현대의 경영방식 경영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삼성 이병철 전 회장은 “인재들을 적소에 배치해놓고 장래와 생활을 보장한 뒤에 모든 일을 믿고 맡기는 것이 바로 경영의 요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기발하고 창조적인 ‘기획통’, 치밀하고 분석적인 ‘관리통’, 돌파력이 뛰어난 ‘불도저형’ 등 여러 종류의 사람을 주변에 두고 잘 조합해서 썼다. 그 뒤를 이은 이건희 회장도 “나도 사람에 대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다”고 고교 동기생인 홍사덕 의원에게 자주 말했다. 이 공부가 경영에 주요하게 반영되었고, 그래서 인사, 업무 등을 치밀하게 관리하는 삼성의 문화를 만들었다. 이렇듯 인재의 특성을 세밀히 파악하는 관찰력, 인재를 조합하는 상상력, 치밀한 관리능력은 남방형 재능이다. 한편, 현대 정주영 전 회장의 경영철학은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으면서 나가면 된다”이었다. 마치 사냥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런 철학은 업계의 신화가 된 1972년 현대중공업의 창업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국내에는 대형선박의 건조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그리스 선주에게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보이며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 전인 1500년대에 이같은 철갑선을 만들었다”고 담판을 지어 26만 톤급 대형 유조선을 2척 이나 수주했다. 그러고 나서 영국으로 건너가 같은 방법으로 공장을 세울 자금까지 빌렸다. 그 후 2년 3개월 만에 공장 건설과 유조선 건조를 동시에 해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렇게 성공한 예는 세계 선박 건조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정몽구 회장도 이를 따라 했다. 현대정공 간판만 내걸고 공장도 완공되기도 전에 컨테이너 수주를 받았고, 마침내 세계 컨테이너 시장을 석권하는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그리고 한 번 결정하면 우직하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도 선친과 꼭 닮았다. 이렇게 길을 닦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의력, 상황에 따라 발휘하는 기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하는 동시공학, 불도저 같이 밀어붙이는 돌파력은 북방형 재능이다. 마지막으로 리더십에도 차이가 드러난다.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은 지장(智將)과 같다. 그는 별로 출근은 하지 않는 대신에 자택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 상상을 통해 삼성의 미래를 예견한다. 또 경쟁사 제품을 스스로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삼성 제품과의 차이와 문제점을 발견해낸다. 그런 후에 여러 가지 말들을 쏟아 내거나 적절한 인물을 기용해서 리더십을 발휘한다. 예를 들면 “I자형 인재, T자형 인재”, “남의 뒷다리를 잡는 사람”, “화학비료형 인간” 등 문제의 핵심을 찌르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그만의 비유법이 삼성의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냈다. 남방형은 그의 재능대로 기업을 세밀히 관찰하여 분석하고 미래를 예견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한다. 또 언어 감각도 뛰어난데, 먹이의 종류가 많아 그들의 이름이 다양한 데에 그 이유가 있다.
얼굴에서 나오는 이건희-정몽구 회장의 용인술 이런 재능들은 그의 얼굴을 상세히 들여다보면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데, 이마가 튀어나와 전두엽이 커서 두뇌회전이 매우 빠르고, 왼쪽 눈썹이 약간 내려가 좌뇌 우세형이어서 분석력과 상상력이 뛰어나고, 눈이 아주 커서 관찰력이 탁월하다. 특히 관찰력은 이 시대 CEO들에게 가장 필요한 재능으로 꼽을 수 있는데, 그는 관찰을 잘 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는 셈이어서 세상변화를 세밀히 읽고 업무를 파악하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래서 그는 이 시대 CEO들의 표상이 될 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한편,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은 용장(勇將)과 같다. 그의 리더십은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소를 짓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공사 기간 4년 동안 일주일이 멀다 하고 헬기로 본사와 당진을 오고갔다. 사무실보다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이다. 북방형은 이렇게 행동으로 리더십을 발휘한다. 정몽구 회장의 인사 스타일은 기동력이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임원을 다시 불러들이기도 하고, 실적이 좋은 임원을 경질하기도 한다. 이런 예측 불허의 용병술은 기동력이 있는 북방형 스타일이다. 마치 동물 사냥에서 자주 연출되는 예측 불허의 상황에 대처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삼성과 현대는 주력제품, 경영방식, 리더십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결론적으로 삼성은 남방형 기업인 반면에, 현대는 북방형 기업이다. 이렇게 1세대 회장들은 각자의 재능에 맞는 기업을 창업하고, 그 재능들이 2세대 회장들에게 이어졌기에 그 기업들이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이런 경향은 다른 기업들에도 뚜렷이 드러나 있다. 주력 제품이 전자와 화학인 LG, 제과와 백화점인 롯데, 정유와 섬유인 SK 등은 남방형 기업이다. 이들 회사를 창업하거나 초창기에 이끈 구인회 전 회장, 신격호 전 회장, 최종현 전 회장의 얼굴은 남방형이다. 이들 중 구인회 전 회장의 경영철학은 “한번 사람을 믿으면 모두 맡겨라”이다. 이병철 전회장과 유사하다. 얼굴이 유사하면, 뇌도 유사하기 때문에 경영철학도 유사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와는 반대로 주력 제품이 중공업, 기계인 두산의 박용곤 전 회장, 철강인 포항제철의 박태준 전 회장, 운수와 건설인 금호의 박인천 전 회장의 얼굴은 북방형이고 이들 제품도 북방형이다. 이들 중 박태준 전 회장의 경영철학은 “자원은 유한하지만 창의는 무한하다”이다. 북방형의 재능인 창의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업들의 주력제품은 회장들의 얼굴, 재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반대로 말하면 얼굴과 어울리는 제품을 선택해서 창업하고, 경영을 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다음에는 업무분야별 임직원의 재능, 업종별 유능한 인재, 인재들의 재능보완, CEO와 임원의 궁합,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의 재능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 최창석 명지대 교수, <얼굴은 답을 알고 있다>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