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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아시아 대표 미래학자 최윤식,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뜻밖의 상황 대비해야

삼성 큰 위기 직면, 두 번째 IMF 위기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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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6호 정의식⁄ 2013.09.30 13:03:23

삼성이 몰락하고, 한·중·일 3국이 경제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미래예측서적 ‘2030 대담한 미래’가 최근 서점가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글쓴이는 미국 휴스턴대학에서 미래학을 전공한 아시아 최고의 미래학자 최윤식 교수다. 아시아미래연구소 소장 겸 한국뉴욕주립대학교 미래기술경영연구원 원장, 전경련 전략포럼 주임교수 등을 맡고 있는 미래학자 최윤식 교수에게 임박한 위기의 실체와 그 해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 어떻게 미래학자가 되었는가? 원래는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른 살에 미국 휴스턴대학원에서 미래학을 만나 공부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곳은 미국에서 유일하게 미래학을 가르치는 학교였다. 미래학은 1950년도쯤 시작된 학문으로 아직은 학문적 완성 단계에 오르지 못했다. 학문적으로 완성되려면 최소 100년에서 15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미래학은 그 과정에 있다. 한국에는 1960년대에 들어와 한국미래학회가 설립됐으며 작고하신 하인호 박사님 등이 유명하다. 5년쯤 전부터 한국 출판계에서 미래예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는데, 이는 국내 기업들이 더 이상 벤치마크 전략을 쓸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해 미래 예측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많은 기업과 정부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데, 미래학 연구가를 양성하는 곳이 없다. 우리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와 한국뉴욕주립대의 미래기술경영연구원이 국내 유일한 교육기관이다. 현재 일반인과 기업 대상으로 트레이닝을 시작했으며, 차근차근 인재를 양성 중이다. - 미래학은 어떤 것이고, 연구 방식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미래학자를 미래를 예언하는 ‘예언자’와 혼동한다. 미래학자와 예언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언자들은 꿈과 점으로 미래를 예지하지만, 미래학자는 철학과 사회과학, 문화인류학, 컴퓨터시뮬레이션 등 40여 가지의 정성적·정량적 방법론으로 연구한다. 미래학자는 미래를 ‘Future’로 쓰지 않고 복수인 ‘Futures’로 쓰는데, 이는 미래학자가 도래 가능한 다양한 미래의 시나리오를 동시에 연구하기 때문이다. 현대 미래학은 인간의 사고력과 과학적 연구방법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실제로 적중률이 높지만, 미래학자는 예언자와 달리 ‘적중률’에 대해 관심이 없다. 미래학자가 위기를 알려줘서 대처하면 미래는 바뀌기 때문이다. 미래의 위기와 기회 가능성을 알려줘서 오늘의 결정을 바꾸는 것이 미래학자의 관심사다. 그리고, 미래학자들의 의견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다른 관점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다양한 다른 관점을 같이 보면 정확한 미래 예측에 도움이 된다. - 미래학자가 보는 미래는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미래와 어떻게 다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연히 짐작하는 수준의 미래를 굳이 책으로 낼 필요가 없다. 이번에 낸 책 ‘2013년 대담한 미래’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미래상이 아닌 다른 얘기를 다룬다. 이 얘기가 독자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방대한 분량에 다양한 분석을 통해 연구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이 24전 24승을 한 이유는 완벽한 시뮬레이션 전략의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매 전쟁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뜻밖에 사태까지 포함한 시나리오를 점검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리더들은 충무공처럼 뜻밖의 미래에 대해서도 대처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 책에서 삼성이 망할 수 있다고 예상했는데… 삼성도 망할 수 있다. 노키아나 소니같은 일찌기 삼성보다 잘한 기업들도 모두 쇠락기를 맞았다. 어떤 기업들은 이를 이겨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했다. 삼성도 비슷한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고, 당연히 대비를 해야 한다. 삼성의 위기는 당장은 아니고 3년에서 5년 후쯤 시작될 것이다. 삼성이 약점이 있어서 무너지는 게 아니라 너무 잘하기 때문에 무너진다. 1등 기업이 되면 1등 프리미엄이 붙는다. 1등 기업의 주가가 2등 기업의 주가보다 3배에서 10배에 달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프리미엄이다. 문제는 시장의 성장 한계치에 너무 빠르게 도달하면 1등 기업이 계속 1위를 유지해도 실적 상승이 크지 않기에 미래가치가 떨어지고, 당연히 주가가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시장은 1등 기업에게 혁신을 요구한다. 애플이 대표적이다. 매년 애플이 내놓는 제품들은 사실 다른 기업들이 이뤘으면 대단한 혁신으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1등 기업이 내놓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소소한 혁신에 만족하지 않고 대규모의 혁신을 요구한다. 결국 1등 기업은 자신을 1등으로 만들어준 제품을 없애버릴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것을 요청받게 된다. 그런 혁신적 제품을 만들어야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기존 시장이 없어짐에도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MP3 시장과 내비게이션 시장 등을 싹 쓸어버리고 하나로 통일한 스마트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필름카메라의 원조 코닥이 그 시장을 대체할 디지털카메라를 최초 개발한 것도 마찬가지다. 또 하나. 현재 삼성의 경쟁자는 후발주자가 아니라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 최고의 기업들이다. 각기 전력이 비슷하기 때문에 전력 외 변수에서 승패가 갈린다. 리더의 존재 여부가 그 대표적 사례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면서 애플에게 어려움이 닥쳤듯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문제는 의외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애플의 경우, 카리스마적 리더가 사라진 이후 시장 자체를 바꿔놓을 대규모 혁신보다는 안정적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1위 수성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주주들과 내부 이사들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카리스마 높은 CEO가 등장하지 않는 한 과거처럼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경영전략을 채택할 수 없고, 결국 서서히 퇴보하게 된다. 애플이 예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몰락 과정에서 위기가 심각해지면, 새로운 카리스마적 리더가 등장해 다시 부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삼성이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산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신산업은 과거 반도체가 그랬듯 최소 10년에서 20년을 준비해야 결실을 얻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변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게 문제다. 현재 스마트폰 분야의 삼성의 우위는 오래 유지되기 힘들다. 삼성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이는 가장 따라잡히기 쉬운 분야다. 운영체제나 앱 생태계 같은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지 못하면 현상유지도 위험하다.

- 30대 기업 상당수가 바뀔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건 전초전에 불과했다. 향후 20년의 변화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대격변일 것이다. 자동차 산업 얘기를 해보자. 최근 현대자동차에서 강연했을 때, 임원들이 물었다. “향후 우리의 경쟁자는 어떤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가?”라고. “보잉사 같은 항공기업과 삼성, 엘지같은 IT기업이 경쟁사가 될 것”이라 답해줬다. 자동차의 본질은 ‘탈것’이다. 탈것의 경쟁자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자. 20년 뒤에 현재의 차를 바라보면 우리가 자동차와 달구지의 차이를 느끼는 정도로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가솔린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 과정에 하이브리드를 거칠 것이다. 이후엔 무인자동차가, 이후엔 비행자동차 시대가 올 것이다. 이미 자동차의 전자제품 요소가 커지고 있고, 전기차가 되면 더 커진다. 미국에서 가장 큰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는 실리콘밸리에 있고 IT기업에 가깝다. 전자에 강한 삼성과 엘지의 참여 기회가 온다는 얘기다. 이미 두 기업은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에 강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10년 이내에 모든 차가 무인차로 변화할 것으로 보고 선도 기업들은 준비를 하고 있다. 구글이 이미 무인자동차를 시범 운영하고 있고, 닛산 등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화나 연구실에서만 볼 수 있던 비행 차량도 곧 현실에 등장할 것이고, 결국 자동차산업의 경쟁자는 항공기업과 IT기업들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변화는 모든 산업에서 일어난다. 가장 리스크를 많이 안은 기업들은 기존 1위 업체들이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종이 매체가 지배하는 시대에서 인터넷이 주도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종이 매체가 갑자기 망하지는 않겠지만 잘해봐야 현상유지다. 그런 이유로 30대 기업들 중 절반은 서서히 탈락하고 그 자리를 새 기업이 등장해 메울 것으로 본다. -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양 3국의 미래에 대해 위기론을 설파하셨는데… 그간 이들 국가들은 서양미래학자들의 의견만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지역적 독특성은 중요하다. 한국인이 미국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듯, 서양도 아시아의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의 미래는 아시아에서 연구하는 게 바람직한 것이다. 전에 출간한 ‘2030년 부의 미래지도’ 등의 책은 최초로 아시아인이 한국과 중국, 일본의 미래를 연구한 서적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시아 미래학자로서 말하자면, 아시아의 가까운 미래는 위기다. 하지만 끝없이 비관적이라 전망하는 건 아니다. 세상사는 위기와 기회가 반복되듯이 향후 10년은 위기지만, 이후는 다시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 한국과 일본은 몰라도 중국은 계속 성장하지 않겠는가? 향후 10년은 그렇다. 하지만 계속은 아니다. 과거의 중국에 대한 인식은 이제 고쳐야한다. 중국에 대한 여러 환상이 있었다. 10억이 넘는 인구가 가진 엄청난 시장, 공산당 1당지배체제의 안정성 등 하지만 이제 중국 시장은 많이 바뀌어 세계의 모든 기업이 경쟁하는 각축장이 됐다. 2015년이면 중국이 한국 기술력을 추월할 것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만이 중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공산당 얘기를 하자면, 지난 20년간 계획경제와 통제체제는 잘 이뤄졌다. 하지만 이제 중국의 덩치가 너무 커졌다. 덩치가 커진만큼 예측 못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지금은 공산당이 잘 통제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고, 그 실수의 기간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세계가 충격받게 된다. 한국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위치에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경 없이 중국을 생각하면 큰 일 난다. 한국이 일본보다 빨리 저출산 고령사회로 바뀐 것처럼, 한국·일본보다 더 빠르게 압축 성장한 중국은 더 빠르게 압축성장의 후과를 겪게 된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빨리 거품이 꺼질 수 있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3조5000억 달러로 매우 많아 보이지만, 재정부채규모가 5조 달러다. 이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채무국가가 됐다. - 현재 한국 위기의 핵심은 무엇인가? 현재 한국은 위기라는 것은 인식하고 있는데, 위기의 실체를 명확히 모르고 있다. 국민들, 경제인, 정치인들이 뭔가 좀 이상하다고 체감하고 있는데, 나는 이대로 가면 제2의 IMF 위기가 온다고 본다. 삼성이 노키아처럼 된다. 중국도 미국처럼 금융위기 겪는다. 왜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를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한국 위기의 핵심은 한마디로 ‘시스템의 한계’다. 지금 한국의 시스템은 정치, 경제, 사회, 시민의식 전부 2만 달러 시스템인데, 4만 달러 시스템으로 바꿔야 산다. 창업의 예를 들어보자. 대개 창업을 할 때부터 기업은 성장의 한계가 미리 정해져 있다. 10억 매출의 시스템은 리더의 사고와 혁신성, 직원들의 역량, 하드웨어, 기술력 모든 것이 10억을 달성하기 위해 맞춰져 있다. 열심히 하면 10억 매출을 올릴 수 있고, 20억에서 30억까지도 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무리다. 시스템이 망가진다. 지혜로운 지도자는 적절한 타이밍에 시스템을 100억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게 된다. 100억 시스템은 리더부터 100억 회사에 걸맞는 비전, 철학, 마인드를 갖추고, 직원 역량 역시 그에 맞춰 업그레이드 시킨 시스템이다. 100억에서 1000억 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그동안 여러 번 바꿔야 할 타이밍에 잘 바꿔와서 성공한 국가가 되었다.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은 그 시스템을 못 바꿔서 과거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으로는 4만 달러를 갈 수 없다. 그래서 10년 넘게 2만 달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 위기의 해법은 무엇인가? 예전의 위기는 강력한 지도자가 나오거나 기업이 강도 높은 체질개선을 해서 바꿀 수 있었다. 지금은 사회구조가 복잡해졌다. 뛰어난 정치지도자의 출현이나 삼성 같은 우수 기업 한두 곳의 선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투표 행태도 심각하다. 정책과 미래 비전이 아닌 지역적 투표 행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어지간한 충격없인 바뀌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해법은 현재의 문제가 ‘쉽게 바꿀 수 없는 문제’라는 걸 함께 인식하고, 강력한 솔루션을 선택해야 한다는 걸 인식할 때 나올 수 있다. “우리의 지금 문제는 상상이상의 큰 문제다”라고 모두가 다함께 인식하는 게 가장 큰 해법이다. 더 자세한 해법은 연말에 출간할 2권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 그런 주장에 대한 리더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사실 이번 책은 5년 전 책에서 예측한 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그때보다 훨씬 이해가 높다.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들 역시 마찬가지다. 막연하게 느꼈던 미래에 대한 불안함의 실체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행동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행동의 첫 번째는 기득권을 내려놓는데서 시작한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은 위기의 파도를 잘 넘기면 기회의 파도가 온다고 생각한다. 파도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큰 파도와 작은 파도가 있을 뿐이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큰 파도가 다가오면 사람들은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일반인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고, 서퍼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지금 오는 건 큰 파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일반인들은 호황일 때 돈을 벌지만 부자들은 불황일 때 더 많이 번다. 위기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면 패닉 반응을 보이고 감당을 포기하게 된다. 위기를 잘 알아야 생존의 기회가 있다. 막연히 두려워하는데 그치지 말고, 미리 알고 준비하자.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 정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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