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반드시 성공해야만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이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사는 것에 가치를 두는 시대가 오고 있다. 최근 극장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관상’이란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보면, 사람들은 좋은 이미지를 통해 항상 상대와 행복하게 성장해 나가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보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상대에 대한 관상을 미리 점치고 항상 좋은 기운을 갖는 이와 교류하기를 원한다. 아마도 이는 부정적인 나쁜 상황을 미리 배척하고 좋은 일들로 채우려는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골프에서 부정적인 상황이란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을 모두 들 수 있다. 먼저 코스 상태와 날씨 등과도 싸워야 하지만, 거친 라이와 예상치 못한 비바람, 미스 퍼터, 실수 스윙 등 이 모든 조건들이 평정심을 요하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LPGA투어에서 연이어 이어지는 승부사들의 게임 앞에서, 더욱이 억대의 상금 경쟁을 두고 순위 싸움에서 담담해질 수 없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의 멘탈 페이스를 견고하고, 안정되게, 그리고 섬세하게 이끌지 않으면 경쾌한 승리를 기대할 수 없겠다. 최근 LPGA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나이키 골프 LPGA 대표 후원 선수인 수잔 페테르센(32·노르웨이)이 끝까지 따라붙으며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친 아마추어 선수인 리디아 고의 추격을 물리치고, 올해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로 변신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높이 들어 올렸다.
경기 도중 그녀의 메마른 입술과 깊은 눈은 지상의 속세적인 에로스에 대한 회한의 정념을 품고 있는 마리아의 모습을 닮은 듯 숭고하고 담담했다. 3라운드 총 10언더로 2위와는 2타차의 여유 있는 승리. 특히 마지막 라운드에서 핀에 붙이는 날카로운 아이언 샷이 볼만한 경기였다. 롱 퍼트와 숏 퍼트에서 모두 강력한 정신력으로 홀에 집어넣으면서 첫 홀에서부터 선두를 차지한 뒤에 결국 우승컵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녀의 얼굴에서는 마치 구도자와 같은 이 시대의 이상적인 삶과 극복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경기 도중에도 많은 선수들의 얼굴을 TV 카메라의 섬세한 클로즈업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라운드마다 결과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나타내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감정변화를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올해 수잔 페테르센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3월 월드 레이디스 골프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기록한 후 LPGA 롯데 챔피언십과 최근의 세이프웨이 클래식 우승에 이어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프로 데뷔 이래 가장 화려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그녀다. - 손영미 골프칼럼니스트협회 정회원 (극작가/서울아트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