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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이 작가 - 이기영]삶을 관통하는 연륜, 먹꽃에 드리우다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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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48호 왕진오⁄ 2013.10.14 13:27:00

강렬한 먹의 흔적이 반짝이는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고 들어가기를 반복하며 교차하는 이미지는 보는 이들의 눈을 현혹시키며 현기증까지도 불러일으킨다. 전통적인 동양화의 개념을 작가만의 감각과 관점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동양화가 바로 이기영의 작품이다. 먹꽃으로 잘 알려진 이기영(50) 작가가 추구하는 작업의 본질은 다름 아닌 자연과 연계된 인간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다. 더욱이 화면에 그려낸 꽃들은 색채로 화려하게 장식된 것이 아니라 강렬한 먹의 흔적으로 시간의 흔적이 깊게 배어 있는 화석과도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드리운다. 반짝이는 색채로 눈을 끄는 것이 아니라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한 그림들이 10월 16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 전관에 펼쳐진다. 20년 동안 작업한 것을 정리하는 자리이다.

먹꽃 작가로 불리는 것에 대해 이 작가는 "처음에는 꽃을 그린 것이 아니었어요. 동양미학에 비유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화면에 들여놓고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꽃을 그린 것인데, 그게 바로 먹꽃이더라고요"라며 먹꽃 탄생의 배경을 설명했다, "꽃을 일반적으로 관상용으로 그리는데, 나는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눈여겨보았고, 이것이 바로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나에게 꽃은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 인생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증거이다. 자연을 관찰해보면 어느 하나 그 모습이 똑같은 것이 없고 조형적으로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나로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작가는 자연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경이로움은 각각의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그 형상의 조화에서 생겨난 것이 아닌, 각기 다른 사물들이 머금고 있는 무수한 세월들이 광범위하게 펼쳐짐으로 인해 생겨난다고 믿는다. 작가의 이런 개념은 동서양이 추구하던 기존 전통적 방식에 의한 단순한 재현 또는 형상의 표현보다 시간을 화면에 드러내는 방법에 본질적인 의미를 두고 있다. 시간의 흐름을 작업으로 담아낸 작가의 작품들은 굉장히 얇은 표면으로 완성돼 있다. 일반적으로 물감을 두껍게 칠해 만든 화면과는 독특할 정도의 표현이다. "나는 환영을 만드는 것들에는 별로 의미가 없지 않은가 합니다. 굉장히 얇은 게 좋더라고요. 무언가 억지로 표현되는 것 보다, 자연스럽게 사람의 손이 덜 간 것을 의도적으로 표현하려 한 과정이 화면을 아주 얇게 나타났죠." 그가 추구하는 인위적이지 않고, 마치 누군가가 던져둔 것 같은 작업을 하다 보니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그림들이 완성된다는 설명이다.

신작 10여점이 함께하는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인 'Black Flower, White Forest, Wind'가 전시된다. 세월의 흔적을 화면에 담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연구는 이미 2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면서 그 시간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하얗게 건조되어 깨끗이 마무리된 표면위에 마치 손대면 묻어날 것처럼 강렬하게 흔들리는 먹의 생명력이 돋보인다. 닦아내고 지워져 아련한 자국만 남은 먹의 흔적들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생몰의 공존은 깔끔하게 정돈된 화면의 피부 속에 마치 살아 숨 쉬는 자연의 일부를 담아놓은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생성과 소멸의 공존, 삶과 죽음, 즉 작가가 시간의 간극을 조절함으로 그 과정에서 서로 간섭하고 관계하며 일체가 되어가는 작업의 모든 과정 자체가 작가의 세계관과 일체되면서 작가의 작업은 진정한 자연이 되며 이상이 된다. - 왕진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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