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충남 천안시갑·3선)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기극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아울러 현 정부의 복지공약 후퇴와 관련해서는 “이제와 대선공약을 파기한 것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양 최고위원은 7일 CNB와 인터뷰에서 “여당이자 과반이 넘는 정당의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이 재정추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만약, 그렇다면 무능하고 준비 안 된 후보라는 것을 말해주고, 이를 제대로 했음에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면 국민을 상대로 사기 친 것”이라고 맹폭을 가했다. 양 최고위원은 오는 14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현 정부의 공약파기를 강하게 문제 삼겠다고 단단히 벼뤘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 파기와 대국민 사기극을 집중적으로 다뤄 국민이 원하는 정책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개입 및 경찰의 수사은폐 의혹에 대해서도 강하게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최고위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과 관련, 새누리당이 ‘문재인 책임론’을 거론하며 민주당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무분별한 정치공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문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을 경우 책임지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새누리당은 엉뚱하게도 존재하는 대화록이 없다고 주장하며 문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는데, 이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손학규 전 대표와 가까운 양 최고위원은 경기 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손 전 대표가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그분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손 전 대표가 지금껏 희생만을 강요당했다’는 일부 평가에 대해서는 “손 전 대표는 과거 자신의 출마(서울 종로 및 경기 분당)를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도자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노력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양 최고위원은 또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민주당이 수성(守城) 입장이기 때문에 쉽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물 면에서는 앞선다고 본다. 박근혜 정부의 심판론과 민주당의 인물론을 내세우며 결코 지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승리를 자신했다. 한편, 변호사 출신의 양 최고위원은 1959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중동고,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7대 총선에서 충남 천안갑 지역구로 출마해 내리 3선을 했으며, 2010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해 22일간 단식 농성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야당 정치인’으로 주목받았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양 최고위원은 손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지난해 당내 대선 경선에서 손학규 캠프 공동선대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5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직에 선출됨으로써 정치적 외연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 정기국회 일정이 많이 늦춰졌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등으로 향후 일정도 순탄치 않을 것 같은데. 일정이 늦어지긴 했지만 향후 국회일정은 이미 합의가 됐기 때문에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10월 7일과 8일 양일에 걸쳐 있고, 국정감사는 14일부터 11월 2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또한 11월 12일부터 18일까지 5일간 대정부질문이 계획돼 있다. 이후 본격적으로 2014회계연도 예산안을 심의해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국정감사가 14일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의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국정감사는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 2개월과 새 정부 출범 8개월, 도합 10개월 간의 국정운영 실패와 문제점을 철저히 살필 것이다. 특히, 기초연금 도입과 비급여를 포함한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보장, 무상보육 등 대선 공약의 일방적 파기와 대국민 사기극을 중점으로 지적해 국민의 원하는 정책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또한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과 이를 은폐 축소 수사한 경찰청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살리고 국헌 문란행위자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을(乙)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 입법화를 위한 국정감사를 진행시켜 서민과 민생을 살피는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 - 법안통과와 관련해 민주당은 ‘선진화법’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법안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관련법을 개정하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이 야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들을 위해서 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발의해 통과시킨 법이다. 그리고 민주당 역시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대화를 통해 타협의 정치, 국회폭력이 없는 정치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동참해 통과시킨 법이다.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선진화법을 재개정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법안 개정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조차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이러한 반대에 부딪혀 새누리당 내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기초노령연금과 관련해 공약후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으로써 상임위에서도 적잖은 논쟁이 일 것 같은데.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께 매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이 때문에 어르신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인수위 시절에도 전액 조세를 통해 월 20만원을 주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런데 이제와 소득하위 70%의 노인에게만, 그것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차등지급하겠다며 대선공약을 파기했다. 그러면서 재정문제와 미래세대의 부담경감을 이유로 들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여당의 대선후보였고, 과반이 넘는 정당의 후보였다. 그런 후보가 재정추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만약 재정추계를 못했다면 무능하고 준비 안 된 후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재정추계를 제대로 했음에도 지키지 못할 약속을 했다면 이는 국민에게 사기를 친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대국민 사기극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안은 공약 파기에 대해 몇 마디 사과로 간단하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진솔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본다. -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여야 간 첨예한 공방이 벌어졌다. 새누리당은 ‘사초파기’라며 공세를 가하고 있는데. 대화록이 있는데도 사초파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할 경우 쉽게 참조하라고 국정원에 대화록 한 부를 남겨놓았다. 그리고 같은 대화록 한 부를 이지원에 남겼다. 그렇기 때문에 이는 사초파기라고 볼 수 없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화록을 낭독했다. 그런데 이제와 대화록이 실종됐다고 하면 그 대화록은 무엇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참여정부 관계자들이 수사에 적극 협조한다고 했음에도 검찰이 이들을 소환조사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기초연금 등 공약파기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비판을 물타기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 대화록 논란과 관련해 정치권 내에서 문재인 의원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엉뚱하게도 존재하는 대화록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문 의원의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분별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국방부장관 자격으로 노 전 대통령을 수행했던 김장수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후속 국방장관회담 때 ‘장관 소신껏 하고 오라’고 웃으며 말했고, 그 결과 국방장관회담에서 소신껏 NLL을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것이 더욱더 명확해졌는데, 왜 문재인 의원이 책임져야 한단 말인가. 책임은 무분별하게 대화록을 공개해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인사들이 져야 한다. - NLL정국 등을 거치면서 당 지도부의 전략부재를 꼬집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고위원으로써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 민주당은 한손에 ‘민주주의’와 또 다른 한손에 ‘민생’을 들고 쉼 없이 달려왔다. 새 지도부가 탄생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지지율은 10%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20%중반의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결국 민주당이 야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는 것에 대한 국민의 평가라고 생각한다. - 10월 재보선 경기 화성갑에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확정됐다. 민주당에서는 ‘서청원 대항마’로 손학규 전 대표가 거론됐지만, 본인이 거부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일과 5일 손학규 전 대표께서 10월 재보선 출마를 고사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특별히 언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손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 패배해 정권을 내주게 한 죄인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게 국민 눈에 아름답게 비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분의 순수한 마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 손 전 대표는 그간 당이 어려울 때마다 희생을 강요당했다는 평도 많다. 실제로 종로와 분당에 이어 화성 출마까지 거론됐다. 당내 대표적 손학규계 의원으로써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도자는 희생과 시련을 통해 성장한다고 본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과거 자신의 출마를 희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의명분과 국민의 요구에 부응했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냉엄한 현실이라고 해도, 정치는 어떤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 명분에 따라 움직이면 승자가 되거나 패자가 되어도 지도자로서 신망은 커진다. 무엇보다 서민과 대중에 녹아나는 지도자가 손 전 대표라고 본다. 그런 의미로 손 전 대표는 지도자로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 노력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지방선거가 8개월 가량 남았다.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나. 사실 내년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수성(守城)하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의 지방정부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인물 면에서도 우리가 앞선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 많은 실정을 했다.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성추행으로 국제적 망신거리였던 윤창중 등의 인사문제, 기초연금과 같은 공약파기, 봉급생활자를 ‘봉’으로 만드는 세제개편안을 포함해 많은 실정들이 있었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심판론과 민주당의 인물론을 내세우면 결코 지지 않는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 앞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정치는 무엇이며,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약속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 상식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 것 또한 상식이다. 이런 상식이 정치에서도 통용되어야 한다. 원칙을 세웠으면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정치를 해야 국민이 정치를 믿을 수 있게 된다.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면 국가가 불행해진다. 민생을 살필 수도 없게 된다. 국민 불신은 원칙이 아닌 변칙에서 싹을 틔운다. 국민이 원하는 ‘원칙을 지키는 정치’를 하고 싶다. - 정찬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