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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을 만나다 - GFX 신동진 작가]고상한 예술가? 난 그림 좋아하는 사람

“각자의 자리에서 멋있는 사람이 돼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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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352호 김금영⁄ 2013.11.11 13:20:00

책상 위에 꺼내놓은 노트북부터 심상치 않다. 각종 스티커가 다양하게 붙어 있는 노트북은 노트북 주인과 마찬가지로 매우 감각적인 느낌을 풍겼다. GFX(본명 신동진) 작가는 이처럼 그만의 독특한 개성과 감각을 지닌 인물이었다. GFX는 작가로서뿐 아니라 쿨레인(CoolRain)과 함께 운영하는 ‘쿨레인 스튜디오’와 사이먼디, 다이나믹 듀오, 프라이머리 등이 소속된 기획사 ‘아메바 컬처’의 아트 디렉터로서 피규어 제작, 콜라보레이션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그만의 감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올해 맞이한 세 번째 개인전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갤러리 소울잉크를 방문했을 때 갤러리에 걸려 있는 그의 작품마다 붙어 있는 이름표가 눈에 띄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회는 GFX의 세 번째 개인전 ‘TEN to TWELVE’로 지금까지 GFX가 작업한 작품들을 10~12호의 작은 캔버스에 옮겼다. 가격 또한 10~12만원으로 책정했다. 컬렉터가 아닌 일반인들 또한 부담 없이 그림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가 그야말로 ‘대박’이다. 전시는 12월 7일까지 아직 한 달 여 기간이 더 남았는데 전시 오픈일 당시 30분 만에 모든 그림이 완판 됐다. 그림 아래 붙어 있는 이름표들은 작품을 산 사람들의 이름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동안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그림을 가지고 싶지만 그림이 너무 크고 비싸서 고민하는 관람객들을 많이 봤어요. 또한 작품의 가격이 마치 작가의 가치인 양 동일시되는 게 별로였어요. 금액보다 더 큰 감동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번 전시를 열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제 그림을 사기도, 보기도 하면서 만족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죠.” 미술 전시회를 보러 다니는 건 ‘고상한 취미’라고 여겨지고,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펼쳐진 그래피티는 단순히 ‘재미있는 일’로 보이는 게 모순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작품에는 그만큼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게 GFX의 생각이다. 그래서 갤러리 문턱을 낮춰 사람들이 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전시를 열고자 했다. 첫 번째로 열었던 전시도 홍대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롭고 편한 전시가 특징 작가-아트 디렉터로서 감각적 작품 선보여 지금은 작가로서 입지를 당당히 굳히고 있지만 그는 과거 그림을 포기했던 순간이 있었다. 어릴 때 꿈은 만화가였는데 스토리와 그림을 연결시키는 데 한계를 느끼고 포기했다. 그 후 게임 원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컴퓨터 게임 그래픽 공부를 했고 게임 회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행복’이 아니라 ‘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그림 그리는 자체가 좋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어요. 전 지금도 어디 가서 제가 예술가라고 하진 않아요. 저는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그저 그림이 좋아서 그리고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생활이 좋아요. 돈을 벌거나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다시 그림을 제대로 그려 봐야겠다 생각했죠.” 좋아하는 일을 할 때 빛을 발한다고, GFX도 그의 작품도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림을 자유롭게 그리는 그이기에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담았다’는 식으로 주입식 교육 설명을 불어넣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그림을 본 사람들 사이 다양한 해석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 또한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GFX의 그림을 보고 제2의 GFX를 꿈꾸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GFX는 이에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거의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한다. 그렇지만 크리에이터만이 최고는 아니다. 세상에 별 볼 일 없는 분야는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저 뿐 아니라 모두 10년, 20년 후에 달라질 우리나라의 문화를 위해 투자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한 분야만 빛이 나는 건 아니에요. 크리에이터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좋은 조건을 만들어줄 수 있는 사람들의 존재가 분명 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멋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인터뷰 말미 그의 예명인 GFX에 대해 묻자 얼굴을 붉히며 “고등학교 때의 허세”라고 “예명은 일찍 지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래피티(Graffiti)와 플렉스(Flex)를 섞어 만든 말로,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유연한 포지셔닝을 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본인은 부끄럽다고 했지만 여러 분야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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