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4호(창간) 왕진오⁄ 2013.11.25 13:12:13
배양실과 원료실, 종균실, 미생물 클린룸, 멸균실 등 전문 실험실이 가득한 연구개발동이 새롭게 변신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숨 쉬도록 회의실과 복도, 외부공간을 새롭게 꾸몄다. 이를 바탕으로 한 ‘샘표 갤러리 프로젝트’가 2013년 메세나대상 창의상을 수상해 관련 업계와 예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샘표식품은 올해 5월 2일 충북 청원군 오송생명과학단지에 국내 최초의 발효 전문연구소를 설립했다. 맛과 건강을 연구하는 ‘우리발효연구중심’이 창조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콘셉트를 잡았다. 일하는 공간에 즐거움을 더하자는 취지다. “연구원은 가장 창의적이어야 한다. 마음과 머리가 자유로워지는 그런 공간을 만들자”라는 박진선 대표이사의 철학을 담기 위해서였다. 창의성 발현을 위한 건축 설계 중 여러 고심 끝에 건물의 천고가 높아졌고, 많은 작가가 함께하는 ‘갤러리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샘표 갤러리 프로젝트’는 샘표가 오랜 시간 공들이고 애정을 표하며 진행한 문화 예술 프로젝트의 또 다른 도전이자 결실이다. 샘표식품은 경기도 이천의 간장공장에 문화 갤러리인 샘표 스페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공장 외벽을 신진 작가들에게 맡겨 ‘샘표 아트 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샘표 스페이스가 일반 갤러리와 차별화되는 점은 고객들이 공장 방문 시, 간장을 비롯한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뿐 아니라 자사가 소개하는 작가들의 창의적인 작품까지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 공장은 작가들에게 일종의 ‘문화공장’인 셈이다. 특히 공장 직원과 소비자, 지역주민, 지역 학생들의 참여로 각종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발효연구중심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식품회사로 추구하는 사람과 문화, 자연의 결합을 모티브로 삼았다. “생명의 씨앗이 모여 자연을 담아 문화를 만든다”는 콘셉트로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 사람을 생각하는 연구소, 체험하고 즐기는 전시공간과 전통마당을 형상화 했다. ‘샘표 갤러리 프로젝트’는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좀처럼 시도하기 어려운 공간의 작품화를 이뤘다.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시공간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작품세계를 연구원들이 생활하는 실용적 공간에 녹여냈다. 기능을 유지하되 공간에 내재한 창의적인 기능성을 깨우고, 사고의 전환을 유도하는 일상의 유용한 공간이 됐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 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장윤규과 한석현, 신하정, 이달우, 김보민 등 총 14명의 작가가 참여해 연구소라는 기존의 틀에 박힌 모습을 과감히 뒤바꿨다. 이들은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선보여 조용한 연구소에 참신하고 발랄한 문화적 풍경을 선사했다. 생명의 씨앗이 모여 문화를 만든다 6개의 회의실을 작가가 하나씩 맡아 자유롭게 디자인하고 작품화하는 ‘룸 갤러리’가 눈에 띤다. 전문실험실과 스마트 오피스를 잇는 각 55m의 긴 복도를 캔버스 삼아 벽화를 제작한 ‘길 갤러리’, 샘표의 오래된 유물을 작품화한 로비와 외부작품 등 크게 3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60년 전통의 발효명가 샘표식품이 한국메세나협회가 주최하는 2013 메세나대상 창의상을 수상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문화 예술의 발전과 국민의 예술 향유 향상에 기여한 기업과 인물을 선정해, 매년 그 공로를 기리는 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대상, 문화공헌상, 메세나인상, 문화경영상, 창의상, Arts & Business상 등 4개의 기업상과 1개의 기업인 상, 1개의 결연 커플상을 선발했다. 샘표식품은 ‘갤러리 프로젝트’를 통해 샘표의 발효전문 R&D센터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창의성이 발현되는 예술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로 주목을 받으며 창의상을 수상했다. 실생활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공간의 작품화’를 주제로 14팀의 신진 작가와의 협업으로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 미술의 일상적 기능과 역할, 기업의 메세나 활동의 개념 등 여러 문제를 참신한 방법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왕진오 기자